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으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울산의 영축산과 신불산으로 억새 구경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산행 당일 영남지방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인해 행사가 전날 취소되었다. 수도권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쉽기 그지 없다. 신불평원의 억새도 보고 시간이 되면 영남알프스까지도 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올해는 그 때가 아닌 모양이다. 신불산 산행은 취소되었지만 본사 주변에 있는 불곡산으로 산행을 갈 수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간단하게 산행하고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억새 구경을 생각하고 있던 회원들 중 일부는 가까이 있는 불곡산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산행을 신청한 회원중 일부만이 불곡산 산행 모임에 나왔다.
신불산 산행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하고 불곡산에 함께 오르기로 했다. 물 한병 준비하지 않고도 다녀 올 수 있는 산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불곡산에서 출발해 태재고개를 넘어 영장산 근처까지 갔다가 내려 오기로 했다. 내일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석할 계획임에도 오늘 장거리 산행을 갔다올 생각이었는데, 가까운 곳으로 산책같은 산행을 하게 되어 이제는 내일 춘천에서 열심히 달려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산에도 가고, 달리기는 천천히 즐겁게 하려고 했었는데...
신불산을 가게 되었으면 아침 6시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가까운 동네산에 오르게 되어 8시에 오리 사옥에 모여서 산을 오르게 되었다. 가까운 곳을 오르게 되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좋았다. 불곡산을 오르기 위해 탄천과 공원을 지나게 되었는데 벌써 단풍이 물들어 있는 곳이 많이 있었다. 매일 출퇴근만 반복하는 사이에 가을이 많이 깊어졌었나보다.
아침에 집에서 출발할 때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어서 긴팔 옷을 입고 그 위헤 바람막이 옷까지 걸치고 갔는데 산길을 조금 오르니 땀이 날 정도로 더워졌다. 최근 산에 오르지 않았더니 또 감을 잃어버렸는가보다. 짧은 반판에 얇은 바람막이만 하나 걸치고 와도 충분했었는데... 한시간의 산행으로 313m 불곡산 정상에 도착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우리와는 달리 간단한 복장으로 산책겸 산에 오른 주민들이 많았다. 탄천과 불곡산이 집근처에 있는 분당 사람들은 복 받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성남재생사업부에 근무하는 한병화부장님과 함께... 정상 부근에는 아직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지는 않았는데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하늘이 휀히 보인다.
불곡산을 내려가 태재고개를 건너가 다시 이어져 있는 영장산으로 올라갔다. 불곡산과 달리 영장산쪽은 단풍이 조금 더 들어 있었다. 단풍의 절정을 보려면 열흘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중간에 단풍이 조금 더 물들어 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었다. 불곡산과는 달리 영장산 쪽에는 산책나온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한여름이 되면 이 코스를 따라서 일요일 아침에 달리기 연습을 하곤 하는데 뛰지 않고 걸어서 가는 것도 좋네. 달릴 때는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다치지 않으려고 땅만 보고 뛰는데, 걸으니 주변이 다 보인다.
산행을 시작할 때 단체사진을 찍지 못해서, 산을 내려올 무렵 율동공원 윗쪽에 있는 대도사 입구 체육시설 앞쪽에 모여서 단체사진을 한장 찍었다. 이곳은 산 윗쪽 능선과는 달리 단풍이 더 물들어 있었다. 아직은 단풍이 최고조로 물든 것은 아니였지만 단풍이 많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회원중 몇 명은 점심 식사 예약을 위해서 먼저 이동해서 오늘 산행에 참석한 전체 회원이 모두 함께 하지는 못했다. 급할 것이 없어 천천히 주변도 보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산행을 하다보니 짧은 거리였지만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빨리 걷기만 했다면 절반의 시간에도 갈 수 있었겠지만...
산에서 완전히 내려와서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율동공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산보다는 물가인 이곳이 단풍이 더 많이 물들어 있었다. 구름은 많았지만 비도 내리지 않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산행을 했다. 언제나 갈 수 있는 집근처에 있는 산이라고 산행하지 않았다면,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만 낭비했을텐데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또 멋진 단풍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내일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음에도 멀리 울산까지 가서 산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여러가지 사유로 인해 가까운 불곡산을 오르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덜 부담스러웠다. 울산까지 내려 갔으면 아무래도 오고 가는 시간이 있어 산행을 4-5시간만에 끝낸다 하더라도 밤 10시가 넘어서 집으로 왔을텐데, 불곡산에 오르니 이른 점심을 먹고도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다만 신불산의 황금물결을 이루는 억새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억새구경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아쉽기는 하다. 내년 가을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라는 것이 아닌지...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산행지가 바뀐 이유를 들어보니, 여행사의 컴퓨터가 다운되면서 우리 산악회가 버스 예약을 해 놓은 것이 날라가버렸다고 한다. 버스 회사에서 웃돈까지 써 가면서 다른 관광버스를 구해 주려고 백방 노력을 했지만 이번주에 단풍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버스를 확보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게다가 영남지방에 비까지 내린다고 해서 급하게 바꾸었다고 한다. 신불산을 가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행복한 산행이었다. 더구나 회장단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까지 제공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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