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행은 직장 선배인 오재환단장님과 이권수부장과 함께 하게 되었다. 오재환 단장님은 그동안 여러차례 산행을 함께 하자고 했었는데 함께 다녔던 직장 동료들과는 달리, 산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걷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산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함께 산에 오르는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추석 연휴기간중에 산에 함께 가지고 연락이 와서 함께 가겠다고 말했었는데, 어느 산에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서 나서게 되었다.
오늘 산행은 경기도 광주시 남중면과 퇴촌면 경계에 있는 정암산과 해협산이다. 이름이 자주 듣지 못했던 생소한 산이였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팔당호 근처에 있어 하루에 두 산을 모두 산행하기에는 적당한 구간이어서 좋았다. 비교적 나즈막한 산이지만 생각보다는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고 산행표지가 조금 허술해서 조금만 잘못하면 길을 잘못 들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에 오는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 조금은 적적한 느낌이 드는 산이기도 했다. 오늘 산행중에 마주쳐 오는 산행하는 3팀을 만났을 뿐인데, 그중 한팀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 세상이 좁다는 생각을 들기도 했다.
분당에서 출발해 죽전에서 오재환단장님을 태우고 43번 국도와 45번 국도를 통해 퇴촌면 도마리까지 간뒤 88번 지방도로를 타고 경안천을 지나 좌측으로 팔당호를 따라 퇴촌면 방향으로 갔다. 분원리 레포츠공원도 지나고, 멋진 팔당호 호변 도로를 지나니 귀여2리가 먼저 나타나고 그 다음 도로변에 귀여 1리 이정표가 서 있다. 우측 마을로 들어서면 잘지어진 마을회관이 있고 그 앞에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는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잘 세워져 있었다.
산행 입구에는 등산로 표기가 잘 되어 있어 반가왔었는데 산행 내내 산속에 표시되어 있는 표지판은 거리도 들쑥날쑥 엉망이고, 내용도 정확하지 않아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행지여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는 산행 표지판은 없는 것만 못하다. 비닐하우스 뒤쪽으로 무덤위를 거슬러 능선으로 바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산행은 귀여리 마을회관에서 출발해서 정암산을 올라간 뒤에 몇 개의 산봉우리를 오르 내린뒤 해협산을 오른 뒤에 다시 귀여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대략 12Km를 걸었고 산행시간은 4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초입에서 무덤군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더니 등산로가 사라져버려 정상쪽을 향해 한참을 오르니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다. 정암산 산행은 남한강을 따라서 있는 산임에도 불구하고 산행 내내 나뭇가지와 나뭇잎들로 주위 조망과 산의 흐름을 볼수가 없었다. 그나마 얼마전에 태풍때문에 나무가 많이 쓰러지고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진 바람에 중간 중간 한강이 보이기도 했다. 강을 끼고 있는 산은 산을 오르며 강물도 보아야하는데 녹음이 우거져 아무것도 볼수 없으니 조금 재미 없는 산행이 되었다.
마을 입구에서 한시간 조금 넘게 걸어 해발 403m 정암산 정상에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 이곳에도 지난번 불었던 태풍 콘파스의 영향으로 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어 안타까웠다. 태풍이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졌으니 서울 근교의 산은 모두 태풍 피해를 직접 반아 피해가 막심한 것 같다. 계획적인 조림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산에 나무는 많아도 뿌리가 깊지 않아서 피해가 더 컸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번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나무들은 뿌리를 더 깊게 할 수 있어 자연이 스스로 조절해 나가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정암산(正岩山), 403m, 2003년 立' 높이가 50cm 정도의 표시석이다. 산꼭대기에 큰 바위가 있어, 바위를 중심으로 검천리(檢川里), 귀여리(歸歟里)의 경계를 이룬다고 하여 정암산이라 한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다른 산에 있는 표시석에 비해 너무 작아 보여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 산에 오른뒤 이곳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한번도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그래도 정상에 올라오니 나무들 사이로 주변이 조금 보인다. 멀리 한강을 건너 예봉산과 이어진 운길산이 보이고 산 중턱에 있는 수종사도 보였다. 팔당호와 함께 양수리와 양수리를 가로지르는 엄청나게 긴 양수대교도 보이고 얼마전에 다녀온 세미원도 보였다.
정암산과 해협산에 있는 나무 이정표는 4각으로 되어 있어 방향이 좀 엉뚱한 곳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었고, 또 거리표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있어 등산객들이 펜으로 수정해 놓은 것도 많았다. 광주시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산에 있는 것을 참고해서 조금 신경을 더 써 주었으면 좋겠다. 산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엉뚱한 길로 가게 되는데 꼭 사각으로 만들 이정표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데....
