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에서 설악산 흘림골과 주전골로 산행을 떠났다. 설악산의 흘림골에서 주전골로 이어지는 계곡은 등산로가 편하게 이어져 있고,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많은 산행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는 설악산 흘림골로 불리지만 엄연히 점봉산 자락에 속한 골짜인데 설악산 국립공원에 속한 탓에 이름마저 바뀐 흘림골과 주전골이라고... 흘림골은 산이 깊고 계곡이 깊어 언제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듯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번 산행은 버스 한대로 출발한 계획이었는데 신청자가 많아서 버스 두대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번 산행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주전(鑄錢)골은 외설악의 천불동계곡, 내설악의 백담사계곡과 함께 설악산 3대 단풍관광의 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아직 시기적으로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때가 아니어서 단풍은 구경할 수 없겠지만 대신 단풍관광객이 없어 복잡하지 않은 산행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단풍시기에는 3-4시간이면 충분한 둘러 볼 수 있는 이곳이 정체가 생겨 두배 이상 걸릴 정도이고 단풍구경보다 사람 구경만 하고 온다는 소문이다.
산행 전날 영동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어 다소 걱정을 했었는데,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맑아 이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원통삼거리를 지날때까지만도 날씨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한계령과 미시령 가는 길이 갈리는한계삼거리 를 지나면서 우려했던 상황이 연출된다. 구름이 하늘을가리고 날씨가 급변하며 버스의 앞 유리에 빗물이 튀기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산으로 들어서면서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한계령 휴게소를 지날 무렵부터는 빗줄기와 구름, 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다행이 굵은 빗줄기가 아니어서 거세지지를 않기를 바라면서 흘림골에 도착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흘림골 매표소 도착, 이제는 국립공원이 요금을 받지 않아 매표소가 아니라 탐방지원센터로 바뀌었다. 모처럼 온 이곳도 수해로 인해 예전에 비해 많이 회손된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단체사진을 한장 찍고 출발한다.
흘림골은 1985년부터 자연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출입통제 지역이었던 것을 20년만인 2004년부터 개방했는데 2006년 7월 집중호우로 나무는 뿌리째 뽑혀나갔고 계곡은 토사와 함께 굴러온 바위로 메워져 버렸다. 결국 복구를 거듭한 끝에 등산로는 재정비됐지만 옛길과는 다른 인공미넘치는 길이 됐어 버렸다. 복구하면서 대부분의 비탈지대와 계곡에 나무테크 계단을 설치하여, 자연상태였을 때보다 산행하기가 수월해서 누구든지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흘림골입구에서 30여분 거리의 여심폭포. 여심폭포는 20m의 작은 폭포로 규모는 작고 물줄기가 약하지만 꽤 유명한 폭포다. 여신폭포라고도 하며 여성의 몸이 연상되는 자연의 신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메라 가진 사람은 한 명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핸드폰에 담느라 폭포전망대와 폭포앞에 정체가 생긴다. 오늘은 구름과 안개가 많아 사진으로 보면 뿌였게 보여서 다른 이가 찍은 사진을 한장 덧붙여 둔다.
오늘 산행은 흘림골에서 출발했기에 1시간도 걸리지 않아 해발 952m의 등선대 아래 삼거리에 도착했다. 내리는 비와 구름으로 인해 등선대(1,002m)에 올라서 주변경치를 감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등선대에는 오르지 않고 바로 하산길을 선택했다. 등선대에 오르면 정말로 멋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올해는 회사에서 떠난 산행때 비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등선대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다음에 또 흘림골을 와야야 할 명분을 만들어 놓아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금씩 비는 내렸지만 산행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였다. 비도 내리고 단풍철이 아니어서 산행을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구간 구간에 정체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사람들이 집중되어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다른 산행객에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닌가싶다. 골짜기에 스며든 안개로 인하여 원거리의 풍경은 기대할 수 없었고 가까이 보이는 절경에 감탄하며 위안을 삼았다. 흘림골은 등선대에서 내려서서 용소폭포와 십이폭포가 만나는 지점까지이고, 십이폭포부터 오색마을까지의 계곡을 주전골이라 부른다.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계곡에 흐르는 물의 양은 그다지 않지 않았다. 산비탈의 바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물길이 이곳 저곳에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았는데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하다. 흘림골의 끝부분에 있었던 십이폭포. 이름은 폭포지만 이곳 역시 폭포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조금 더 내려오니 용소폭포가 나왔다. 이무기 두마리가 하늘로 승천하는데 한마리는 승천하지 못하여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소폭포는 주전골의 주 산행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데 그냥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들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이곳의 주변풍경도 와보지 않으면 후회할 만큼 아름다웠다. 용소폭포로 쏟아져 내린 물과 나란히 걷는 길은 목재데크를 만들어 놓아 편안하게 갔다 올 수 있었는데 이 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다녀오기가 꽤 힘들었을 것 같다.
