최근 들어 산에 자주 오르게 되면서 집 가까이에 있는 남한산성에도 갈 기회가 많아졌다. 멀리 있는 산을 갈 때는 어짜피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하니 이왕이면 가 보지 않은 산 위주로 가게 되지만, 가까운 곳을 갈 때에는 남한산성이나 청계산, 광교산을 자주 가게 되고 더 부담없이 가까이 가게 되면 집앞에 있는 불곡산에 오르게 된다.
오늘도 오후에 약속이 있어 멀리 있는 산에는 갈 형편이 되지 않고 가까운 산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정현태와 함께 남한산성에 오르게 되었다. 다만 다른 때와는 달리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출발해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 지난번에 가 보지 못한 북문에서 동문 구간을 돌아보기로 했다. 남한산성에 자주 왔어도 산성 유원지에서 올라가는 것은 처음이다. 30년전 대학교 1학년때 병영집체훈련을 받을 때 거여동 방면에서 남한산성을 오른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늘 차를 타고 산성 안쪽까지 가서 산책을 하는 코스를 애용해 왔던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분당에서 출발해서 능선을 따라 7-8시간 동안 산행을 한 적도 여러번 있었던 것 같고...
산성유원지에도 단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공원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유원지 입구로 들어오니 토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산에 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멀리 떠나지는 못해도 가까운 산에서 단풍을 즐기려고 온 산행객들이다.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여름과 가을에 비가 적당히 내려 많은 산에 단풍이 비교적 예쁘게 물들었다.
학생들이 쉬는 토요일이 아니였는데 성남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전교생이 모두 야외학습의 일환으로 등산을 왔다고 한다. 매일 공부에만 치어 있는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선생님들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친구들과 땀흘려 올라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공부 몇 시간 더하는 것보다 야외에서 이런 행사를 갖는 것이 여러모로 훨씬 더 중요할 것 같았다. 다만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너무 몰려 다니며서 길을 막아서 산을 오르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이 흠이였다.
항상 차를 타고 다닐 때에는 산 아래에서 남문까지 제법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한시간도 오르지 않아 남문에 도착했다. 운동을 꾸준히 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력이 좋아진 결과인 것 같다. 남한산성의 남문에 올 때마다 이 남문을 통해서 한번 산행을 해 보아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실천을 하게 되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차를 타고 오르면서 보았던 제법 큰 절이 있어 그 절을 방문해 보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오는 산 방향에 있었던 것이 아니였는가보다.
행궁터앞 주차장 한켠에는 남한산성의 풍경을 담은 옛사진, 고지도, 신문기사 등 12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일주일 전쯤인 지난 24일 남한산성 행궁 하궐 복원식을 있었다고 한다.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다했던 남한산성 행궁이 이제 완전 복원된 것이다. 아직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반에게도 공개가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파괴된 지 100여 년 만에 제 모습을 찾은 것으로, 경기도가 남한산성 행궁복원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라고 한다.
오늘은 남한산성 성곽일주중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북문에서 동문까지의 구간을 가보기로 하고 북문으로 이동중이다. 이 구간은 주차장에서 북문까지만 오르고 나면 산을 많이 오르지 않고 내리막이 많은 구간이어서 비교적 다른 구간보다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출발한 장소로 되돌아 오기 위해서는 결국 도로를 따라 올라와야 하지만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어서 비교적 편안한 산행이 된다.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면 이 구간 산행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했을 것이다. 최소한 산성을 따라 외곽을 한바퀴 정도는 따라 돌아야하지 않을까싶다.
남한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주변은 산은 단풍이 물들기는 했지만 아직 절정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마 1주일정도가 더 지나야 최고에 이른 단풍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토요일 오전인데 이곳을 다니는 산행객은 지난번 추석 다음날에 비해서는 훨씬 적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산성을 일주하는 사람들중 이 구간을 다니는 사람이 가장 적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어장대를 중심으로 해서 남분에서 서문을 거쳐 북문까지의 구간을 돌고는 멈추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남한산성을 여러번 왔음에도 북문에서 동문까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한산성에 있었던 5개의 장대(지휘와 관측을 위해 군사적 목젇으로 지은 누각 건물)중 성 동쪽에 있어 동장대로 불렸던 동장대 터를 지나 암문을 통과해서 벌봉으로 이동중이다. 동장대는 18세기 초에 붕괴되었다고 하는데 다시 복원하지 않고 흔적만 보이고 성곽만이 남아 있다. 남한산성의 둘레길만 걸어도 오늘의 산행목적을 달성하지만 벌봉과 봉암성을 한번 둘러볼 목적으로 나왔는데 이곳은 아직 복원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이 앞선다. 무너진 성곽은 아직 보수되지 않았고 스산함이 많이 남아 있었다. 벌봉에서 준비해간 점심을 먹었다.
벌봉 구경을 마치고 다시 본성으로 들어와 이동중 북문과 동문 사이에 있는 장경사 신지옹성을 배경으로... 이 부근도 경사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남한산성에는 주성을 방어하기에 유리하도록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주성에 덧대어 쌓은 5개의 옹성이 있는데 이 신지옹성도 그 중의 하나이다. 연주봉 옹성과는 달리 주변에 둘러 볼만한 조망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옹성에 내려가보지는 않고 통과했다. 다음에 다시 한번 올 때 내려가 보겠다고 생각했다. 추운 겨울에 온다면 햇살이 따스한 이곳에서 식사하면 좋을 것 같다.
단풍이 제법 물들어 있던 장경사 앞뜰의 성벽을 배경으로.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성곽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점심을 먹으면서 여유를 부렸더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경사에도 한번 들어가 보았어야 했는데 장경사는 동문에서도 가깝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오늘은 그냥 지나쳤다.
뒤로 보이는 건축물이 남한산성의 남동쪽에 위치한 동문이다. 좌익문(左翼門)이라고 불리는데 행궁을 중심으로 국왕이 남쪽을 바라보며 국정을 보게되니 동문이 좌측이 되어 좌익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북문에서 시작해 이곳까지 내려 오는 구간이 경사도가 심한 지역이였고, 지대가 낮은 곳에 세워져 계단을 쌓고 그 위에 성문을 축조해서 우마차의 통행이 불가능해서 바로 암문을 만들어 통행을 했다고 한다. 오늘 성곽 트래킹은 동문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마치고, 다시 산성 주차장을 지나 남문으로 이동하고 다시 남한산성 유원지까지 내려가야 한다.
남문을 지나 산성 유원지로 내려 오는 도중 단풍이 제법 예쁘게 물든 장소가 있어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아직 전체적으로 단풍이 절정이 아니어서 단풍이 물들어 있는 장소를 찾아서 사진을 찍었지만, 다음주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산 어디에서나 예쁜 단풍을 감상하면서 단풍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으면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한산성 유원지 놀이마당에서 경기도민회가 주관한 '가을의 향연'이 개최한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경기도민이 된지 8년이나 지났지만
이런 단체가 있는줄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 단체에서는 회원들이 기증한 옷가지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바자회를 개최한다고 했는데 준비된 것을 보니 너무 소규모였다.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가 싶다. 시간이 많은 노인분들에게는 괜찮은 공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더니 오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간에 산행을 마쳤다.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이런 산과 문화재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복받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면 자주 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까지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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