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동아마라톤 (2011.3.20)

남녘하늘 2011. 7. 26. 01:08

 

이번 동아 마라톤 대회는 내가 국내참가 대회중 유일하게  11번을 연속해서  참가하는 대회이다. 2001년 3월 18일 첫 풀코스 마라톤 참가대회가 바로 동아마라톤 대회였고 그 이후로 올해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대회인 것이다. 첫 Sub-3를 달성한 대회도 2006년의 동아마라톤대회였다. 나에게 있어 동아마라톤 대회는 항상 참가할 수 밖에 없는 숙명적인 대회이기도 하다. 훈련량이 부족했거나 바쁜 일이 있었어도 천천히 뛸 생각을 했지 대회 참가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대회이기도 하다. 물론 대회 개최지가 서울이어서 참가하기가 편하다는 지리적인 잇점도 있었을 것이다.

 

올해 동아마라톤 대회는 그다지 열심히 연습을 하지 못한채 참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있었던 춘천마라톤 대회에서 최근 2년간 기록을 조회해 출발순서를 부여하는데 내가 "C"그룹에서 출발하게 되어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최근 2년간 3시간 30분 이내의 기록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천천히 달린다고 해도, 과거에 마음만 먹으면 3시간 30분안에 달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던 기록이 이제는 정말로 열심히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일년에 한번은 3시간 30분 안쪽의 기록을 달성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고, 그 목표로 정한 대회가 이번 동아마라톤 대회였다.

 

그런데 올해 동아마라톤 대회는 날씨가 뒷받침을 해주지 못했다. 새벽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내리는 비가 출발시간이 되어도 멈추질 않았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 내리는 비는 이미 몸이 데워진 다음에 오기 때문에 몸을 식혀 좋은 기록을 달성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출발하기 전에 내리는 비는 심리적으로도 반갑지 아니하고, 구질구질한 느낌이 들고 물품보관이나 대회운영의 모든 점에서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비와 함께 날씨도 제법 쌀쌀해서 한기가 느껴진다.

 

매번 해 왔던 것처럼 정광춘 아우를 국세청 지하 체력단련장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올해는 외부인사가 너무 많이 찾아와서인지 출입 자체를 통제해버려 만나는 장소가 갑자기 붕 떠버렸다. 인근에 있는 이마빌딩에서 만나기로 변경했는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자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인지 경비하는 인력들이 주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내리는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밖으로만 쫒아내려고 하고 있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한 경비들의 행동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비내리는 밖으로 무조건 내보내려는 것이 그 회사의 이미지에 어떤 도움이 될까? 내부 바닥이 조금 지저분해졌더라도 청소 한번이면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모질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복장을 갖추고 나왔다.

 

이마빌딩 입구에서 정광춘아우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앞쪽에서 분당검푸 회원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여느 해의 대회때와는 달리 비가 워낙 많이 내리고 있어 출발전에 워밍업을 하면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겠다고 큰 건물의 처마아래에 모여서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의를 갖추고 있었고 우산을 준비해서 쓰고 있었다. 나도 우산을 두개 준비해서 하나는 물품보관 가방안에 넣어 두었고 나머지 하나는 출발전까지 쓰다가 버리고 출발할 생각이었다.     

 

 

 

 

분당검푸 마라톤 클럽의 동갑 친구들과 함께. 우의를 하나 준비했으면 좋았을텐데 우의 대신에 우산만 두개를 준비해 나는 우의가 없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준비해왔던 세탁소의 세탁물 포장 비닐을 하나 구해서 머리와 팔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뚫어 즉석 우의를 만들었다. 오히려 크기가 적당해서 달릴 때 거추장스럽지 않아 좋았다. 그 위에 집에서 가져온 와이셔스를 하나 걸치고 있다가 5km정도를 달린뒤에 옷 수거함이 보여서 벗어버리고 달렸다.   

