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MBC 한강마라톤 (2011.4.10)

남녘하늘 2011. 7. 29. 00:25


어제 고향에 내려 갔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해서 피곤함이 많이 누적되어 있었다. 차를 6시간 가까이 직접 운전해서 갔다온 여행이라 더 피곤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한 몸을 가누며 대회 참가 준비를 했으나 집에서 나설 때까지 하남 MBC한강 마라톤 대회에 참석할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참가비 낸 것도 아깝고, 또 참석하지 않으면 스피드 칩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무리해서 달리지 않고 천천히 달리기로 생각했다.

 

올해부터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의 참가횟수를 줄이겠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올들어 4번째 참가하는 대회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더 이상 신청한 대회는 없지만, 하반기에 두세번 정도를 더 뛸 생각을 하고 있다. 대회참가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처음 생각했던만큼 줄이지는 못한 듯하다. 대회 참가는 줄이되 연습량은 줄이지 않겠다는 생각인데, 연습량만 줄이고 있는 듯하다.


차를 가지고 하남에 가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갈 때는 편하게 갈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달리고 나서 올 때 너무 피곤할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천호역까지 가면 대회 주최측에서 제공한 셔틀버스가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시간만 조금 더 걸릴 뿐,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다. 집에서 아침 6시 55분에 출발했는데 8시가 다돼서 대회장에 도착했다. 해가 뜨지 않아서 날씨가 생각보다는 상당히 쌀쌀한 느낌이다. 바람까지 불어서 텐트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오늘 대회에서도 정광춘 아우를 만나기로 되어 있어 먼저 연락을 취해 동생부터 만났다.

 

 

 

원래 MBC 한강마라톤 대회의 기념품은 상당히 괜찮다고 소문이 나 있어 대회에 뛰지 않는 사람들도 기념품 때문에 신청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올해 MBC의 대회 기념품이 형편 없었다. 기념품중 티셔스를 포함해서 나머지 물품도 실용성이 없었던 것 같다. 울트라 배낭 같은 것을 지급했는데 앞으로 한번도 사용할 일이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티셔스도 오늘 내가 입고 있는 초록색 민소매였는데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회 주최측에서 매년 기념품을 만들다보니 소재의 한계가 나타난 듯한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 대회 복장은 대회 주최측에서 지급한 초록색 민소매 셔스를 입었다. 보통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들은 소매가 없는 시원하고 가벼운 옷을 입고 뛰는데 때문에 내가 입고 있던 옷을 보더니 지나가던 오석환형이 초보자복장을 했느냐고 웃고 지나갔다. 런너스 클럽에서 실과 바늘로 알려진 김학용형님과 나, 그리고 정광춘아우와 함께.  요즘 서로 바빠서 따로 만날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 대회장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식사도 함께 하곤 한다.   

 

 


사진 몇장을 찍고 정광춘 아우와 김학용형님과 함께 출발점으로 이동, 오늘은 김학용형님은 6분 페이스로 달릴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기록에 욕심은 없어 함께 뛰겠다고 했는데 내심 4시간은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 km당 5분 45초는 넘기지 않아아 하는데... 동생과는 몸가는대로 한번 가 보자고 했다. 출발점으로 이동중 풀코스 참가자 존(zone)이 설치되어 있어 갔더니 파워젤도 나누어 주고 테이핑도 따로 해 주고 있어 상당히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드디어 출발. 세사람 모두 6분 페이스로 달리자고 했는데, 뛰어보니 5분 40초의 속도도 그냥 걷는듯한 느낌이 든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으면서도 몸은 아직 빠르게 달린 그 기억을 유지하고 있는가보다. 그럼 결승점에 도착할 때까지 몸이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연습부족에 따른 근력의 부족은 보완될 수가 없을 것이다. 반환점까지나 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달리는 코스가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조정경기장을 한바퀴 돌면서 김학용형님과 헤어져 버렸다.      

 

 


동생과는 15km까지는 5분 30초의 속도를 유지하고 잘 달렸다. 15km 지점에서 조금 속도를 줄이겠다면서 먼저 가라고 했는데 동아마라톤 이후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한 듯하다. 동생은 오늘 다른 사람의 배번을 달고 뛰었는데 아마 풀코스를 모두 달리지 않고 중간에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반환점을 돌아오면서 아무리 찾아도 주로에서는 다시 보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하니 역시 중간에 돌아왔단다.      

 

 

 

 

  

동생과 헤어진 다음에는 속도를 조금 높여 앞에 가고 있던 100회 마라톤 클럽의 친구 최병주를 쫒아가서 반환점까지 함께 했다. 병주도 2일전까지 술을 많이 마셔서 오늘 대회에 나올까를 고민했다는데 집사람이 하프에 출전해서 함께 나왔다고 한다. 내가 고향에 나무를 심으로 갔다 왔다고 하니, 자신도 나무 심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하면서 다음에 산을 하나 사서 나무를 심고 가족이 함께 관리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23km 반환점을 지난뒤 병주도 힘들어 하면서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한다. 옆에 누군가가 함께 달리고 있으면 힘이 덜 드는데 혼자서 달리려니 훨씬 힘이 많이 든다. 32km까지는 힘은 들었지만 잘 달려 왔는데 10km를 남겨 놓고는 너무 지쳐 버렸다. 그동안 추월했던 수많은 주자들에게 다시 추월을 당하고 시작했다.  

 

 

 

 
달리는 내내 해가 뜨지 않아 그나마 기록이 더 나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막판에 해가 뜨고 더웠으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동아마라톤 대회 이후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더니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겨우 겨우 3시간 47분 56초로 들어왔다. 나의 풀코스 113번째 기록이다. 100번을 넘기고 나서는 풀코스 한번을 더 뛰는 것이 매번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100번을 뛰었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연습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대회를 마치고 천호동 방향으로 나와서 목욕도 하고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런너스 클럽 송파월달 모임에서 준비한 피크닉 장소로 옮겨서 식사와 막걸리, 피자까지 거하게 대접을 받았다. 송파 월달 모임의 김태경님의 초대가 있어 김학용형님과 나, 그리고 정광춘아우까지 세사람이 모두 함께 참석했다. 식사를 하고 적당한 시간에 빠져 나왔어야 했는데 3시까지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셔틀버스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3시경이 인사를 하고 나왔다. 덕분에 운동을 마치고 바로 탄스화물을 섭취할 수 있었고, 준비해 놓은 여러가지를 먹을 수 있었다. 또 한번 신세를 지게 되었다.       

 

 

 

천호동까지 오는 셔틀버스에서 정신 없이 낮잠을 잤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많이 피곤해져서 잠을 자게 되는 것도 올해부터 생긴 버릇인데 어제 고향 갔다가 온 피로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체력이 옛날에 비해서 떨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천호동에 도착해서 일행과 함께 차라도 한잔 했으면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모두 피곤해 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헤어졌다. 

 

동생과는 4월말에 예정되어 있는 발리여행을 가기 전이나 갔다와서 다시 한번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