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데이. 10월의 마지막날인 10월 31일, 귀신분장 하고 즐기는 유럽과 미국의 축제다.
영국 등 북유럽과 미국에서의 축제중에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할로윈 데이는 원래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이(Samhain)축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과거 켈트족들의 새해 첫 날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1일인데 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동안 다른 사람의 몸 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죽은 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이 기거할 상대를 선택한다고 여겨, 사람들은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자의 영혼이 들어는 것을 막았다고 하며, 이 풍습이 할로윈데이의 시작이다.
할로윈데이에는 '잭-오 랜턴(Jack O'Lantern)'이라 불리는 호박등이 등장한다. 속을 파낸 큰 호박에 도깨비의 얼굴을 새기고, 안에 촛불을 넣는데, 요즘에은 전기불을 넣어 도깨비 눈처럼 번쩍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품으로 문앞에 놓는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할로윈 데이 밤이면 마녀. 해적. 만화주인공 등으로 분장한 어린이들이 “trick or treat (과자를 안주면 장난칠거야)”를 외치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초콜릿과 사탕, 쿠키등을 얻어가는 서양의 축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이나 미국등의 축제인 할로윈데이를 상업적인 관점으로 매출을 올리려는 일부 기업체나 이벤트사들이 늘어, 할로윈 데이가 어떤날인지는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아닌 우리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크게 의미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축제조차도 잘 계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의 축제가 나에게 큰 감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발렌타인데이가 그렇듯이...
생각지도 않고 있던 할로윈데이에 검푸마라톤 클럽의 박재환선배가 할로윈 행사가 열리는 에버랜드 입장권을 준비해서 마음이 맞는 몇몇 회원들이 애버랜드를 놀러 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방문한 이후로 왔으니 7-8년만에 와 본 것 같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늘 마음만 있을 뿐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에버랜드에는 할로윈 데이를 맞아 입구에서부터 할로윈 데이의 분위기에 맞는 각종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각종 기념품과 소품을 팔고 있었다. 대부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았고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처녀 총각이 붐비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처럼 나이 먹은 단체 손님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오늘이 두달 가까이 이어온 할로윈 축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단다.
입구에 있던 매직트리. 다른 곳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매직트리는 특히 더 화려했다. 입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 사진을 찍는데에도 줄을 서서 찍을 정도였다. 어두워진 다음 집으로 돌아갈 무렵에는 이 나무에 조명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내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곳에서 사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사람들이 하도 많아 애버랜드 내에서 여러가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오늘은 몇가지만 이용하기로 했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들끼리 즐겁게 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제일 먼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 극장에서 중세 유럽의 무희와 곡예단을 옮겨와 공연을 한다는 '카니발 엘리시온'을 관람했다. 외국에서 가끔씩 보았던 쇼에 비해서는 약간 수준이 떨어졌지만 무희들의 춤과 곡예사들의 묘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 리프트를 타고 극장으로 이동중에 찍은 사진이다.
썩 감흥을 느낀 공연은 아니였으나 한번에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이였기에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공연 관람후 바로 근처에 있던 T익스프레스를 타러 이동했다. 주말 다른 때에 비해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기다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2시간이 넘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많을 때에는 이것 한번 타려고 도대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인지... 그나마 함께한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기다렸기에 지루함을 덜 느끼고 끝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에버랜드에서 T 익스프레스를 개통한 뒤에 꼭 한번은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끝까지 기다렸는데 인내심의 한계에 이를 때쯤 해서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날이 훤할때 부터 줄서서 기다렸는데 결국 탈 무렵에는 완전히 어두워진 다음이었다. 역시 주말에 놀이기구를 타겠다는 생각으로 오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겨우 3분동안 즐기겠다고 2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우리가 T 익스프레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동안 이은수선배님은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T 익스프레스를 타면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의 사진은 찍어 주었지만 결국 내 사진은 운행이 끝나고 다시 출발점으로 들어올 무렵에서야 다른 사람이 겨우 한장 찍어 주었다. 처음 출발한 뒤 올라갈 때까지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내리막이나 회전을 하는 동안에는 사진 찍을 여유은 있었지만, 몸을 뒤틀어서 다른 사람 사진을 찍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오늘 처음 타 보았기 때문에 원심력을 어떻게 이용할지 몰라서 그랬는데 다음에 다시 타게 되면 충분히 옆사람이나 뒷사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난 이런 어트랙션을 아주 즐기는 편이다. 전혀 무섭지도 않고...ㅎ.ㅎ. 기다리지만 않았다면 몇 번 더 타고 싶었지만 또 한번 타자고 몇 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다.
