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천태산 산행 (2011.6.18)

남녘하늘 2011. 8. 24. 00:37

 

회사의 6월달 정기 산행은 충북 영동에 있는 천태산으로 정했다. 천태산(715m)은 바위가 많은 산이여서 충북의 '설악'이라고도 불리는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밧줄을 타고 오르는 암벽 등산코스도 있어 다양한 난이도의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또 천태산 입구엔 천년 사찰 영국사, 천년 이상된 것으로 알려진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33호)를 만날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충북 영동이 서울에서 많이 먼 곳이 아니어서 아침 7시 회사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로 했는데, 기사 아저씨가 출발 장소를 정확히 알지 못해 출발부터 조금 늦어졌다. 그러나 출발이 조금 늦어진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통해 금산IC를 나온 다음에 발생했다. 목적지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아니면 네비게이션에 의존해서라도 찾아가야 했었는데, 두가지 모두 무시해버리고 천태산을 가까이 두고 금산과 영동을 빙빙 돌면서 한시간도 넘게 허비해 버렸다. 결국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활용해서 목적지에 찾아갔다. 차량에 네비게이션도 준비해 오지도 않았는데, 고객 만족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기사 아저씨가 아니였나 싶다. 그래도 매번 이용했던 버스회사여서 직접 대놓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산행을 시작하기전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우여곡적 끝에 영동 천태산 입구에 도착했다. 9시 반부터는 산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11시가 다 되어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주차장에는 여러 산악회에서 온 대형관광버스들이 많이 보였다. 천태산에 대해서 나는 잘 몰랐지만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주차장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한 장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빙빙 돌아오느라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동료들끼리는 서로 재미있게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맘으로 산행을 하려고 서로 노력했다.   

 

 

 

 

 

본격적인 등산은 천년고찰 영국사를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표지석이 있는 입구에서부터 영국사까지 가는 계곡길도 꽤 운치가 있는 편이다. 1㎞쯤 되는 거리인데 오른쪽으로 내내 계곡이 이어진다. 중간 지점에는 자그만하지만 폭포도 있고 편안한 숲길이 꽤 괜찮다. 충북의 설악으로 표시된 입구의 표지석을 지나며...    

 

 

 

영국사 절 앞쪽에는 수령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3호)가 있다. 높이가 31m이며 가슴 높이의 나무 둘레가 약 7m로 국가에서 재난이 있을 때마다 크게 울었다는 신목(神木)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족히 어른 넷은 껴안아야 될 만큼 큰 덩치의 나무다 보니 드리우는 그늘의 넓이도 대단하다. 용문산 은행나무보단 수령이나 크기가 조금 작아 보이지만 그래도 엄청난 크기였는데 그동안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나 역시 이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천태산(715m) 산행은 영국사(寧國寺) 오른편에 있는 샛길에서 시작된다. 천태산의 등산 코스는 A·B·C·D 4개의 코스가 있다. '미륵길'이라 불리는 A코스는 절 오른편서 능선의 암벽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최단 코스다. '남고갯길'로 불리는 D코스는 하산할 때 많이 이용한다. 우리 일행은 산행객들이 천태산을 산행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A코스를 통해 올라가고, D코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천태산은 지나치게 가파르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쉬워서 아무나 오르내릴 수 있는 산도 아니다. 천태산은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윗덩어리라는 느낌이 드는 산으로, 걷는 것보다 로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암벽을 하나 오르면 다시 조금 더 긴 암벽이 기다린다. 이쯤이야 하고 넘어가니 또 다시 암벽의 이어졌다. 점점 더 높이를 더하더니 30m쯤 되는 높이의 암벽이 또 막아선다. 힘들여 바위를 올라 뒤를 바라보니 영국사를 비롯해 산 아래 마을이 한 눈에 펼쳐졌다.

 

 

 

 

 

드이어 천태산 산행의 백미인  75m 암벽이다. 수치상 각도는 70도라고 하는데 바위에 발을 딛으면 느낌상으로는 거의 직각에 가깝다. 조금 험난한 코스이다 보니 여기서부터는 정체가 생겨 길게 줄이 늘어서고 진행이 상당히 더뎠다. 바위를 오르면서도 주변의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암벽타기에 자신이 없는 이들은 오른쪽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편한 길로 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바위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조망은 천태산 정상보다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은것 같다. 저멀리 주차장을 비롯해 우리가 올라온 길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 암릉에 올라선 뒤 또 한번의 암벽을 지나면 주능선에 닿는다. 정상은 주능선 갈림길에서 북서쪽으로 200m쯤 떨어져 있다. 힘들게 오른 정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30평쯤 됨직한 조그마한 면적에 천태산(해발 714.7m)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영국사에서 이곳까지 오르는데 대략  1시간 3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서대산, 남쪽으로 성주산이 보이고 멀리 덕유산·계룡산·속리산까지 눈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 어디가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정상을 오르면서 보았던 신기한 나무. 벼락을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에 한번 꺽어진 상태에서 아랫쪽으로 자라다가 다시 두개의 줄기를 윗쪽으로 뻣쳐 놓았다. 지나는 사람들이 걸터 앉기도하고 기대기도해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단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기가 많은 나무로 보인다.

