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회사 동료들과 칠갑산 산행을 갔다 왔지만, 야간에 천진암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회원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어서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대회가 열리고 있는 광주시 퇴촌면으로 이동했다. 대회는 오후 6시에 이미 시작이 되었지만 100km를 달리는 대회인지라 대부분의 주자들은 내일 아침까지 최소 10시간 이상을 달릴 것이다. 이번 울트라마라톤 대회는 우리 클럽의 공식참가 울트라 대회여서 회원이 13명이나 참가했는데, 대회에 참가한 인원보다 더 많은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한다고 나왔다. 그 중에는 밤새워서 자원봉사를 한 회원도 있고, 나처럼 잠시 나와서 중간에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간 회원들도 있다.
4-5년전 두번의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때 친구들이 찾와서 꿀물을 전달해주고 얼음에 얼린 수건을 전달했을 때 느꼈던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지라 나도 가능하면 울트라 마라톤대회때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3년전에 천진암 울트라 대회때 나와서 자원봉사를 한번 했었고, 오늘이 두번째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다. 산행만 다녀 오지 않았으면 회원들과 함께 출발하기 전부터 함께 했을텐데 산행때문에 조금 늦어졌다. 어짜피 내가 없어도 자원봉사자가 많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집에서 밤 10시에 출발해 퇴촌에 도착하니 거의 11시가 다 된듯하다. 자원봉사 활동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베이스캠프로 운영되고 있는 정일영회원의 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합류했다. 이곳에서 여러명의 회원들이 자원봉사도 하는데, 나들이를 와서 단합대회를 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자원봉사용 물품과 주자와 봉사자를 위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정일영회원과 강홍립회원과 김형진선배님과 함께.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오후에 회원들과 함께 와서 대회가 끝난 다음날 아침까지 16시간 넘는 오랜 시간을 자원봉사했다.
김형진선배님과 함께.
내가 베이스 캠프가 설치된 봉사지점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도착한 검푸회원들. 내가 낮에 청양 칠갑산 산행을 할 때 비가 내렸듯이 오늘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열린 광주 퇴촌면에도 출발할 때까지 비가 내려서 초반에 달리는 주자들이 상당히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다행이 출발한후 비가 그쳐서 고생도 덜하고 저체온증으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제 풀코스의 거리를 달려온 셈인데, 아직 가야할 거리가 더 많이 남아 있어서인지 다행이 지친 모습은 아니였다.
차량 한대에 함께 타고 계속 이동하면서 자원봉사를 했던 남한수회원과 윤인수회원과 함께. 달리는 회원들은 힘도 들고 더웠겠지만 움직이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은 남한강변의 바람이 제법 쌀쌀함을 느끼게 했다.
대회에 참가한 회원이 많았지만 달리기 능력의 개인별 편차가 커서 한장소에서 모든 회원들에게 지원을 할 수 없어 정해진 시간대에 있는 몇 몇 회원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자원봉사자는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한 장소에서 모든 회원들에게 지원을 했고, 나와 몇몇 사람은 이동을 하면서 지원을 해 주었다. 오늘 대회에는 13명 참가에 자원봉사자 15명으로 자원봉사자가 참가자보다 더 많았다. 그래서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은 명문 클럽이라고 생각한다.
신화 2리에 있었던 제2 반환점이다. 제1반환점을 돌아서 왔기 때문에 이곳의 위치는 58.2km 지점이다. 이 지점을 통과하면 이제 남은 거리가 41.8km밖에 안된다. 41.8km라고 하더라도 풀코스 대회의 거리에서 300여m 짧은 거리니까 아직도 풀코스 대회 거리만큼을 더 달려야 한다. 내가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면 이제부터는 정신력의 싸움이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에 따라서 완주가 결정되어진다. 이미 육체적으로는 에너지가 고갈되었고, 정신력에 의해서 완주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결승점까지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침에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3시간 정도 봉사를 해주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3시 가까이 되었다. 생각으로는 남들에게 받은 것 이상으로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늘 갚지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나에게 봉사를 해 준 사람들에게 갚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클럽 회원에게 조그마한 봉사지만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다. 산행과 차를 오래동안 탔던 것과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함은 있었지만, 봉사활동은 자기 만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베풀면 혜택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이 베푸는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 울트라 마라톤을 뛰지 않는 것은, 직접 대회에 참가할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대회가 끝나고 난뒤 내가 달렸던 도로를 차를 타고서 이동해보니 엄청 위험한 길을 달렸다고 느껴서이다. 달리기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건강보다도 훨씬 중요한 목숨에 대한 안전보장이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을 알기에 당분간 울트라는 뛰지 않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풀코스도 힘이 든데 그보다 2.5배나 많이 달리는 울트라는 내 체질과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분간은 울트라 뿐만 아니라 풀코스 대회도 자제를 하고, 나중에 다시 많이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그 때까지는 울트라 대회에 자봉이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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