 

 

 

 

출발 20여분전 이제는 출발 준비를 하고 정광춘아우와 사진을 찍었다. 하여간 비오는 날의 달리기는 모든 면에서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달리기 싫다. 오늘은 달리면서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집에서 나오면서 하의는 롱타이즈를 착용했고, 상의도 반팔셔스위에 분당검푸 클럽상의를 겹쳐서 입어 다른 때와는 달리 비교적 따뜻하게 입은 셈이다. 동생은 아예 점퍼를 하나 입고와서 적당히 뛰다가 버렸다고 한다.   

 

 

 

 

즉석 비닐 우의를 입고 달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직 10km지점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이다. 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대략 5km까지만 입고 뛰려 했던 비닐을 10km 통과할 때까지 벗어버리지 못했다. 비닐 안쪽으로 땀이 차고 불편함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비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체온저하나 추위가 더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달리면서 체온이 올라가고, 빗줄기가 가늘어져서 10km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비닐우의를 벗어버렸다. 비닐 우의를 벗어버리니 갑갑함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갑자기 좋아진 느낌이다. 오늘 대회에서 내린 비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 나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비가 체온을 많이 낮춰 주어서 힘들지 않게 달렸다는 생각이다. 구간마다 기록을 측정했는데 거의 등속으로 달렸고, 힘이 부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으니 아주 즐거운 달리기를 한 셈이다.   

 

 

 

 

 

40km 지점을 통과할 때까지 날이 맑지 않았는데 40km지점을 통과하면서 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몸의 다른 곳은 달리면서 체온이 올라갔는데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은 비때문에 너무 시려워 참기가 어려웠다. 장갑위쪽이나 안쪽에 비닐 장갑이라도 하나 착용했으면 좋았을텐데 미처 그것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었고, 다음에 비가 내릴 때에는 요리할 때 사용하는 비닐장갑을 꼭 챙겨야 할듯하다. 오히려 날이 맑아져서 장갑을 벗어버렸더니 장갑을 끼고 있을 때보다 훨씬 낳아졌다.

 

 

 

결승점 300여m를 남겨 놓고 잠실종합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날은 맑아졌지만 아직 운동장 곳곳에도 물이 고여 있다.   

 

 

 

 

대회를 마치고 100회 마라톤클럽의 친구 최병주와 함께. 평소 나보다 연습을 더 많이 못하는줄 알고 있었는데 41km 지점에서 씩씩하게 나를 추월해 가버렸다. 어지간하면 따라서 가고 싶었는데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달려오던 속도로 왔더니 1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1분이면 200m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인데 막판 스터트가 좋았단 이야기는 힘 안배를 잘했다는 이야기다. 들어오자마자 체온 보온을 위해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고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중 잠실운동장을 배경으로 정광춘아우와 함께...   동생이 나보다 훨씬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몇 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잘 달릴 줄 알았다면 출발할 때부터 함께 뛰었으면 두 사람 모두 기록도 좋고 즐겁게 다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이다. 달리기는 정신력이 많이 작용하는 운동이어서 누구와 함께 달리느냐에 따라서 기록의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다. 지난번 고양마라톤 대회때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오늘 나는 내 목표 달성을 위해 혼자 달렸는데 아쉽다.  

 

 

 

오늘 기록은  3시간 26분 36초로 출발하기 전에 마음 먹었던 3시간 30분 이내의 기록을 달성했다. 올 가을 춘천대회에서 'C'그룹에 배정받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오늘로서 112번째 풀코스 마라톤대회에 완주하게 되었다.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마칠 무렵부터 날씨가 좋아졌는데, 천천히 달리는 후미주자들에게는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완주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다. 힘은 들때에 춥고 배까지 고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까지  11년 연속 참가한 동아마라톤의 내 기록들이다.


2001년 3월 18일,  3시간 38분  4초
2002년 3월 17일,  3시간 17분 24초
2003년 3월 16일,  3시간 16분  2초


2004년 3월 14일,  4시간  6분 11초
2005년 3월 13일,  3시간 13분 56초

2006년 3월 12일,  2시간 58분 16초


2007년 3월 18일,  3시간 19분 46초
2008년 3월 16일,  3시간 32분 20초
2009년 3월 15일,  3시간 49분 32초


2010년 3월 21일,  3시간 43분 33초
2011년 3월 20일,  3시간 26분 36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