T 익스프레스가 위치한 알파인 빌리지 지역이 이번 애버랜드 할로윈축제의 중심지인 호러빌리지였다. 이곳에 좀비, 드라큐라, 저승사자 등 유령분장을 한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공포심를 유발시켰다. 오후 6시부터는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는 출입이 제한된다고 되어 있었다. 온 몸에 붕대를 감은 미라, 검은색 의상과 하얀 얼굴을 한 저승사자 등 다양한 유령이 등장하는데, 유령들은 손님들에게 얼굴이 마주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해 공포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손님 등 뒤나 옆에서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만들었다. 해골복장을 한 유령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함께 온 회원들과 간단한 먹거리를 먹기 위해 이동중 할로윈 축제 공연중 하나인 문라이트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카니발 광장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입장객이 가득했다. 몇 분간의 가장행렬과 공연을 보기 위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또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저런 행렬에 끼어 있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오래전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애버랜드 곳곳에 할로윈 축제를 맞아 온통 호박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길가의 가로등도 호박으로 장식되어 있고, 곳곳에 할로윈 축제와 관련된 장식물이 가득했다. 낮에 돌아 다녔으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T 익스프레스를 탄다고 온통 시간을 다 보내는 바람에 풍경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날이 어두워지니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쉽다.
결국 오늘 하루종일 애버랜드의 다섯군데 섹타 중에서 유러피언 어드벤쳐라고 불리우는 곳에서만 시간을 보낸셈이 되었다. T 익스프레스를 타고 난뒤 할로윈 가장 무도행렬을 구경하고 난뒤에는 홀랜드 빌리지로 옮겨서 다양한 맥주와 소시지, 훈제치킨, 오뎅을 시켜놓고 밴드가 불러주는 음악에 맞추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그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유흥을 즐겼다. 밤이 되니 날씨가 조금 쌀쌀해 졌지만 우리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분당에서 우리 일행이 되돌아 오기를 기다리는 신동진선배님이 있어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애버랜드를 나왔다. 나가는 길에 입구에 있던 할로윈 트리에 불이 밝혀져 더욱 인상적으로 보였다. 입장할때도 상당히 잘 꾸며 놓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갈때 줄에 매달려 있는 유령들에게 불이 들어오니 더 환상적으로 보였다.
에버랜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분당으로 돌아와서 간단히 저녁 식사 모임을 가졌다. 함께 갔었던 이은주님은 시간이 늦어 집으로 먼저 갔고, 대신 오늘 일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던 신동진선배가 참석해서 다시 8명이 모였다. 차 때문에 신경이 쓰며 마시지 못했던 술을 분당에 왔다는 안도감으로 많이 마시지는 못했지만 적당히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차를 놓아두고 가도 내일 찾으러 오기가 부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에 가기 위해서 일행들이 모인 시간이 오후 두시가 넘었었고 또 이동하는데에도 시간이 적당히 소요되어 실제로 에버랜드에서 보낸 시간은 많지 않았다. 또한 애버랜드에 입장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이기구를 별로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데에 의미가 있다. 아이들처럼 놀이기구를 타러 간 것도 아니고, 그냥 놀이공원 방문을 핑계삼아 좋은 자리를 마련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일행들의 대부분이 처음으로 아이들과 가지 않고 다 큰 어른들끼리만 방문해, 애들랜드가 아닌 어른랜드에서 나이도 잊어버리고 동심(?)의 세계에 빠져 하루를 보낸 것이다. 모두 박재환 선배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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