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통방산 산행 (2011.8.20)

남녘하늘 2011. 9. 10. 00:38

 

100산회 회원들과 함께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산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동안 산에도 함께 다니지 못하고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다. 내가 참석해서인지는 몰라도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8명의 회원이 양평의 통방산(650m)과 삼태봉(683m)을 향해서 출발했다.


통방산(650m)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과 가평군 설악면이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화야산(755m), 삼태봉(683m), 중미산(834m)과 함께 연봉을 이루고 있는 산이다. 능선이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뻗어 있고, 정상은 육산으로 좁은 안부가 있고 나무로 가려서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으며 산으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는 산이기도 하다. 참나무숲이 울창하며, 봄에는 철쭉이 아름답다고 한다. 

 

산행 지도를 하나 준비해서 산행 기점인 노문리에 도착했는데 입구를 찾지 못해 오랜시간을 지체했다. 차를 타고 명달리 방향으로 올라 갔더니 상산재가 나와서 다시 노문리 입구로 되돌아 왔다. 산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표시판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한참을 헤멧는데, 근처의 주민에게 물어보니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가 일주암에 가는 길로 가면 등산로가 나온다고 알려준다. 차를 타고 산길을 올라가게 되면 산행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아 노문교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도로를 따라서 일주암 가는 입구를 찾아서 산행을 시작한다.  

 

 

 

노문리에서 명달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서 10여분을 걷다보면 일주암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나온다. 물론 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서 일주암 방향을 따라서 상당한 경사로를 한참 오르다 보면 드디어 산행을 시작하는 산길이 나온다. 이 아스팔트 포장길을 오르는 동안 벌써 땀을 엄청 흘렸다. 통방산이 산행 초입에 경사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정말로 경사가 상당하다. 그래도 등산 안내도가 있는 샛길부터는 나무 숲속길을 걷게 되어 한결 낳다.   

 

 

 

 

산행을 하기전에 알아보았던 것처럼 이곳에서부터 봉우리에 올라서기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졌고 사방이 막혀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재미도 없고 답답한 느낌.  산행의 재미가 별로 없는 산이라고 생각되며, 서울에서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유가 있는듯하다. 한참을 올라 송전탑을 지나 능선이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면 조망도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고 산행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통방산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란 것은 알고 있었는데 산행을 하는 중 딱 한팀을 만났을 뿐이였다. 산아래에서 우리처럼 입구를 찾지 못해 같이 헤메고 있던 팀이였는데 일주암 입구쪽에서 산행이 시작된다고 알려 주었더니 차를 타고 일주암 입구까지 와서 산행을 시작했던 팀이였다. 우리보다 30분은 먼저 출발했는 통방산 정상에 와서 만나게 되었다. 100산회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보다는 이런 호젖한 장소를 많이 찾기때문에 산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도 아쉬움은 없다.  사방 모두 조망이 가능한 산, 또는 사방으로 통하는 산이라 해서 붙여졌다는 통방산이건만 나무와 옅은 구름으로 인해 은 녹음으로 사방 조망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통방산 정상까지는 올라 왔지만 아직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조금 넘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삼태봉까지 이동한 뒤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삼태봉 정상까지는 1.4km정도 남았다고 되어 있었다. 같은 표시판에 한곳에는 1.4km가 남았다고 되어 있고 바로 윗쪽에는 1.0km가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걸어가보니 1.4km도 더 되어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이어서인지 중간중간에 있는 표시판과 거리표지가 제각각이고 정확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날이 맑지 못해 시계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삼태봉으로 이동중 통방산 정상을 찍은 모습이다. 삼태봉이 통방산보다 조금 더 높은 봉우리이기 때문에 이곳에 삼태봉은 아닌듯 하다. 이곳에서 날씨가 맑으면 고동산 화야산 능선이 보인다고 했는데 시계가 1km정도에 불과해서 더 멀리 있는 것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이다. 올라 오는 동안에도 나무 숲속을 지나오느라 주변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모처럼 시야가 뚫린 곳에서도 낮은 구름으로 인해 주변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이곳에 삼태봉 정상인줄 알았다. 구름으로 인해 주변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지도 않았고, 표시판에 통방산이 1.0km 남았다고 되어 있어, 통방산 정상 표지판에서도 삼태봉이 그정도 남았다고 되어 있었기에 정상인줄 알고 사진을 찍었다. 봉우리가 너무 협소하고 마땅이 쉴만한 공간을 찾지 못해 조금 더 지나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땅히 쉴만한 넓직한 공간을 찾지 못해 그나마 등산로를 포함한 조금 넓은 장소가 나와서 자리를 폈다. 산행객이 많은 산이였다면 등산로에서 자리를 펴는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이었겠지만 워낙 산행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에 가능했다. 우리 뒤를 따라온 산에서 만난 유일한 팀도 우리 옆에서 자리를 잡았다. 제대로 쉬지 않고 계속 오르막을 올라 왔더니 휴식과 점심시간이 즐겁다. 모처럼 100산회 모임에 나왔더니 점심 식사 분위기도 조금 바뀐듯한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명달리 숲속학교방면으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식사를 하기전에 보았던 우리가 잘못알고 있었던 삼태봉 정상으로 돌아가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하는지로 조금 갈등을 했었다. 하지만 올라오늘 길에서 명달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보지 못했기에 중미산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해 보기로 했다. 조금 더 가보니 이정표가 나왔는데 이정표에서 100m를 더 가야 삼태봉 정상이라고 한다. 아까 만났던 봉우리가 삼태봉 정상이 아니란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아까 식사를 할 때 옆에 있었던 팀은 그 봉우리가 정상인줄 알고 되돌아 갔는데...    