주전(鑄錢)이란 이름은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로 위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진다. 주전골은 설악을 통틀어 가을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단풍철이 되면 수 많은 사람들로 인해 심각할 정도로 체증을 발생하는 곳이라고 한다. 다행이 우리는 그런 정체를 겪지 않았고 인근에 있는 금강바위 부근 공터에서 비를 맞으면 점심을 먹었다.
2006년 수해로 인해 아름다웠던 주전골이 많이 망가져 있어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이면 다시 그 모습을 볼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자연의 치유력이 대단하지만 쏱아져 내린 커다란 바위를 옮기는데에는 또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좁은 계곡에 중장비가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등산로도 새로 정비를 해서 다니기에는 편했지만 왠지 모르게 인위적으로 개발한 듯한 느낌이 들어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인공적인 구조물이 들어와 있었어도 선녀탕 부근의 병풍처럼 치솟은 협곡 절벽과 흰 암반 위로 흐르는 계곡물, 푸르름을 머금은 숲이 어우려져 보는 사람의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단품을 볼 수는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 이 곳의 단풍 모습을 상상하면서 산행을 이어나갔다.
용소폭포 갈림길에서 1.5㎞ 가량 걷기 편한 완만한 내림길을 내려오면 성국사가 나온다. 최근에 지은 듯 수수한 느낌에 차분한 분위기로 단청도 없고 편액도 없는 절집이다. 성국사의 원래 이름은 오색석사로 신라말 도의선사(道義禪師)가 창건하였던 절이라고 한다. 오색석사의 한 승려가 우연히 반석 위로 솟는 물맛을 본 뒤 신비하다 하여 절의 이름을 따라 오색약수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한다. 잠시 법당에 들러서 이번에 시험을 치르는 두녀석이 설악산의 기운을 받아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다.
하늘이 탁 트인 성국사의 앞마당에 보물 제497호인 오색리 삼층석탑이 절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오늘도 산행을 하면서 별로 머뭇거린 것도 없는데 거의 후미조에 포함되엇던 것 같다. 우리 일행이 성국사에 머물고 있는 동안 선두로 내려간 일행들은 아침에 타고 왔던 버스를 찾느라 고생을 했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 보지도 않고서 빨리 산행을 마치는 곳에만 목표를 둔다면 좋은 구경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비록 비도 내리고 안개와 구름이 제법 있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에 보이는 기암괴석과 굳건한 생명력을 간직한 고목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이번 산행의 즐거움이 아니였는가 싶다. 성국사에서 오색약수까지는 차가 다닐수 있는 도로도 놓여있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단출한 산행이 끝나고 있는 오색지구로 나서자 오색약수터가 보인다. 여기서 쫄쫄쫄 흘러나오는 탄산약수를 한 모금을 들이켜니 쉿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다. 물의 양도 적어서 아주 오래전에 왔을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이곳도 수해로 인해 피해를 많이 보았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수해이후에 완전한 복구가 되지 않은듯하다. 이 오색약수는 일정한 산성과 탄산수로 철분이 특히 많아서 위장병, 빈혈증, 신경통, 신경쇠약, 기생충 구제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오는 양이 너무나 줄었다.
산행을 마치고 오색그린야드 호텔에 있는 탄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겼다. 오색약수가 있는 주전골은 약수, 온천, 아름다운 계곡 같은 관광의 3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남설악의 명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곳의 온천은 해발 800m 높이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온천이라고 한다. 충북 청원의 초정온천에서 온천욕을 했던 것처럼 온천에 들어가 있으면 몸에 기포가 생기는 것과 피부의 약한부위가 따끔거리는 것도 비슷했는데 피로를 푸는데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채윤차장님과 함께... 얼굴 혈색이 좋다는 느낌...
온천욕장 인근의 주차장에서 간단한 뒷풀이가 있었다. 산행 내내 많은 비는 아니였지만 비가 계속 내려서 함께 모일 수 없었고 산행중에 마시지 못했던 술을 이곳에서 모여 한잔 했다. 지난 8월달 산악회에서 해외 산행으로 몽골의 체첸궁산과 엉거츠산을 다녀 왔는데 해외산행에 참가한 회원들이 준비해온 몽골의 토속주를 오늘 참석한 회원들에게 돌렸다. 내년에는 해외 산행도 참석해 봐야겠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인제와 양구 사이에 있던 소양호. 소양호를 끼고 있는 양구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평소에 물이 얼마만큼 있었는지를 알고 있는데, 지난 여름 비가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물이 차지 않았던 고지에까지 물이 가득했다. 비가 정말 많이 내리기는 많이 내렸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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