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에서 11월달 산행으로 대둔산을 다녀왔다. 그동안 대둔산에 갈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산이었기에 이번에는 꼭 참가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도 산행 다음날에 고향에서 시제가 있어 오늘 동생과 함께 고향인 진주에 내려 가기로 되어 있어 이번 산행도 참석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행에 참가할 방법을 찾아보니 다행이 이번달 산행지가 대둔산이였고, 대둔산이 고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산이었기에 무리해서 참석하기로 했다. 대둔산은 충남과 전북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인 추부IC에서 멀지 않다. 동생차를 이용해 고향에 내려 가기로 하고, 가지고 내려갈 짐과 옷은 미리 동생한테 맞겨 놓고 나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새벽에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오후에 산에서 내려올 무렵 동생에게 대둔산 입구로 와서 나와 함께 고향에 가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 산행도 참가하고 싶고, 고향에도 안 갈 수 없어 몇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덕분에 나는 산행을 잘했다.
새벽 6시에 분당에서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단한 정비를 취한뒤 2시간 반만에 대둔산 도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 일주일 전에 미리 답사를 왔던 산악회 총무가 지난주에는 단풍이 절정이었다고 하는데 일주일만에 단풍이 모두 낙엽으로 바뀌어 가을산보다는 겨울산의 느낌을 주고 있다.
대둔산(大芚山)은 전북과 충남에서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산(높이는 878m)으로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중에 하나로 모 등산전문 사이트에서 선정한 인기명산 제6위 오른 명산 중의 명산이다. 충남 금산군과 논산시,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걸쳐 두 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대둔산은 넓은 들을 바라보며 솟아 있는데 암산이 6㎞가 넘게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1990년 11월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정상까지는 오르지 못하더라고 거의 정상까까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바뀌었고, 사시사철 등산객으로 붐비는 산 중의 하나이다. 대둔산 하면 계곡사이에 이어진 구름다리와 삼선계단등이 유명하다.
대둔산은 충남에 자리한 북쪽과 전북에 있는 남쪽의 모습이 조금 다른데 북쪽은 숲이 무성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산세도 대체로 완만하다. 또한 골짜기가 깊고 물이 풍부한 편이다. 화랑폭포, 금강폭포, 비선폭포 등 폭포가 많고, 화랑석문과 196계단 등이 있다. 전북쪽의 대둔산 남쪽은 가파른 비탈에 기암절벽이 우후죽순으로 솟은 모습이 장관이며, 케이블카와 철계단 등의 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고 교통도 편리하다. 우리 일행은 전북쪽에 있는 대둔산 관광호텔 방면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케이블카 하부정류장을 지나 이정표가 있는 산행들머리에서 정상을 향해 올려다보니 삐죽 솟아오른 바위봉우리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며 마천대의 철재로 만든 개척탑이 햇빛을 받아 번쩍이고 있으며 삼선계단도 멀리 아련하게 보인다. 입구에서 받은 산행 안내도를 보니 케이블카의 길이는 927m로 되어 있다. 산에서 케이블카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 산에 오를 때나 이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면서 케이블카를 타려면 무엇하러 오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되는 급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른 뒤 동심휴게소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조금 더 올라가서 쉬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게소가 당연히 쉬어 가는 곳으로 판단하고 넓게 펼쳐 있는 평상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산 아래와는 달리 휴게소 주변에는 지난주와는 달리 일주일만에 단풍은 모두 떨어져 겨울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1주일 빨리 왔으면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등산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1주일 늦게 온 덕에 사람은 많지 않으나 단풍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다.
휴식후 조금 더 오르니 왼편에 동심바위가 나타난다. 큰 바위 위에 또 큰 바위가 곧 떨어질 듯 올려져 있는 동심바위다. 안내판에는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도 이 길을 지나다가 이 바위를 보고는 이 밑에서 3일을 머물다 돌아갔다고 적혀 있다. 아직까지는 계곡 안쪽이라 주변에 볼거리가 크게 없었는데 동심바위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는 배경이 되어 준다.
동심 휴게소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멀리 바위사이로 금강구름다리가 보인다. 두 바위 사이를 금강문이라고 부른다는 표시판도 있었다. 금강문과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매표소도 금강구름다리를 형상화 시킨 구조물로 구성해 놓았고, 어디를 가든지 금강구륻다리를 형상화한 것들이 많았다. 이제 정상까지 그다지 멀지 않다.
금강구름다리 앞이다. 이곳 주변의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방불케한다하여 금강계곡이라 하고 그 위로 놓은 다리라 하여 금강구름다리라 이름을 붙였다. 길이 50여m가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산행객이 많지 않아 지체되지도 않고 지나가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사람이 많을 때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지나가게 되어 통과 적정인원을 최대 200명이라고 제한해 놓았다. 하지만 오늘은 20여명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단풍구경은 하지 못해도 정체가 없으니 그 점은 좋다.
약간 출렁이는 구름다리는 80m 높이에 길이는 50m이고 폭은 1m 정도이다.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무섭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건너기에 땀을 흘릴지도 모른다. 이곳에 있으면서 후미로 도착하는 회사 동료 사진을 찍어 주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으면 이곳에서 정상과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놓아야 대둔산에 왔다 갔다는 증명이 될터인지라... 사진을 찍어주다보니 제일 후미로 쳐지게 되었다.
