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달리기 모임

2011년 검푸배 마라톤 모임(2011.2.27)

남녘하늘 2011. 7. 22. 00:38

 

분기에 한번씩 개최하는 검푸마라톤 클럽의 마라톤 대회날이다. 오늘 대회는 우리 클럽 회원뿐만 아니라 인근 클럽 회원들까지 초청해서 함께 달리고 아침식사까지 대접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봄을 알리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고 예고되었는데 요즘 대체로 일기예보를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 6시가 되기 전에 잠이 깼는데 아직 캄캄하고 어두워 조금만 누웠다가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잠깐의 순간이 엄청 지나가 눈을 다시 뜨니 7시 반이 거의 다 되었다. 7시까지 분당구청에 모여서 회원들과 일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너무 늦었다. 10분만에 대충 준비를 마치고 구청으로... 이미 많은 회원들이 나와서 준비를 거의 끝내 놓았다. 속으로 엄청 미안했다. 비가 오니 일하기 싫어서 늦게 나온 것처럼 되어 버렸다.

 

이미 회원들이 거의 모여서 손님맞이 준비를 거의 끝내가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텐트도 설치하고 대회를 알리는 아치도 세워놓고, 프랜카드까지 설치해 놓았다. 겨우 책상 몇개 옮기는 일을 하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 누구나 자신이 속해 있는 클럽에 일을 잘 처리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클럽도 회원들이 궅은 일은 서로 앞서서 일을 처리하고 다른 회원을 배려하고, 서로간 생각이 다를 때에는 양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큰 행사도 아무런 잡음없이 잘 치뤄내곤 한다. 오늘같은 행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조그만 규모의 행사다.     

 

  

 

 

 

 

우의도 준비해가지 않았는데 주변에 남아 있는 우의 하나를 얻어 걸치고, 남들이 보면 열심히 일한 것처럼 비 맞아가면 남은 일을 함께 했다. 하지만 워낙 일찍와서 행사준비를 한 회원들이 많아서 내가 할 일은 그다지 없었다. 우의를 걸치고 비는 조금 맞았지만 다른 회원들한테 미안해서 열심히 일하는양 설치고 다닌 셈이다. 평소에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데...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검푸 회원들도 더 많이 참가했을 것이고, 인근 클럽 회원들도 많이 나왔을텐데 집에서 나오기도 전부터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참가자가 생각보다는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강남마라톤클럽의 이기종님을 비롯해서 3분이 오셨는데 감기때문에 대회 참가는 하지 않고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 응대를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내가 대회에 참석하다 보니 제대로 접대를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8시 40분까지 대회준비를 끝내고 출발선에 섰다.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에 한번 갔다 왔어야 했는데 늦게 온탓에 미안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출발. 출발하자 마자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고 겨울내내 연습도 별로 하지 못했기에,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비속에서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완주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 여름철 장마비가 내리는 듯하다. 초반은 1km에 5분 페이스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3km를 지날 무렵에 속이 불편해서 화장실을 발견하고 주로에서 벗어나 윗쪽으로 올라 갔는데 화장실 문을 잠궈 놓았다. 엄청 열 받는다. 다시 내려오니 함께 가던 사람들이 그 사이에 훌쩍 앞으로 가버렸다. 다시 속력을 높여 함께 가던 일행을 따라 가는데 페이스를 높이니 바로 힘이 든다. 다시 1km를 더 가니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행이 문이 열려 있었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일을 보고 나오니 벌써 일행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인생사 모든 일이 천천히 가도 쉬지 않고 함께 움직이면 많이 뒤쳐지지 않는데 멈춰 서버리면 함께 가던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다.

 

천천히 속도를 높여 km당 4분 40초의 속도를 유지하며 앞서간 사람들을 뒤쫒아 갔다. 이후 반환점을 갈 때까지 한사람에게도 추월당하지 않고 몇 사람을 추월하면서 뛰어 갔다. 반환점에 가서 목에 감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다시 출발...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이다. 반환점까지 갈 때도 바람이 있어 맞바람인줄 알았는데 되돌아오는 길이 불던 바람은 갈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맞바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비는 점점 더 굵어지고 하체에까지 빗물이 흘러 내려 온다. 하지만 이미 몸이 데워져 있는 상황이어서 중간에 멈쳐 서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비가 무릎에 아이싱을 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올 때도 km당 4분 40초의 속도를 끝까지 유지했던 것 같다. 17km 지점에서는 앞서가던 클럽의 동료 김양희씨도 추월해 버렸다. 끝에 동반주를 해 줄까 생각했었는데 이 속도로 달려보면 기록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해서 그냥 앞서 달려 버렸다. 중간에 두번의 화장실 방문에도 불구하고 1시간 39분의 기록을 달성했다. 화장실에 가지 않았으면 2분은 더 당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빠른 기록으로 들어 온듯하다. 겨우내내 운동을 하지 않은 것에 비해서는 엄청 좋은 기록이다. 

 

 

 

 

분당구청 앞 광장에 들어오니 자원봉사하는 회원들이 라면과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따뜻한 음식을 바로 내어준다. 데워졌던 몸의 열기를 발산시키면서 따끈한 음식을 먹으니 달리면서 춥고 힘들었던 것이 한순간에 잊혀진다. 하지만 아직은 추운날씨. 밥 먹는 동안에 몸이 식어버리는 듯해서 바로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 입었다. 오늘 하루도 겨울비가 내리는 데에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나와서 달렸더니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몸 상태가 3월 중순 동아마라톤 대회까지 유지되어야 할텐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금숙선배님과 이은주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