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불기 2555년이다. 석가탄신일을 몇 일 앞두고 종로에 나왔는데, 초파일날 조계사를 다시 찾아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 종로에 나온김에 견지동에 있는 조계사를 방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평소에 절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산행을 갔을 때 절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정도의 불교신자이다. 올해 대입시험을 보는 녀석이 둘이나 있어 조계사에 들러 공부하는 아이들의 건강과 대학수능시험을 잘보게 해달라고 기원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청계천과 시청앞 광장을 두루 구경하고 나서 조계사로 향했다.
종각역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들어오니 종각역에서 안국동까지 이어진 도로도 상당히 넓은 길인데 오늘은 교통이 통제되어 있었다. 불교단체에서 여러가지 행사를 하기때문에 통제를 시켜 놓은 듯하다. 평소에 다닐 수 없는 넓은 도로를 마음껏 걷는 것도 꽤 기분이 좋다. 조계사로 향하는 중간에는 연등회를 개최하기 위한 무대장치까지 설치하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연등행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무대장치 설치에 이어 좌석을 배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연등회 행사까지 보았으면 좋겠지만 밤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도로 중간에 연등축제때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몇 몇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낮에도 안쪽에 조명을 켜 놓으니 제법 보기에 좋았다. 외국에 나가면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인데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연등행사 때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얼마전 청계천의 연등축제 때에도 볼 것 같다.
조계사 정문 근처의 불교용품점에서 초파일을 앞두고 커다란 연등에서부터 조그마한 휴대용 연등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조그만 연등이야 차에 갔다 놓을 수도 있어 사가지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커다란 연등은 나라면 사지 않을 듯한데 집에 커다란 연등을 사가는 신도들도 있는가보다. 팔리지 않으면 많이 갔다 놓지 않았텐데. 초파일을 앞두고 외국인들도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기념품으로서 화려한 연등을 사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계사는 건립된지 100년 정도가 되는 역사는 그리 깊지 않은 사찰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조계사 옆에 있는 학교를 다녔기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남들보다 조계사에 자주 드나들기도 했었다. 그 때는 조계사가 지금에 비교하면 훨씬 좁은 도량이었다. 일주문도 지금처럼 크게 지어진 것도 아니였고 길가에서 법당이 보이지도 않았으며, 길가에서 좁은 골목을 들어가야만 나오는 그런 사찰이었다. 주변에 있던 음식점과 자그마한 건물들을 조계사로 편입시키면서 규모가 많이 커진 셈이다.
일주문 옆 화단에는 각종 꽃을 심어 놓았는데 여러가지 꽃이 어울려 보기 참 좋았다. 도심 속에서 보는 인위적인 자연의 멋. 잠시나마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올해도 조계사 앞마당과 입구쪽에는 각양각색의 연등이 빼곡히 차 있다. 여기에 각자의 소원들 담아 이름표를 채워 나갈 것이다. 연등에 이름을 다는 모든 이들의 꿈과 소원과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대기업은 돈이 넘쳐나도 개인은 어려워지고, 천민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있어서 진정한 공정사회가 되는 것이 어려운데, 공정사회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서민들의 삶과 형편이 낳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파일을 앞두고 절에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인가?
조계사 한쪽에서는 오늘 초파일을 앞두고 거리 연등행사를 진행할 모양인 듯했다. 동자승도 행사가 열리는 쪽으로 이동하고, 많은 신도륻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동국대학교에서 조계사까지 종로거리를 통제하고 연등행사가 있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접했는데 어제 행사는 불교종단의 행사이고, 오늘 행사는 조계사의 자체 행사인 모양이다. 자체 행사도 규모가 크게 열리는 듯하다. 출발하는 모습만 보고 함께 따라 나서지는 않았다.
법당에 들어가서 가족의 건강과 아이들의 대학수능시험을 잘보게 해 달라고 기원하고 나오는 길이다. 스스로 노력하고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겠지만, 그래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조계사를 방문했으니 내일모래 초파일에는 분당에 있는 몇몇의 절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조계사 절마당에 있던 연등에 불이 들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녁 무렵이 되니 개별등에 모두 조명이 켜졌다. 조명이 들어오니 보기에 훨씬 좋다. 사진으로는 그 분위기가 전달되지 않는다. 초파일을 앞두고 조계사를 찾은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가 절을 나올 무렵에도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조계사를 나와서 인사동길을 통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인사동 길에는 한참 전에 출발했던 연등행렬의 후미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 인사동을 통해서 종로로 나갔다가 다시 조계사로 돌아오는 코스였던 것 같다. 외국인이 많은 인사동에서는 연등행렬이 아주 굉장한 볼거리라도 되는양 관광객들이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거리 행렬이 초파일 이외에는 별로 없기에 그들의 눈에는 굉장히 신기해 보였을 수도 있다. 연등행렬에 참가한 사람과 관광객이 뒤엉켜 인사동길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앞으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초파일을 앞두고 집사람과 함께 조계사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듯 싶다. 내 생각에는 조계사에 자주 왔기에 여러번 오지 않았나 싶었는데 모두가 결혼 전 일이였고, 나머지는 초파일이 아닐 때에 찾아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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