금강구름다리를 지나고 나니 바로 삼선 철사다리가 나온다. 이곳도 금강구름다리처럼 정체가 심할 때에는 엄청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어서 최대 통과인원을 60명으로 한정해 놓았다. 아래서 내려다 볼때는 그리높아 보이지 않은데, 올라갈 때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고, 금강구름다리보다는 조금 더 스릴이 있다. 그만큼 더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있었다. 바위 위에다 세워 놓은 철사다리의 경사가 체감으로는 상당할 것 같은데
책자에는 52도라 되어 있다. 작은 경사도가 아니다. 사라리에서 주변을 둘러 보면서 올라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냥 앞사람의 엉덩이만 보면서 오르고 있는 것 같다.
대둔산 정상에서 전 직장의 입사동기인 김선철이를 만났다. 서울 근교의 산도 아니고, 또 정상에 체류하는 시간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니 더 반가왔다. KTX를 타고 대전까지 와서 직장 후배들을 만나서 함께 산에 왔다고 한다. 평소 산을 그렇게 좋아하는 친구가 아니였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산에서 만나게 된다. 다음주에 한번 모임을 갖기도 되어 있었는데 자주 보지 못하다가 한번 보려고 하니 너무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닌가싶다.
대둔산의 정상인 마천대는 원효대사가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철재(알루미늄)로 만들어 세운 높다란 개척탑이 서 있었다. 무엇을 개척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었다. 내눈에는 산 정상에 있을만한 구조물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왜 이 아름다운 산 정상에 세워 놓았는지 모르겠다. 나름의 의미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연과의 조화는 생각해야 했지 않았을까 싶다. 멋진 산 정상에의 철재 구조물은 아무리 보아도 어울리지 않는다.
오르면서도 바위가 많았던 대둔산은 정상도 온통 바위로 되어 있다. 바위틈 사이에 뿌리를 두고 자란 소나무가 바위산과 어울려 한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놓았다. 정상의 바위는 생각보다 비좁아서 자꾸 몰려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대둔산은 겨울 풍경이지만 바위와 더불어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와 낙조대를 향해서 이동중에 즐거운 점심시간을 되었다. 당초 산행은 깔닥재를 거쳐 충청도 금산방향으로 하산할 예정이었는데 산에 내려가서 목욕할 할 온천장이 문을 닫아서 일정을 변경했었다. 후미조에 속했던 우리 일행은 앞서간 일행들이 낙조대를 거쳐 돌아올 지점에 지름길로 먼저가서 자리를 펴고 앉았다. 비교적 다른 산행객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식사를 할만한 넓은 장소가 있어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되었다. 하산길은 낙조대를 거쳐서 용문골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잘 정비되지 않고 가파른 길이라 불편은 하였지만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에 비해서 산행객이 훨씬 줄어서 한적하고 좋았다. 대부분은 산행객은 올라왔던 곳을 다시 내려오는 코스로 잡은 듯하다. 우리 일행만 있어도 산행은 외롭지 않다.
하산길에 만난 칠성봉 전망대는 대둔산 산행에서 느낀 가장 멋진 풍경이었고 색다른 감흥을 일으켰다. 칠성봉은 용문굴에서 용이 승천하기 직전 7개의 별이 떨어져 생겨난 산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금강다리 전망대에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저 감탄스러웠는데 이곳에서 보는 높은 기암절벽과 바위와 어울어진 소나무의 풍경은 마치 금강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올라올 코스로 다시 내려 갔다면 이런 멋진 풍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대둔산을 온다면 우리가 다녀운 코스가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성봉 전망대에서 더 내려 오니 신선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었다. 암자라고 말하기도 부족할만큰 자그마한 곳이였는데 길가에 샘물이 있어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오늘 산행에서는 다른 산에 갔을 때와는 달리 큰 사찰을 보지 못했고 방문해보지 못했는데, 이곳 암자에 있는 시주함에 천원짜리 한장을 넣어두고 물한모금을 마시고 내려 왔다.
수락리로 산행 하산코스를 잡았으나 수락온천이 폐쇄된 관계로 다시 용문골로 내려오게 되었다. 출발장소는 아니였지만 출발장소와 도로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어 출발장소로 이동은 편안한 도로를 통해서 움직이면 됐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로 입구에서...
출발점으로 되돌아 오면서 주차장 입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몇장. 유원지 같은 분위기도 느껴지고, 주차장 입구 입장권 받는 곳은 대둔산 금강구름다리의 형상을 만들어 놓아 대둔산임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땀 흘린 몸을 씻기 위해 대둔산관광호텔 사우나를 이용했다. 이번 산행은 특별히 산행후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다. 당초에도 수락온천을 갈 계획이었는데 수락온천이 영업을 하지 않아 결국 대둔산광광호텔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땀 흘린 몸을 씻는다는데 의의가 있었을 뿐 정작 사우나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땀만 씻을 수 있어도 얼마나 상쾌한 느낌이 되는지....
산행을 마치고 목욕까지 마치고 나니 동생이 와서 기다리고 있어 일행과 함께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고향으로 출발했다. 오늘 산행은 하루만에 산행에도 참석하면서 고향까지 방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 때문에 동생이 조금 수고스럽기는 했지만 덕분에 산행을 할 수 있어 무리를 한 셈이다. 덕분에 한번 가 보고 싶었던 대둔산을 오를 수 있었고, 아주 즐거운 산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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