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분당검푸 마라톤클럽 회원 몇 명이 함께 제천 금수산산악 마라톤에 참석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으로는 하루 전날 제천에 내려가서 함께 구경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일부 회원을 계획대로 했지만 나를 포함한 일부 회원은 당일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다. 대회 출발시간을 고려해서 새벽 5시에 성남시청에 모여서 함께 출발했다. 추분이 몇 일 앞으로 다가오는 시기인지라 아침 5시가 캄캄한 새벽이 되어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제천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상당히 한산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아침 식사까지 했음에도 제천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혹시 길이 막히거나 돌발사태가 있어 여유를 두고 출발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빨리 도착한 것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부터 이제는 거의 다 도착했다는 생각에 갑자기 여유로워졌다.
금수산 산악마라톤 대회는 다른 친구들은 몇 번 참가해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 참가하는 대회이다. 마라톤 초보때 같으면 미리 코스도도 살펴보고 어떤 곳인지 살펴보고 왔을텐데 이제 마라톤 대회에 자주 참석하다보니 그런 준비도 없이 참가해서 함께 뛰는 사람들과 함께 뛰면 된다는 생각으로 참석하게 된다. 산악코스가 굉장히 힘들다고 말은 들었는데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채 참석하게 되었다. 심지어 대회 신청을 내가 직접하지 않아 어느 코스를 뛰는지도 모르고 대회장을 향했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에서 나와 대회장으로 이동하던중 너무나 멋진 바위를 보았다. 바위 바로 앞쪽에 금월봉휴게소가 있었는데 이런 멋진 곳은 주변에 이런 휴게소나 건물을 세우지 않고 자연 그대로 놓아둔채 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놓아 두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휴게소는 문을 열지 않았는데 주차장을 감싸고 있는 자연석이 너무나 좋아보였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바위 위로 한번 올라가보고픈 맘을 들 정도였다. 동양화에 등장하는 한폭의 그림같은 모습이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출발하기까지는 거의 2시간이 남아 있었다. 풀코스 참가자들은 조금 일찍 출발한다고 하는데 출발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차를 타고 대회코스를 한번 둘러 보았다. 사진이 찍인 이곳이 출발점에서 5km 지점인데 이곳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서 달리는 곳이고 이곳부터는 금수산으로 올라가 산악을 달리는 코스라고 한다. 초입부터 경사가 보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길을 거의 20km나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최근에 훈련량을 생각해 볼 때 걱정이 앞선다. 내가 달리는 코스는 하프코스로 25km를 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달리기 코스를 한번 둘러보고 오는 사이에 풀코스 35km 주자들이 먼저 출발했다. 하프코스 25km 참가자들은 9시 30분에 출발하는데 풀코스 주자는 이보다 1시간 30분 앞선 8시에 출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왜 주자들을 이렇게 빨리 출발시키는줄 몰랐다. 하프코스보다 불과 10km를 더 뛸 뿐인데 제한시간도 7시간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힘든 구간을 달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을 뿐이다. 대회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국내 내륙지방 최초 사장교로 건설되고 있는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청풍대교(총길이 472m)를 배경으로...
풀코스 주자들이 빠져 나간 대회 행사장에인 청풍랜드는 아직 하프코스를 비롯해서 다른 부문의 주자들은 아직 출발시간이 한참 많이 남아 있어서인지 모이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다. 약간의 구름이 있어 달리기를 할 때까지 햇볕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가자를 위해서 설치해 놓은 텐트아래 자리를 잡고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 입으면서 배번도 달고 있다. 내가 어느 부문에 참여 했는지 배번을 받고야 알았다. 대회 코스도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몰라 대회 운용전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들이를 하자는 기분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출발할 때까지도 하프코스를 모두 뛰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대충 짧게 뛰고 빨리 들어와서 놀 것인지를 결론짖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금수산 산악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회원들. 사진에 찍히지 않은 회원들이 몇 명 더 있다. 일부 회원은 어제 이곳에 내려와서 오늘 대회를 준비했었다.
