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 산악회에서 산행을 가는 날에 유난히 비가 자주 오더니 이번 구담봉, 옥순봉 산행에도 겨울비가 예고되어 있었다. 비가 내린다고 계획했던 산행을 취소할 수 없지만, 산행에 비가 내리면 바위와 나무뿌리도 미끄럽고 구름에 가려 산에 올라도 주변을 둘러볼 수 없게 되어 반쪽 산행이 되기 쉽다. 산행 가는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오락가락 한다고 했는데 다행이 분당에서 아침에 출발할 때 비가 내리지 않아 날이 빨리 맑아졌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산행은 충북 제천에 있는 구담봉(330m)과 옥순봉(286m)이다. 구담봉은 기암절벽의 암형이 거북을 닮았고 물속의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 하여 구담이라 하며, 옥순봉은 희고 푸른 아름다운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 하여 옥순이라 불린다고 한다. 집근처에 있는 분당의 불곡산 높이가 해발 313m이니 불곡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봉우리라 아주 쉽게 생각했다. 다만 산행을 시작할 때까지도 구름이 완전히 걷히질 않아 주변의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침에 출발할 때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곳도 단풍이 끝나버려서인지 몰라도 산행지 입구에 도착해보니 생각보다는 산행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유명한 산행지인지를 몰랐다.
옥순봉의 전설과 김홍도의 그림속 옥순봉을 설명해놓은 안내판을 배경으로. 이곳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사전 지식을 가지지 않고 산행을 떠났는데 이곳에서의 설명을 보면서 풍광은 뛰어나지만 그다지 힘든 산행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탐방센타를 출발해 임도를 따라 비닐하우스같은 공터를 지나면 구방봉과 옥순봉이 갈리는 374봉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옥순봉이 오른편으로 구담봉으로 가는 길인데, 표지판을 보니 구담봉까지는 600m, 옥순봉까지는 900m 밖에 되지 않아 정말 편하고 나즈막한 봉우리로 산행을 왔다는 생각이었다. 이때까지는 오늘 산행이 운동도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오늘 산행은 구담봉부터 오른 뒤 청풍호반까지 하산했다가 다시 옥순봉을 오르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고 한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기상 상태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였다. 멀리 산위로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먼산은 보이지 않았고, 주변의 시야도 썩 좋은 상태가 아니였다. 날씨가 좋았으면 이곳에서 말목산과 금수산 둥지봉등이 모두 보였을텐데 시야가 너무나 좋지 않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능선이 나타났는데 구름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구름에 가려 있어도 상당히 멋 있었다.
374봉우리에서 약간의 경사지를 내려가니 구담봉으로 오르는 직벽에 가까운 바위가 나타났다. 이때까지는 구담봉이 힘든 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바위를 오르면서 힘을 많이 썼다. 게다가 어제 내린비로 인해 바위가 미끄러웠고 안전을 위해 설치해 놓은 쇠줄로프도 미끄러웠다. 힘들여 바위를 오르니 힘들여 오른만큼의 멋진 조망이 펼쳐졌다. 산 아랫쪽으로 장회나루가 구름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다. 오늘 산행이 끝나고 나면 강가에 보이는 장회나루로 이동해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강에서 감상할 예정이다.
구담봉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풍광에 감탄을 하게 된다. 강건너로 보이는 바위들도 하나같이 멋있다. 정상보다 5-6m 아래에 있는 정상표시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기고... 산림청 헬기의 도움으로 설치한 정상석이라고 뒷면에 쓰여 있었는데 정상이 조금 아랫쪽에 설치한 이유는 정상이 너무 협소해서 위치를 조금 아래쪽으로 옮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계속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따라 구담북봉을 지나 철모바위로 향한다. 당초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더니 철모바위로 내려가 청풍호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옥순봉으로 오른다고 한다.
오늘도 동료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후미조에 속하게 되었다. 어짜피 중간에서 산행을 온 회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되어 있으니 빨리 가는 것보다 풍광을 즐기면서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단풍이 끝난 시기였지만 이곳도 단풍과 청풍호반과 어룰려 졌을 때에는 엄청난 산행객이 찾았을 것 같았다. 이 멋진 곳을 왜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는지... 올 한해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떠나면서 우리나라 산하에도 멋진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더 느낄 수 있었다.
구담봉 정상에서 다시 바위능선을 따라 구담북봉을 지나 철모바위로 내려왔다. 낮은 봉우리의 산행이지만 바위가 많고 경사가 심해서 처음 출발했던 374봉 삼거리로 되돌아 가기가 싫었다. 이제는 무조건 내리막을 내려가 다시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곳으로 가야만 한다. 철모바위로 내려 오던중 가파른 경사의 바위가 있었는데 준비성 많은 총무님이 로프를 준비해와서 비교적 편하게 내려왔다. 조망이 좋은 철모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조금 오랜시간을 보냈다.
철모바위를 지나 호젓한 등산로를 지나 청풍호반까지 내려왔다. 호수가 생기기 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나무들이 댐으로 호수가 만들어지면서 물속에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였는데 분위기가 청송에 있는 주산지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아 있어도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멋있는 풍광이었다. 물속에 서 있어도 뿌리가 썩지않고 자랄 수 있는 수종인 듯 보였다.
