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달리기 모임

검푸마라톤클럽 섬머 나이트 런 (2011.7.8)

남녘하늘 2011. 8. 26. 00:41

 

검푸마라톤 클럽에서 정기 모임은 아니지만 훈련단에서 시행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Mid-summer Over Night Run Festival"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마련했다. 율동공원이 있는 영장산을 넘어 임도(林道)에서 저녁 8시까지 모이고, 8시 반부터 새벽 1시정도까지 대략 40km 이상을 임도에서 자신의 능력껏 달리는 행사를 기획했다. 산속 임도를 달리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회원들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런데 하필 대회가 개최되는 날, 오후까지는 날이 맑았는데 행사시작 시간이 되어갈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 사무실 일이 늦게 끝나 집에 가서 옷을 갈아 입을 상황이 안되어서, 회사 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할 때 입는 옷을 입고 바로 가기로 했다. 집에 들르지 못하는 바람에 달리고 나서 갈아 입을 옷도 없었고, 갈아 신을 신발도 없이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오늘 행사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회원은 성남 도촌지구에 있는 모리야산 교회에서 만나 함께 가기로 했는데, 약속된 시간까지 도착할 수가 없어 혼자 율동공원 지나 새마을연수원에서 출발해 영장산을 넘어 가기로 했다.

 

출발이 조금 늦었는데 산 중턱에 올라가니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중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양복을 입고 갈수가 없어 산속에서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렌턴도 없고 우산도 없이 어두운 산길을 혼자서 넘어가려니 머리끝이 쭈삣거린다. 장대비를 맞으면서 중간에 너구리같은 산짐승도 만나기도 했는데 그래도 훈련을 자주 하던 장소라 억지로 찾아가는데, 행사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비를 흠뻑 맞아버렸다. 비까지 맞아가면서 산속을 찾아가는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일부 회원이 도착해 있었는데 먼저 출발했던 일행이 짐을 옮기느라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짐을 옮겨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 같아 짐을 가지고 오는 회원을 마중 나갔다. 다들 오늘 비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맑을 날 소풍같은 행사를 진행하려고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완전히 날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비때문에 짐을 옮기는데 고생만 많이 하는 것 같다. 한참을 가서 일행을 만나니 준비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10kg이 넘는 수박도 몇 통, 엄청난 숫자의 컵라면, 떡, 생수, 삶은 감자. 돼지고기 수육, 막걸리를 비롯한 약간의 주류, 잡채 등등... 아예 잔치를 벌리려고 했던 것 같다. 비가 와서 많이 필요치 않았던 생수를 한박스 들어서 옮기고 있는 중이다.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던 장소에는 조그만 정자가 있어서 그나마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들어갈만큼 넓은 공간은 아니였지만 아쉬운대로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사용하려고 무거운 텐트까지 가지고 왔는데 비가 워낙 내려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8시까지 모이기로 했는데 대충 짐을 정리하고 나니 밤 9시가 다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준비해 온 음식들중 일부.    

 

 

 

 

출발하기 앞서 먼저 도착한 회원들의 단체사진. 일부회원은 비가 많이 내려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고, 일부회원은 늦게 출발해서 이곳으로 이동중이란다. 오늘은 목표한 거리를 전부 다 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능력에 맞추어 달리기로 했기 때문에 언제 도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가 좋아서 참석한 회원도 있다. 카메라 불빛 이외에는 빛이 없어 사진이 밝지 못하다.   

 

 

 

비를 맞으면서 임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행사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옷도 젖고 운동화도 흠뻑 젖어버렸기 때문에 달리면서 비에 젖는 것은 신경을 쓸 상황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후덥지근하게 달리는 것보다는 비를 맞으면서 달리는 것이 덥지 않고 좋았던 것 같다. 비는 내려도 임도를 따라서 나 있는 도로를 뛰는데는 큰 여러움이 없었다. 비 때문에 달빛을 볼 수는 없었지만 칠흙같은 어둠은 아니였고, 발을 디딜 곳은 풀 사이로 흙길이 보여서 괜찮았다.      

 

 

 

 

 

최소한 6회전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비를 맞으면서 뛰다 보니 요령이 생겨 마음 속으로 정했던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4회전을 끝내고 달리기를 마쳤다. 베이스 캠프가 만들어져 있고 그 곳에서 먹을 것이 있다보니, '제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더 많아' 더 달리고 싶지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우리 일행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윤준회 회원이 현수막까지 만들어 왔는데 따로 걸어 놓을 곳을 찾지 못해서 결국 손으로 들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비는 내리는데 달리기를 멈추니 한기가 들었다. 사무실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갈아입을 옷조차 준비하지 못했던지라 다른 회원이 준비해온 비옷을 입고 계속 달리고 있는 회원을 응원하고 있는 중이다. 비가 내려도 우의 하나를 걸쳐 입으니 한기가 사라진다. 비때문에 체온을 빼앗겨서 그렇지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초복이고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한여름 밤이기 때문이다. 임도를 4회전 연속해서 달린 것이 아니라, 중간에 베이스 캠프에서 먹는 것을 먹어 보충을 한뒤  비옷을 입고 1회전을 더 했다.    

 

 

 

일부 회원은 처음에 예정했던대로 새벽 1시까지 계속 달리겠다고 했지만 비가 멎지 않아 훈련단장이 직권으로 달리기 행사는 종료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달리기도 늦게까지 하고, 일이 바쁜 회원들만 중간에 집으로 가고 나머지 회원들은 밤새 이곳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면서 보낼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이곳에서 밤을 새울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밤 12시 반에 철수하기로 했다. 그 시간까지 준비해 온 음식을 부지런히 먹기로 했는데 결국 싸온 음식을 다시 무겁게 되가져와야만 했다. 이곳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어서 비닐 봉지 하나까지 우리가 다시 챙겨와야 햤다.   

 

 

 

 

 

다행이 돌아오는 길은 혼자가 아니였다. 손전등도 없이 밤길을 혼자 오려면 엄청 힘이 들었을텐데 이번에는 10여명이 함께 산을 넘어 왔다. 평소에 달리기를 하면서 산을 넘어갈 때에는 그다지 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걸어서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먼 길이였다. 마음의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만 내리지 않았으면 훨씬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비때문에 행사시간도 짧아지고 달린 거리도 짧아 졌지만, 정말 즐거운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았을 때에는 정신나간 행동으로 보여졌겠지만....8월달에 다시한번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그때도 참석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