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오대산 100회 마라톤 대회 (2011.8.28)

남녘하늘 2011. 9. 20. 00:28

 

지난 4월 이후에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도 우여곡적 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대회 참가 신청은 지난 6월달에 했는데, 신청할 당시에는 대회 개최일이 추석 2주를 남겨 놓고 고향에서 벌초를 하는 날과 겹치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 벌초를 하러 가려고 날짜를 체크해 보니 오대산 대회가 열리는 날이 벌초날이었다. 최근들어서 풀코스 대회 참가를 자제하려고 생각했기에 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벌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갈 준비를 마쳐 놓았었다. 그런데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행사를 마치고 고향을 가야 했는데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고향에 내려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덕분에 이미 대회 참가 신청은 해 놓은 오대산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가 100여명 밖에 되지 않아 한사람이라도 더 참가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대회 출발 시간이 아침 7시였는데 하루 전날 평창에 갈 수 없었기에 100회 마라톤클럽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갔어야 했는데 서울에서 버스 출발시간이 새벽 2시 반이였다. 저녁에 일찍 잠을 잘 수 없는 형편이어서 겨우 1시간정도 눈을 붙이고 잠실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게 되었다. 한낮에 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침 7시에 출발하는 것은 좋은데 한밤중에 준비를 하고 출발하려니 바쁠 뿐더러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평창 한국자생 식물원에 도착하니 아침 6시이다.

 

어제 서울은 무척이나 더웠는데 평창은 서늘했다. 새벽이라 더욱 그럴수 있었겠지만 바람막이 겉옷을 하나 더 입고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서늘했고, 해가 뜨지 않은 산위로 구름도 가득했다. 일찍 오느라 고생은 했지만  출발시간을 당겨 놓은 것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대회는 100회마라톤 클럽 회장님과 한국자생식물원의 원장님이 뜻을 같이 해서 개최하게 되었는데 풀코스를 100회 이상 달린 사람들이 정식 참가 자격이 있는 대회이다. 일부 참가자는 후원금을 냈을 경우에 참여가 가능하다. 참가자를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를 하면 많은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을 수 있는 대회가 될 수 있겠지만, 분명한 목적을 가진 대회로 만들기 위해 다른 후원도 거부하고 참가자를 제한하고 있는 대회이다. 그러다 보니 참가자가 100명이 되질 않았다.   

 

 

 

 

해가 많이 짧아져서 6시가 넘었는데 이제서야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산 윗쪽으로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달리기를 하기에는 좋아보인다. 한국자생식물원 인근이라 근처 밭에는 여러가지 우리나라 야생화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오늘 대회 개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고생이 많으셨던 100회마라톤 클럽의 박청우회장님과 함께.   

 

 

 

 

참가자가 많지 않아 대회장인 자생식물원의 내부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었다. 영상자료관은 여성참가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고, 남성 참가자는 자생식물원 전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참가자가 적으니 아침에 배번을 나누어 주어도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고, 붐비지 않으니 너무 좋았다.     

 

 

 

한국자생식물원의 김창렬원장님과 100회마라톤 클럽의 박세현선배님과 함께 온실에서...   

 

 

 

대회 출발장소인 100회 마라톤 공원이다. 이곳에 풀코스 100회를 완주한 사람들의 명단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최초 100번째를 달성한 사람들의 동판은 공원 윗쪽에 따로 만들어져 있고, 이후 101번째부터 200번째 달성한 사람들의 명단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아랫쪽에 새겨져 있다. 내 이름도 아랫쪽 200번째까지 달성한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오늘 대회도 풀코스를 100번 이상 달린 사람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해서 참가자가 100명이 넘지 않았다.   

 

 

 

 

내 왼쪽편에 계신분은 지난 2004년에 나와 함께 보스턴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석했던 조윤구님이시다. ROTC 7기인데 내 동기보다 16기정도가 빠르시니 올해 나이가 66세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은 되는데 옛날에 만났을 때에 비해서는 총명함이 떨어지신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와 함께 보스턴에 간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출발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마산에서 오신 조경숙님. 이분도 나와 함께 보스턴에 같이 갔다 오셨는데 어느새 풀코스 100번을 뛰셨다고 한다. 나는 지난 2006년 이후부터는 빨리 뛰는 것을 지양하고 즐겁게 뛰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도 빠른 달리기를 즐기고 계신듯하다. 오늘 대회에서 여성부 2등을 차지했고,  나보다 40분이나 빨리 결승점을 통과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출발하기 위해서 참가자들이 출발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이 6번째 대회인데 코스는 늘 자생식물원을 출발해서 월정사까지(약 7km)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달리고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약 7km)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게 되며, 상원사에서 두도령고개까지(약 7km)는 비포장 임도를 달리는 왕복 코스이다. 코스만 놓고 보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산악을 끊임없이 올랐다가 반환점 이후 끊임없는 내리막을 달려오는 코스이다. 쉽지 않는 마라톤 코스이지만 생각보다는 굉장히 좋은 숲길이다.   