구담봉에서 내려와 옥순봉으로 오르기 전에 조금 평평한 자리가 있었는데 선두팀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식사준비를 별로 하지 못했지만 준비해온 회원들 덕분에 남보다 더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젖가락만 준비했던 나...
옥순봉은 구담봉에서 1km 떨어진 거리에 한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청풍호반까지 내려 갔다가 286m의 옥순봉을 다시 올라야 하니 봉우리가 낮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였던 것 같다. 그래도 구담봉을 올라가는 것에 비해서는 평이한 오르막길이었던 것 같다. 옥순봉(玉筍峰)은 여러 봉우리를 깍아 세운 것이 비온 뒤 대나무 순이 올라온 듯 하다 하여 이름 지었다는 곳이다. 봉우리 윗쪽에서 볼 때에는 그런 느낌을 가지지 못했었는데 산행을 마치고 유람선에서 옥순봉을 바라보니 왜 옥순봉이라 지었는지 알만했다.
옥순봉 정상에서 역시 후미로 쳐진 일행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신록의 푸르름이 한창인 여름이었거나 단풍이 아름다웠던 계절에 이곳을 방문했다는 훨씬 멋있는 풍광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이었지만 낙엽이 지고 있는 시기에도 주변의 풍광이 상당히 멋있었다. 산행초반 구름 속에 가렸던 먼곳의 풍경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퇴계 이황선생이 단양군수로 재임하던 시절(1548년), 이황은 단양이 중국의 소상팔경보다 더 아름답다 생각을 하고 혹 훗날 다른 지방 사람들이 단양에 찾아오면 이 곳만은 꼭 보고가도록 단양의 명승지 여덟 곳을 정하였다고 한다. 옥순봉만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단양이 아닌 청풍에 속해 있었다고... 옥순봉의 절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황은 당시 청풍군수를 찾아가 옥순봉을 단양군으로 고쳐 줄 것을 청하였으나 이를 허락받지 못하자 돌아오는 길에 옥순봉 하단 석벽에 단양의 관문이란 뜻으로 '단구동문(丹丘東門)'이라 새겨넣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지금은 수몰되어 있어 수량이 낮아져야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산행을 마치고 구담봉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던 장희나루로 이동해서 청풍호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장희나루는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충주호 관광의 최고 비경지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산행을 하는 동안에는 땀이 흘러 점퍼를 벗고 있었지만 배를 탈무렵 다시 날씨가 흐려지면서 바람이 많이 불 것 같아 다시 점퍼까지 입고 복장을 정비했다. 역시 예상대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바람까지 불어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유람선 2층에서 주변 구경을 하지 못하고 갑갑하게 선실에만 있을뻔 했다.
청풍호는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 지면서 생긴 호수인데 댐이 충주에 있어 처음에는 충주호라 불렸었다. 하지만 호수로 인해 수몰된 지역은 제천땅이 더 많이 차지하고, 호수가 차지하는 면적도 제천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제천에서는 청풍면의 지명에 따라 충주호 대신 청풍호로 바꿔 부른다. 요즘은 충주호와 청풍호의 이름을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충주호보다는 청풍호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감도 있고 좋다는 생각이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올랐던 구담봉과 옥순봉의 모습이다. 산위에서 보는 주변의 풍광도 좋았지만 물위에서 보는 구담봉과 옥순봉의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았다. 유람선을 타보지 않고 돌아갔다면 굉장히 아쉬울뻔 했고, 이런 멋진 풍광이 있는 것조차 모를 뻔했다.
유람선을 타니 선장님이 배을 운항하면서 주변 지역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냥 쳐다본다면 이름 없는 바위만으로 보였겠지만 전설과 해설을 곁들어 설명해주니 한결 이해하기도 편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호수가에 있던 기생 두향의 묘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었다. 조선시대 최고 유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ㅡ1570) 선생이 단양 고을 원님일 당시 13세에 기적에 오른 기생 두향이 헌신적으로 퇴계 선생을 모시다가 그와 이별후 두향은 강선대가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초막을 짖고 수절을 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퇴계가 타계하자 신주를 모셔놓고 초혼가를 부른후 26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유람선은 옥순대교를 지나 조금 더 갔다가 다시 장희나루로 돌아오는 1시간 정도의 코스를 운항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코스였는데 유람선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광이 아름다워서 바람도 불고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지만 선실로 내려가지 않고 2층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더 따뜻할 때는 조금 더 긴 코스를 선택해서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는 것도 썩 괜찮을 것 같다.
출발하기 전까지는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산행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다소 있었지만, 산행을 출발한 이후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도 않았고 바람과 구름은 있었지만 주변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즐거운 산행과 유람선 여행을 하게 되었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있는 장소로 다음에 신록이 우거졌을 때 다시 한번 들러야할 곳으로 정해 놓았다. 아름다운 우리 산하가 곳곳에 남겨져 있음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해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다.
'나의 생각과 생활 >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 산행 (2012.1.7) (0) | 2014.01.04 |
---|---|
삼성산 산행 (2011.12.17) (0) | 2011.12.30 |
불곡산 산행 (2011.10.22) (0) | 2011.11.07 |
설악산 흘림골 주전골 산행 (2011.9.17) (0) | 2011.10.06 |
통방산 산행 (2011.8.20) (0) | 201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