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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일주 (2011.5.7)

남녘하늘 2011. 8. 16. 00:36

 

최근 들어서 청계산과 불곡산, 남한산성을 오는 기회가 부쩍 많아졌다. 지리적으로도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에 오르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날부터 시작해 석가탄신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중간 평일에 쉬지는 못했지만 집사람과 함께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었다. 특히 오늘은 집에서 멀리 가느라 오가는데 시간을 보내지 말고, 가까이 있는 남한산성에 가서 남한산성의 성곽을 따라서 일주를 하자고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수없이 남한산성에 갔어도 성곽 일주를 한번에 끝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주로 동료들과 함께 갔었기 때문에 주로 북문에서 올라가 서문과 수어장대를 거쳐 남문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대부분이었고, 산성 일주를 결심하고도 매번 중간에  일찍 끝내고 막걸리에 파전이나 먹자고 유혹을 하는 동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성곽 전체를 돌아보았다. 대부분의 구간은 성곽 안쪽으로 나 있는 편한 길을 따라 걸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성곽 바깥쪽을 걸어보기도 했다. 성 바깥쪽을 따라 걷는 것도 적당히 운동도 되고 꽤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경기도에서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복원을 많이 해 놓아 성벽이 많이 복원되어 다니기 편하다. 산 윗쪽이라 아직 벗꽃도 남아 있었고, 초록색 신록과 함께 눈이 호강한 즐거운 산행이었다.

 

그동안 성곽을 나누어서 다녀 보았기에 어떻게 성곽을 도는 것이 가장 편하게 다닐 수 있는가를 알았기에 동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동문에서 출발해서 북문, 서문, 남문을 거쳐 다시 동문으로 내려 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어짜피 한바퀴 돈다면 어떻게 가던지간에 똑같은 거리를 다녀야 하지만 처음에 힘들게 올라갔다가 막판에 편하게 오는 코스를 잡은 것이다. 더구나 동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성곽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인 편리함도 있다.

 

연휴를 맞아 산책겸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가 편했다. 동문에서 장경사 방향으로 올라가서 얼마 되지 않아 신록과 성곽을 배경으로....   

 

 

 

 

동문에서 북문 쪽으로 가다보면 바로 만나게 되는 장경사에 들렀다. 장경사는 인조 2년(1624년)에 남한산성 보수를 위해 전국의 승려들을 징집하여 성을 쌓게 하였고 축성 후에 승군을 주둔시켰는데 이들의 위해 건립한 절이다. 망월봉 중턱에 위치한 장경사는 비교적 넓은 공간에 세워져 둘러 볼 곳이 많다. 석가탄신일이 삼일 앞으로 다가와 절안 곳곳에 연등이 많이 걸려 있었다.      

 

 

 

 

장경사를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작은 암문이 하나 나타나는데 이 암문 밖이 장경사신지옹성이다. 곡선의 옹성 너머로 광주에 있는 산들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장경사신지옹성은 겨울철 남한산성을 돌다가 따스한 양지가 필요할 때 유용한 장소같아 보였다. 따스한 햇살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이다.

 

 

 

일부 구간은 성곽 바깥 구간을 걸어보았다. 성곽 안쪽은 굉장히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정비가 되었지만 아직 바깥쪽은 가파르고 위험한 구간도 일부 있었다. 운동도 되는 것 같고, 사람도 많지 않아 나는 좋았는데 집사람은 겁이 많아 위험하다고 한다. 결국 조금 걷다가 다시 성 안쪽으로 들어와 나머지 구간을 계속 걸었다.    

 

 

 

 

 

남한산성 서문은 산성의 북서쪽 모퉁이로 해발 450m의 고지에 있으며, 병자호란때 인조가 이 문을 통해 나가 청태종에게 항복을 한 치욕의 문으로 불린다. 서문은 남한산성의 4개 대문 중 가장 외지고 작아서 출입구는 높이가 210cm, 폭은 140cm에 불과해 말을 타고 나갈 수가 없는 곳이였다. 1637년 1월 30일 인조는 세자와 함께 이문을 통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 삼전나루터에서 항복을 했다. 이 문에 올 때마다 우리가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최근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과 관련해서 민간단체에서 반대운동을 벌리는 것을 볼 때 정말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의문스럽다. 국가든 개인이든 힘이 없으면 언제든지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 역사인데...  