정암산에서 해협산으로 가던중 태풍의 영향으로 소나무 한그루가 넘어져 지나는 등산객의 의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산에도 소나무가 특히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 같다. 작년 습기가 많은 폭설로 인해 소나무 피해가 많았었는데 겨울에 이어 태풍에도 소나무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 같다. 올 한해 소나무들의 수난시대인 것 같다. 그나마 솔잎혹파리나 소나무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인 제선충으로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평소 같았으면 나뭇잎으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았을 등산로가 태풍에 잎이 많이 떨어져 하늘이 훵하니 보였다. 나무는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늦가을 낙엽이 지기 시작한 시절의 풍경같아 보인다. 단풍이 들지도 않았는데 하늘이 훤히 보이니 늦가을 같은 분위기다. 내년이 되어야 다시 자연적으로 복원될 것이다.
드디어 해협산 정상에 올랐다. 이곳도 정상이지만 그다지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렇게 조망이 좋지 않은 산에 오르면 정상 주위라도 나무를 베어서 시야를 트이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의 이기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상부근에 나무를 조금 베었다고 해서 자연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는데... ,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지 모르겠다.
해협산(海峽山)은 남한강(南漢江)과 경안천을 동서(東西)로 해협인 양 끼고있고, 팔당호(八堂湖)안으로 내민 남종면의 반도형 지형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오석으로 된 정상표지석의 뒷면에은 천지개벽 당시에 온 천지가 물바다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피난을 하던 중 정상에 있는 군두바위에 말뚝을 박고 배를 잡아 매어 두었으며, 바위가 있는 곳이 골짜기라고 해서 해협산(海峽山)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적혀 있었다.
해협산 정상에서도 나무로 인해 조망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나무 사이로 멀리 양평과 남한강의 물길이 보였다. 또 멀리 보이는 조금 높은 산은 용문사가 있는 용문산의 모습이다. 정상쪽에 레이더 기지가 있어 구별하기 쉬웠다. 또 남쪽으로는 관음봉, 앵자봉, 관산의 모습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해협산 정상의 정상표지석(해발 531.7m)을 배경으로...
소나무 쉼터를 뒤로하면서 곧 밧줄지대를 내린다. 정암산과 해협산은 찾는이가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였다. 오늘도 산에 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마주친 일행중에 한팀은 내가 알고 있는 선배님 일행이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던지라 우리가 해협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해협산을 향해 오르고 있었는데 역시 아침 일찍 출발했더니 산행은 일찍 끝났다. 내려오는 길에 만났던 소나무 쉼터는 소나무가 많아서 이름 지어진 곳이라고 느낄 수 있었는데 이곳 역시 태풍의 영향으로 초토화되어 명칭을 바꾸어야 할 정도였다. 태풍이 남기고 간 상처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도수리 국사봉은 좌측이고 하산로라 써있는 귀여리는 우측인 삼거리를 지나, 한참을 능선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드디어 정암산과 해협산 사이의 계곡에서 만들어진 귀여천 이라는 냇물로 내려와 땀을 씻고 산행을 마무리 한다. 근래에 내린 비 때문에 냇물을 신발을 신고 바로 건널 수 없어, 어찌피 발을 씻으면서 쉬려고 했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계곡물도 맑고 시원하다. 우리가 온 코스의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다면 초행인 일행들은 산행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산행 거리는 약 12km 정도이고, 중간에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 반정도 걸린 것 같았다. 휴식을 취하면서 간단히 빵과 과일을 먹었더니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아 내려와서 점심을 먹으려는 계획은 취소해 버렸다. 논에도 태풍의 후유증인지 논의 벼가 많이 넘어가 있어 쳐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갑갑하다. 쌀이 남아도는 한이 있더라도 병충해 없이 풍년이 들어야 하는데... 귀여리 마을까지 이런 논과 밭을 따라서 10여분 걸으면 된다.
귀여리로 내려 오는 도중에 비닐 하우스에서 다육이를 기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아는 선배님 중에 한분도 다육이를 키우고 있어 다육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비교적 잘 자라는 선인장의 일종으로 건조한 환경에 익숙하므로 다른 식물과 다르게 쉽게 말라죽는 일이 없다고 한다. 입구에는 허브농장이라고 간판을 세워 놓았는데 허브는 찾아보기 힘들고 다육이가 많았다.
산에 사람을 보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너무 없으면 적적한 느낌이다. 일부러 호젖함을 느끼러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적당히 사람을 만나는 산행이 좋다. 산행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행하면서 생각한다는 것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산행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너무 심심했고, 산행 내내 태풍의 피해 흔적을 보며서 다녀 마음이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다. 빨리 자연이 스스로 치유해 원상회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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