 

 

 

 

삼태봉 정상에는 정상 표시석과 고사목이 함께 있었다. 꽤 큰 나무였는데 어떤 연유로 말라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상에서 나무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없게 된 것이 아쉽다. 대신 사람들이 고사목을 멀리서 바라보고 이정표로 삼을 수 있게 되었고, 나무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삼태봉 정상을 알게 되어서 이곳에서 통방산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이곳에서 내려가는 방향을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지만 바로 명달리 숲속학교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구름이 조금 옅여져서 통방산 너머에 있는 봉우리까지 보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시계는 그다지 맑지 않다.  

 

 

 

명달숲속학교로 바로 내려 가는 방향으로 하산길을 정하고 삼태봉표지석 바로 뒤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숲속학교까지는 약 1.1km. 이제까지 가 본 산 중에서 내리막길이 정말 힘든 코스인 것 같다.  내려서는 길은 구간이 짧아서인지 경사가 심한 편으로, 얼마나 가파른지 내려가면서도 땀을 흘렸다. 나이드신 분들은 이길을 하산길로 택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았고, 이 길로 올라왔으면 엄청 힘들었을 것 같았다. 사진은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것이 힘들어 몸을 돌려서 뒤로해서 내려 가는 중이였다. 한참을 내려오니 평탄한 잣나무 단지가 있었는데 산을 거의 내려왔다는 느낌과 피톤치드가 가득해서인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명달리로 내려와 산행을 마치고 나서 다시 마을을 지나 계곡 윗쪽으로 올라가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에서 계곡물에 몸을 담궜다. 다른 때에는 산행을 마치고 손발을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계곡물도 많이 흐르고 물도 깨끗해서 과감히 몸을 담궜다. 산행중에 다른 산행객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계곡에도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산에서 흘린 땀을 깨끗이 씻고 나올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올 무렵부터 햇살이 좋아져서 물에 들어가 있어도 계곡물이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명달리 쪽 등산로 입구에서 단체사진. 왼쪽부터 황유순님, 정운태님, 나, 김호영님, 정현태님, 홍인기님, 황정섭님이다.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 이익수님이 사진을 찍고 있다.

 

 

 

차를 노문리 노문교 앞에 세워 놓고 왔기 때문에 이곳 명달리에서는 노문교까지 3km 정도를 내려 가야 했다. 이제 구름도 걷히고 햇볕도 쨍쨍해서 모두가 내려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내가 대표로 내려가서 차를 가져 오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숲속학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기로 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가 운전을 책임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문리까지 도로를 따라서 내려 가는 동안 차가 5-6대 정도 지나쳤지만 차를 세워도 아무도 세워주질 않는다. 하도 험한 세상이다 보니 산속에서 차를 선뜻 세우기가 쉽지 않으리란 생각은 하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리니 섭섭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나라면 어떻했을까 반문해 보았다.    

 

 

 

차를 가지고 숲속학교로 돌아오니 나머지 일행들이 아주 즐겁게 놀고 있었다. 숲속학교에는 민요판소리 동호회인 소리랑이라는 다음카페의 회원들이 숲속학교를 하루동안 빌려서 자신들의 발표회를 겸한 단합대회를 와 있었다. 내가 갔다오는 30여분동안 판소리 한자락을 배우면서 이곳에서 회원들에게 협찬하는 막걸리와 전을 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량처럼 지나가는 과객이 풍류를 즐기고 있는 중이였다. 난 걸어서 노문리까지 가느라 땀을 흘려 다시 계곡물에 머리를 감았다.   

 

 

 

대접만 받고 그냥 오지 못한채 결국 동호회의 발표장에까지 가서 30분동안 배우고  조금 더 긴시간동안 연습한 춘향가의 한구절을 부르기로 했다. 어짜피 짧은 시간 배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색하게 부르는 우리가 자락이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웃음은 선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함께 산행을 했던 동료중에는 실제로 판소리를 배워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있어 더 가능했던 것 같다. 전체 발표회가 끝날때까지는 기다릴 수가 없어 발표회가 시작된 뒤 세번째로 참가해서,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고 왔다. 엄청 많은 박수도 함께 받았다.    

 

 

 

 

가운데 있는 여자분이 소리랑 카페의 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손유희님이시다. 손유희님이 노래를 한번 하고 가라고 해서 결국 산행이 산행으로 끝나지 않고 16시간의 기나긴 여행으로 변하고 말았다. 밤 9시부터 발표회가 끝나고 나면 가든파티가 열린다고 그 때까지 있으라고 했지만 처음 참가한 사람들이 전체 회원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어 인사를 드리고 중간에 나오게 되었다. 시간이 되면 하고픈 내용은 많은데 정말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다음에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면 한번 해 보아도 될 듯 싶다. 소리랑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sorirang06 이다.

 

 

 

아침 8시에 출발한 산행은 실제 산행은 4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중간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명달리 숲속학교에서 노래 연습하고 공연도 구경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또 저녁을 먹기 위해 미사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15시간이나 걸리게 되었다.  미사리에서는 식사를 하려다 모종의 해프닝이 있어 다시 명달리에 다녀 오기도 했다. 결국 분당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가 넘었으니 가까운 곳에 산행을 하면서 가장 늦게 도착한 산행이 아니였나싶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기고, 추억을 많이 남기게 되었다. 향후 아주 오랫동안 오늘의 추억이 100산회 회원들을 즐겁게 만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