 

 

 

 

 

서문을 지나 남한산성 인근에서 제일 높은 청량산(482m) 봉우리 쪽으로 오르는 중이다. 이곳에서는 서울 강남권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에 비해 가시거리가 짧은 탓에 시야가 흐렸지만 남산도 보이고 북한산도 보였다. 지휘와 관측을 위한 목적의 군사시설로 남한산성에 있던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수어장대는 여러번 들렀기에 오늘은 건너 뛰었다. 성안에 있는 건물 중에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로 영조 27년에 2층 누각을 증축하고 수어장대(守禦將臺) 편액을 설치했다.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 정상을 지나면 이제부터는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훨씬 많다. 평소 운동이 부족한 집사람을 슬슬 요령을 피우고 싶어하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달래고 있는 중이다. 오늘 반대방향에서 왔다면 이 코스를 올라 갈때 조금 힘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와서 비교적 쉽게 내려 가고 있다.

 

 

 

 

남한산성 남문은 지화문이라고 부르며 남문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주차장에서 수어장대로 향하는 짧은 산행을 위해서 오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남문 근처에는 잣나무 숲이 있어 쉼터로는 제격이라 휴식을 위해 찾은 이들에게는 알맞은 장소다. 4개의 성문중 성문 주변 조경을 제일 잘 해 놓아서 남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남문(지화문)에서 동문(좌익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가장 최근에 복원을 마친 구간이다. 비교적 경사가 심해서 복원을 하기에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왕 돈을 들여서 복원을 할 때에는 너무 인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싶다.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만든듯한 느낌이 생기는 곳이 더러 있었다. 이 구간에는  산성의 비밀통로인 암문들이 많이 있으며, 성곽 밖으로 또 다른 성곽을 쌓은 옹성도 여러개 있었고 아직 복원공사를 하고 있었다.

 

 

 

 

 

성곽을 한바퀴 모두 돌고 다시 동문을 향해서 내려 가는 길이다. 이 구간은 얼마전까지 성곽 복원을 위해서 공사중인 구간이었는데 이제 복원을 끝내고 다닐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연한 초록색의 모습이 너무 신선하다. 시기적으로 산에서 피는 벚꽃이 남아 있고 신록이 나오는 시기라면 이 구간이 산성일주 구간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계절이 바뀌면 다른 곳에 더 멋있을 수 있겠지만...    

 

 

 

동문에서 성곽 돌기를 시작해서 북문과 남문을 거쳐 다시 동문으로 내려 오는 길에 망월사를 보았다. 망월사(望月寺)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문으로 내려오면서 계곡 건너편에 있는 망월사를 보았는데 오늘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는데,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가까이 와서 보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멀리서 볼 때가 훨씬 좋았다는 이야기다.

 

 

 

 

망월사가 자리 잡고 있는 부지는 동문 가까이 있는 경사가 심한 지역으로서 사찰을 조성하는데 있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仁祖)의 지시에 의하여  남한산성의 축성에 기여하였으며,  승군이 청나라 군대에 맞서 싸웠다라는 연혁은 있으나 현재의 절은 모두 새로 지은 듯하다. 극락전(極樂殿)과 대웅보전(大雄寶殿), 범종각(梵鐘閣) 석탑등이 좁은 공간에 옹기 종기 모여 있었다. 망월사의 뒷쪽 산이름이 망월봉이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군대는 망월봉에 진을 치고 성안으로 포탄을 쏟아 부어 조선의 항복을 재촉했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천천히 시간을 갖고 남한산성을 둘러 보았는데 앞으로 시간이 주어지면 계절별로 한번씩 둘러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곳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싶다. 집에서 남한산성까지 이동하는데에도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서두르면 산성을 한바퀴 돌아도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부지런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천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남한산성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잠정 등재되어 있는데 각종 시설이 잘 정비되고 고증을 거쳐 잘 복원해서 우리나라 산성 가운데 가장 보전이 잘된 곳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