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칠갑산 산행 (2011.5.21)

남녘하늘 2011. 8. 19. 00:34

 

회사 산악회에서 "콩밭 메는 아낙네야∼"로 시작되는 대중가요로 유명한 충남 청양의 칠갑산(七甲山 560m)을 다녀왔다. 칠갑산은 진달래와 철쭉으로 유명한 명산인데, 서울에서 청양 칠갑산까지 약 150 km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그동안 다녀오지 못한 산이였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산에 오르지 못할 정도의 빗줄기가 아니어서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였고, 비를 맞더라도  즐겁게 산행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부담도 없다.

 

산행의 출발지인 칠갑산 휴게소에 도착해서 천장호로 들어가는 입구에 모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1박2일팀이 촬영지가 칠갑산 천문대와  천장호 출렁다리를 비롯한 청양에서 있었다고 알리는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칠갑산은 서울서 멀지 않은 산이지만 산행객이 그리 많은 산은 아니였다고 하는데 최근 방송이 나간 뒤에 관광객들이 정말로 사람이 많이 다녀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관리사무소 직원이 해준다. 매스 미디어의 영향이 엄청난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등산의 국내 최장으로 꼽히는 천장호 출렁다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모형의 주탑을 통과해 200m가 넘는 다리를 출렁거리며 걷게 되는데, 칠갑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천장호의 맑고 푸른 호수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 다리를 흔들거리는 장난도 치면서 건널 수 있기도 하다. 지역 특산물로 구기자와 고추를 홍보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청양군의 노력이 이 다리에서도 엿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배되는 고추 중 가장 매운 고추 품종 중의 하나인 청양고추는 이곳 청양이 아니라 제주산과 태국산 고추를 잡종교배하여 만든 것으로 경상북도 청송군과 영양군 일대에서 임상재배에 성공해 청송의 청(靑),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청양고추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재 청양군은 청양고추를 아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으며 천장호를 감상한다. 천장호는 지난 1979년 완공되었으며, 깨끗한 수질과 빼어난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청양명승 1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7년간의 공사 끝에 축조된 관개용 저수지로 면적은 1,200㏊이다. 1㏊(헥타아르) 가 10,000m²이며 3,025평이니 대략 3백6십만평 정도 되는 넓은 호수이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에는 모두 7개의 등산로가 있다. 장곡사, 대치터널, 천장호 출렁다리, 도림사지, 까치내 유원지, 자연휴양림 등을 기점으로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어느 산길을 택해도 정상까지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급경사 오르막인 산행 들머리의 목재 데크 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산행들머리의 급경사 오르막을 지나면서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 이어진다. 우리가 출발한 천장호에서도 정상까지는 대략 3.6km의 산행코스였는데 비때문에 길도 조금 미끄럽고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정상까지는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이동했다. 비때문에 중간에 한번의 휴식도 취하지 않았다.   

 

 


칠갑산은 해발 561m의 높이에 자연경관이 수려한 산으로 참나무 등 울창한 활엽수림과 수십년생 소나무가 등산로 주변에 있고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는 가족단위의 산행지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비와 함께 구름이 전망을 가려 산에 오르는 동안 주변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미끌어지지 않기 위해 발을 디딜 장소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입구에는 청양이 고추의 산지임을 강조하기 위해 표지판이 있었는데 모두 고추모형 위에 글씨를 써 놓았다.     

 

 

 

 

정상에서는 남동쪽에 계룡산, 서쪽으로 오서산이 아득히 모습을 보인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보이는 것은 안개와 구름 뿐이다. 희미하게 정상에 있는 통신탑과 근처에 있는 등나무 휴게소만이 보일 뿐이다.     

 

 

 