 

 

 

정상 표지석을 조금 넘어가면 조그마한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오늘은 산을 내려가서 영동에서 유명한 어죽을 먹기로 되어 있어 산행중에 식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오랫만에 집사람에게 부탁해서 점심을 준비해 왔는데, 먹지 않고 다시 가지고 가면 다음부터는 절대로 준비해주지 않을 것 같아 옆에 있는 동료와 함께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 따라서 영동에서의 어죽과 도리뱅뱅은 물 건너 갔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주능선인 D코스를 이용한다. C코스는 약간 어려운 암릉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는 부담스럽다고 한다.   

 

 

 

D코스에 있는 천태산의 명물인 암릉구간이다.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탁트인 시야를 걷는 암릉산행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수 있는 코스였다. 

이 암릉 구간을 지나고 나면 숲이 우거지고 길이 평탄한 하산길이 나온다. 산행도중 사진을 찍어주는 이제헌님의 요구로 처음으로 연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름하여 공중부양...  나이가 더 먹게되면 할 수 없는 연출사진이다.           

 

 

 

 

수령이 10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마당 앞쪽에 있는데 그곳이 바로 양산팔경의 제1경인 영국사(寧國寺)다. 신라 때 창건된 영국사는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인 대각국사(大覺國師)가 크게 중창한 뒤 국청사(國淸寺)라 불렀다. 이후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이 피란와서 ‘나라가 평안해지라’고 기도를 한 후 지금의 영국사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앞에 서 있는 3층탑(보물 제533호)와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보물 535호인 망탑 등 사적이 많다.   

 

 

 

 

 


절은 소담하다. 보통 절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통과하는데 영국사는 둘다 없이 만세루를 통하면 바로 대웅전이다. 대웅전 왼쪽 뒤편으로 산신각이 세워져 있고, 대웅전 옆으로는 극락보전만이 있을 뿐이다. 절 마당에는 보리수와 배롱나무가 심어져 있고, 삼층석탑이 비어 있으면 허전해 보일 오른쪽 공간을 채우고 있다. 보통 절에 가면 앞에서 말한 일주문과 천왕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영국사에는 없을 뿐더러 만세루 옆으로 넓찍한 도로가 나 있어 만세루를 지나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영국사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보살님으로부터 영국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불교 교리에 관한 이야기등 다양한 내용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중이다. 아미타여래불을 모시는 불전을 극락보전이나 무량수전이라고 한다는 것과,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이라는 것도 배웠다. 영국사에는 전각이라고는 대웅전, 극락보전, 삼신각 만이 있는 것 같다.   

 

 

 

영국사를 나와 주차장으로 이동하면서 은행나무 앞에서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하고...    

 

 

 

주차장을 거의 내려와 충북의 설악, 천태산 계곡이라고 쓰여진 표지석 앞에서 이제헌님과 함께... 우리 산악회 총무님으로 회원들의 안전한 산해을 위해 노력 봉사하는 동료이다.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내려 오니 영동에서 생산되는 산머루 와인을 전시하면서 시음행사와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산 와인과 우리 와인과의 맛 구별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시음을 해보니 우리 와인도 맛있어 한병 샀다. 회사 이름이 '컨츄리농원'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산머루와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이왕이면 한국적인 이름을 붙이면 더 좋지 않았나싶다. 

 

산에서 점심을 먹지 않은 이유와 오늘 굳이 천태산을 택한 이유가 양산면 가선리에 있는 '가선식당'에서 어죽을 먹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도착해보니 꽤 유명한 식당인듯 했다. 장사가 잘 되니 주차장도 크게 만들어 놓고 본 식당 옆에 넓직한 단체손님을 받는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 기본적으로 맛이 있다는 이야기인듯... 하지만 난 산에서 이미 충분히 식사를 했던지라 그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보다 집에서 먹는 음식이 더 맛있다는 자기 합리화....   다음에 영동에 올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한번 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