 

 

 

한국자생식물원을 출발해서 대략 3km 정도를 달렸을 때 찍은 사진이다. 오늘은 기록에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일 후미에서 출발해서 후미그룹과 함께 초반 매km를 7분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였다. 어짜피 다음주에 철원마라톤 대회에 참가신청을 해 놓았기 때문에 오늘은 오랫만에 풀코스를 뛰면서 장거리 훈련의 개념으로 달리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반에 천천히 달리면 후반부에 고생을 덜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느분이 사진을 찍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 사진을 당겨 찍었기 때문에 사진이 흐리고 사람들이 뭉쳐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 구간을 달리고 있을 때 찍은 사진이다.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잘 다져진 흙길이어서 발에 충격도 별로 없이 달리기에는 가장 좋은 길이다. 출발한지 1시간 정도 되어갈 무렵이이서 해도 뜨고 날씨도 차츰 더워지고 있어 땀이 흐르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상원사에서 두도령구간은 임도여서 도로에 자갈과 바위도 많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산길이어서 보통 사람이라면 걸어서 가는 것도 힘든 구간이다. 오늘은 이 구간을 오르면서 한번도 걷지않고 끝까지 뛰어 올라갔다는 것에 기록에 상관없이 만족한다. 땀을 하도 많이 흘려서 샤워를 한듯해 보이기도 한다. 주최측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어 힘든 척 하지 않아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결승점을 500여m 남겨두고 문희형이 뒤따라 와서 결승점을 함께 통과하고 있다. 산을 올라갈 때 한번도 걷지 않고 올라 갔기에 훈련으로 생각하면 만족스럽지만, 내려오면서 훈련부족으로 한참을 걷다보니 그동안 열심히 운동하지 않은 결과가 보는 것 같아 훈련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결승점을 형과 함께 같은 기록으로 들어왔는데, 같이 들어올 것이였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이야기나 하면서 달릴 것을...  

 

 

4시간 34분 22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오늘이 풀코스 114번째 완주한 날이다. 중간중간 그늘도 많았지만 역시 달리기에는 많이 더운 날이였다. 그나마 아침에 출발을 빨리 했기에 5시간 가까이 달렸어도 정오가 되지 않았는데, 한두시간 늦게 출발했으면 더워서 엄청 고생했을 것이다. 그래도 온 몸이 땀에 젖어  물속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더운 여름철 뛰는 것에 취약한 나로서는 오늘 달리기의 참가가 대단한 결심의 결과이다.  

 

 

 

 

아침에 출발할 때 함께 출발해서 7km 지점까지 같이 뛰다가 이후 먼저 가라고 해서 헤어졌던 이문희 형. 반환점에서는 2.5km 이상 차이가 났었는데 35km 이후 급격한 체력저하로 인해 내가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보니 결승점을 앞두고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오늘 대회에서 똑같은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결승점을 통과후 대회본부 천막 앞에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는 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침에 타고 갔던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문희형과 가족들과 함께 형차를 타고 돌아왔다.  

 

 

 

얼마전 자전거 사고로 목뼈가 부러졌던 친구 박상학이가 이제 치료가 끝나 오늘 대회장에 찾아왔다. 목뼈가 부러졌는데 다행이 신경을 건들지 않아 치료가 빨리 되었는데. 하마터면 큰일이 생길 뻔 했었다. 아직까지 고개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상황인데, 옆에 있는 주치의와 함께 대회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자생식물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막국수집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었다. 대회 주최측에서 육계장을 점심으로 준비했었는데 내가 별로 먹지 못하는 것을 본 문희형이 일부러 찾아왔었다. 난 맛이 없어 육계장만 안 먹었을 뿐, 다른 떡이나 과일을 많이 먹어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형이 먹고 싶어서 가는 줄 알았었다. 서로 배가 고프지도 않으면서 찾아가서 먹게 되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많있게 먹은 것으로 봐서 음식을 잘하는 집이라고 생각된다. 덕분에 저녁도 먹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