출발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회장 한켠에 오늘 대회의 코스도가 세워져 있었으나 단순히 평면으로 그려져 있는 코스도로는 산악 마라톤의 느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열심히 앞사람만 따라서 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로 했다. 분당검푸마라톤 클럽의 전영미씨도 오늘 하프코스에 도전한다고 해서 함께 뛰다가 힘이 부치면 중간에 짤라먹고 들어오기로 마음을 굳혔다. 중간에 짤라먹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오늘 대회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라톤은 항상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고 앞에 나와서 리드하는 코치를 따라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마친뒤 바로 뒤돌아서서 출발점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비교적 뒷편에 서서 스트레치을 하고 있다가 뒤돌아서니 거의 출발선의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오늘 천천히 뛰면서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김종호가 조금 앞으로 나오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해서 몇 사람을 밀치고 제일 앞쪽으로 나왔다. 사진 찍겠다고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오자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최근들어서 매사에 앞장서지 않는 처세를 했더니 이런 곳에서도 앞자리에 서려니 영 어색하다. 출발할무렵 다시 뒤쪽으로 밀려났다.
출발후 대략 2km 지점에서 친구 종호가 찍어준 사진이다. 오늘 대회는 규모도 작고 산악으로 뛰는 대회인지라 따로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중간에 모 산악회에서 사진을 한두장 찍어 주기는 했지만 어디에서 찾는 것인지를 알수가 없어 주로에서 찍은 사진은 이 사진이 유일하다.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초반부터도 오르내리막이 굉장히 많았다.
아침에 차를 타고 돌아보았던 5km 지점의 산으로 올라가는 코스부터는 사진이 한장도 없다. 아래의 사진 몇장은 풀코스나 하프코스가 아닌 단축길 13km 부분에 참석했던 김종호가 찍은 사진들이다. 우리가 뛰었던 코스는 이보다(대략 450여m) 훨씬더 높은 900m 고지까지 올라 갔었기 때문에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훨씬 더 아름다웠었다. 다만 너무 달리는 것에 열중하다보니 제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달리는 구간구간이 위험한 코스도 있었기에 달리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카메라를 하나들고 즐겼더라면 훨씬 더 즐거운 달리기가 되지 않았을까 약간 후회스럽다.
분당검푸의 전영미씨와 산악코스를 함께 달렸다. 5-6개의 봉우리를 함께 달려 갑오고개까지는 같이 뛰었는데, 정확한 코스를 알지 못해 체력안배에 실패했고, 또 땀을 많이 흘린바람에 허벅지가 쓸려서 달리기가 상당히 불편해졌다. 전영미씨는 제 코스를 달려가고 나는 도로를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거리가 상당히 단축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결국 내려와서 코스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도로로 달려 편안하게 왔을 뿐, 거리는 전혀 짧지가 않았다. 도로로 달리는 사람이 나혼자 밖에 없어 창피하기도 하고... 그래도 막판에는 열심히 달려온 것처럼 힘차게 뛰어 들어갔다. 산악달리기를 한다고 보통때 신던 운동화 대신 트레킹화를 신고 왔었는데...
달리는 동안 갑오고개에서만 미숫가루를 타서 주는 것 이외에는 물밖에 제공되지 않아 상당히 허기가 졌었다. 중간에 산행을 오신분들께 얻은 사탕 하나가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내 스스로 파워젤이라도 한개 준비했어야 했는데... 달리는 내내 이런 코스는 뛰어서 갈 것이 아니라 주변의 풍광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다음에 금수산에 산행을 꼭 한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대회에서 상을 받은 여성회원들과 함께... 대단한 철녀들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힐까 대회를 마치고 나서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서둘러 돌아왔다. 다행이 지난주가 추석연휴였던지라 이번주에는 나들이 나선 차량이 별로 없었던지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편했다. 여주에서 이천까지 막히는 고속도로 구간은 국도를 이용해서 우회했더니 아침에 제천에 갈 때 걸렸던 시간과 별 차이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차가 막히지 않을줄 알았다면 제천에서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왔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산악마라톤이 아닌 등산을 가서 산도 제대로 보고, 주변에 볼거리도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회원들과 함께 분당으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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