해발 561m인 칠갑산. 백제시대에는 이 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하였다 한다. 산행을 시작하던 초입에 있던 위 용과 호랑이 안내판에는 칠갑산에 대하여 "…칠갑산은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 '칠(七)'자와 육십갑자의 첫번 째이고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자를 써 생명의 발원지로 전해져 오고 있으며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 보는 산세에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어 칠갑산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 갑(甲)이 육십갑자의 첫번 째라는 것은 바로 알아 듣겠으나,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이란 무엇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칠갑산 정상 넓은 공터에서 내리는 빗줄기 속에 간단한 휴식과 간식을 먹은 후 하산을 시작한다. 산을 오를 때에도 칠갑산 정상을 향해 서쪽으로 이어진데 이어 하산길도 장곡사로 향하는 서쪽 방향이다. 산길이 끝나는 장곡사까지는 3km, 귀가 차량이 기다리는 주차장까지는 4.3km의 거리이다. 비가 조금 덜 내렸거나, 단체로 산을 찾은 0000보험공단 사람만 없었으면 아주 즐거운 산행이었을텐데 조금 아쉬운 산행이 되었다.  3-4천명 단위로 산에 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거의 폭거에 가깝다. 무식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인원이 많으면 산으로 갈 것이 아니라 계곡이나 확 트인 바다로 갔어야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규모 단체 산행객으로 인해 추월할 수도 없고 주변을 감상할 수도 없어 짜증이 나기 시작할 무렵 산행이 끝나고 장곡사 경내에 발 아래 보였다. 이제부터는 길이 넓어지니 화를 내지말고 마음을 다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장경사의 해발고도는 대략 150m정도이다. 산행내내 내렸던 비가 절에 도착할 무렵부터 그치기 시작했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는 850년 통일신라 문성왕 때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한 천년고찰  장곡사(長谷寺)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건되고 보수된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본존불을 모신 대웅전이 2개인 절이다. 상대웅전은 신라, 하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 각각 지어진 것으로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을 띤 대웅전이 한 사찰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  절에는 국보 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등 2개의 국보와 보물 162호, 181호인 상하대웅전 등 4개의 보물이 있다. 유형문화재 151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절마다 한두 개쯤은 솟아 있는 탑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곡사의 특징이다.     

 

 

 

 

두 개의 대웅전이 동남향과 서남향으로 좌향만을 달리한 채 비탈길 위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위쪽은 상대웅전, 아래쪽은 하대웅전이라 불린다. 사진은 보물  제162호인 상대웅전의 모습이다. 맞배지붕 구조에 전면 3칸 측면 2칸인 점은 아래의 하대웅전과 유사하나 하대웅전이 조선시대에 지어진 것에 반해 이 상대웅전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 아주 특이한 점은 건물 안쪽 바닥에는 전돌을 깔았으며, 그 중에는 통일신라 때 것으로 보이는 잎이 8개인 연꽃무늬를 새긴 것도 섞여 있다는 점이다. 

 

 

 

 
장곡사(長谷寺)는 850년(통일신라 문성왕 12년)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장곡사를 본 느낌은 비온뒤에 느끼는 감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용하고 아늑한 사찰이었다. 대웅전이 두개 있다는 것 이외에도 하대웅전 내부를 보면 보물  제337호인 금동약사여래좌상(金銅藥師如來坐像)이 홀로 모셔져 있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고 통상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함께 모시는 경우가 많은데 대웅전에 약사여래상을 홀로 모신 경우는 오직 이곳 장곡사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이한 광경이었다. 

 

 

 

 

장곡사 경내를 여유있게 두루두루 살피다 보니 우리 일행이 가장 후미로 떨어지게 된 것 같았다. 물기를 머금고 초록이 가득한 나무 터널길을 부지런히 내려와 장곡사 경내로 들어가는 첫번째 문인 일주문을 벗어나며, 천장호 출렁다리에서부터 장곡사까지 이어진 칠갑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초반에는 비때문에, 정상에서는 운무로 인해, 하행길에서는 너무나 많은 인파로 인해 그리 즐거운 산행은 아니였지만 동료들과 함께
산행하며 귀중한 우리 문화재를 둘러볼 수 있는 행복한 주말 여행이었다고 자위한다.   

 

 

 

주차장까지 내려와 주차장 한켠 등나무 꽃이 피어 있는 야외 식탁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서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장곡사에 도착할 무렵부터 비가 그쳐 등나무 아래에서의 식사가 가능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 바로 인근에 칠간산 장승공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찾아보질 못했다. 주변에서 몇 개의 장승은 보았지만 300여개의 장승을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매년 4월이면 장승 문화 축제까지 열린다고 하던데...   

 

 

 

 

분당에 다시 도착하니 저녁 5시경. 비로 인해 아주 즐거운 산행은 아니였지만 그동안 가보고 싶었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칠갑산에 갔다 왔다는데 의의가 있다. 난 오늘 밤 늦게 또 다른 모임이 예정되어 있어 그냥 집에 가고 싶었는데 오늘 산행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동료들이 막걸리 한잔을 더하고 헤어지자고 해서 분당에서 간단한 뒷풀이가 이어졌다. 생각지도 않은 꼬막과 고등어 안주를 곁들이 막걸리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