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에너자이저 나이트 레이스 (2011.10.1)

남녘하늘 2011. 10. 24. 00:16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밤에 달리는 이색 마라톤 대회인  에너자이저 나이트레이스(Energizer Night Race 2011)가 개최되었다. 지난 겨울부터 달리기 연습을 꾸준하게 해 온 집사람과 함께 이번 대회에 같이 달리기로 하고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간 탄천에서 일주일에 두세번씩 5km 정도를 꾸준하게 달렸기 때문에 이번 10km는 큰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온 가족이 10km 대회에 몇 번 참가를 했었지만 그때는 집사람이 아이들보다 체력이 딸려서 끝까지 달리지 못하고 중간에 걷거나 해서 나는 아들과 함께 달리느라 끝까지 함께 달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집사람이 오랫동안 준비를 열심히 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오늘 10km를 달리고 나면 내년에는 하프 코스를 한번 달릴 예정이고, 또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언제가 될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풀코스도 함께 달렸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늘 대회에 나가면 부부가 함께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었다. 천천히 달려도 좋으니 함께 풀코스를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행이 집사람이 작년부터는 스스로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조금씩 달리기를 시작했고, 앞으로 몇 년 꾸준히 달린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마라톤대회에 나가서 참가자들의 나이 구성을 보면 4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많은 나이대가 50대로, 젊은 20-30대 친구들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질 않아서 나이든 사람들의 잔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시절에 재미 없는 마라톤을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건강에 대한 우려를 별로 하지 않기 때문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대회는 참가자들의 구성을 살펴보니 20대와 30대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풀코스처럼 많이 뛰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참석한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오늘 행사를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고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대회장인 과천 대공원에 5시 50분경에 도착했다. 대회 출발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다음인 7시 30분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대공원에는 가족 단위의 놀러온 사람들이 많았고, 저녁이 되면서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많았다. 반대로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는 젊은 사람들은 행사장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날이 짧아져서 우리가 도착할 무렵 벌써 어둠이 서서이 몰려 오고 있었다.

 

여유가 있었다면 일찍 이곳에 와서 대공원과 동물원도 구경하면서 가을의 정취를 즐겼으면 좋았을텐데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 아쉽다. 중앙광장에 도착하니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공연을 위한 무대도 설치되어 있고 각종 부스가 있어 여러가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참가한 사람들에게만  면도기도 지급하는 부스도 있었다.       

 

 

 

 

행사장으로 들어오니 이미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가 오히려 늦게 도착한 모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옷을 대회 참가 복장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참가 기념품은 아디다스에서 나온 검정색 상의였는데 어두운 밤길을 뛰는데 밝은 색으로 만들지 않고 검정색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텐데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각종 행사 부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참가해보질 못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날이 더 쌀쌀해지고 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룹의 공연이 펼쳐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공연이 아니였기에 공연관람은 생략. 참가 기념품인 면도기를 받으로 돌아다녔다. 날씨가 쌀쌀한데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심지어 겨울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 대회가 3회 대회였는데 이미 참석해 보았던 사람들은 미리 준비를 하고 나온 듯하다. 내년에 다시 참가하게 된다면 미리 옷 갈아 입지 말고 천천히 갈아입어야겠다.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회원중 우리 가족만 참석한 줄 았았더니 회원들중 몇 사람을 대회장에서 만났다. 생각지도 않았던 회원들을 특별한 장소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분당으로 돌아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내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음 함께 달리는 집사람을 보조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 지급받는 배번은 야간대회용으로 만들어서인지 빛을 비추면 반사가 되게 만들어 놓았서 후레쉬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엄청나게 반사가 된다. 사고를 방지할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참가 기념품도 좋고, 진행도 잘하고 참가에 따른 만족도는 높은데 몇가지 점을 더 고치면 좋지 않을까싶다. 배번의 재질도 너무 강해서 부착을 하기 위해서 옷핀을 사용하다가 옷핀이 구부러질 정도로 단단했었다.    

 

 

 

 

공연장에 가서 잠시 공연을 구경했으나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날씨도 춥고...

 

 

 

출발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출발장소 근처로 이동했다. 8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볼거리가 된다. 나와 집사람은 오늘 대회에 참가하면서 주최측이 지급한 헤드랜턴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헤드랜턴까지 착용하고 있어 그 또한 장관이었다.      

 

 

 

출발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반팔에 반바지로 달리지도 않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쌀쌀해 행사장 앞에 있는 서울대공원 안내전시관에 들어가서 추위를 피했다. 어짜피 조금 있다가 뛰기 시작하면 땀을 흐르겠지만 쌀쌀한 날씨에 벌써 두시간 가까이 있다보니 한기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추위를 피해서 온 달림이들이 많이 있었다. 이곳에서 준비운동까지 하고 있었다. 출발 직전에 행사장으로 나가서 출발을 준비했다.   

 

 

 

 

다행히 출발점으로 이동해서 참가자들 사이로  들어가니 사람들의 체온때문에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한 대회였다면 야간에 달리는 것이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었겠지만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가을의 정취와 함께 이벤트성 행사를 즐기기 위해 참가했기에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 출발하기에 앞서 진행자의 말에 따라 헤드렌턴을 모두 껐다가 한번에 켜는 행사도 했다. 대회를 주관한 기업이 에너자이저 코리아였기에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았나싶다.   

 

 

 

 

 

드디어 출발. 중간쯤에서 출발했는데 벌써 앞쪽으로도 끝없이 사람들이 이어져 있었고, 우리 뒷쪽으로도 엄청난 참가자가 출발하고 있었다. 오늘 대회는 '달리자! 더 밝은 세상을 위해(Race for a brighter world)'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었는데 대회 참가자들의 참가비중 일부를 한국 SOS어린이마을에 기부한다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행사가 돈도 많이 들지 않으면서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아래 있는 사진은 대회 주최측에서 찍은 사진을 한장 가지고 왔다.  내가 찍은 사진은 똑딱이 디카라서 야간에 찍으면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오늘 달리기 코스는 과천 동물원으로 뛰어가서 동물원 내부를 한바퀴 돌고 다시 동물원 외곽 순환도롤를 따라 한바퀴 뛴 다음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미 어두워진 동물원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니 이색 달리기 대회로서 기분은 좋았지만 모두 쉬어야할 동물원을 쿵쿵거리며 달리는 것이 이곳에 있는 동물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소음과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달리는 우리는 신이 났었다. 적지 않은 언덕으로 이어진 코스였지만 함께 달리니 즐거웠다. 집사람도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중간에 급수 장소가 있었지만 날씨가 쌀쌀하니 생각보다는 물을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가로등이 주로를 따라 계속 켜져 있어 헤드랜턴이 없어도 뛰는데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똑딱이 디카라서 어둡게 표현되었을 뿐 실제로는 달리는데 불편함도 그다지 어둡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언덕이 워낙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오르막에서는 걷고 있었다. 집사람이 한번도 걷지 않은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탄천에서 달리기 연습을 꾸준히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10km 결승점 통과 시간은 1시간 7분 3초. 초반에는 좁은 주로에 주자가 너무 많았었고, 경기 내내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리는 힘든 코스였으며 더구나 중간에 잠시 화장실까지 다녀 왔음에도 이 정도의 기록이 나왔다는 것은 그동안 집사람의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10km를 달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만에 처음으로 완주를 하게 되었다. 평소에 탄천에서 달려 본 경험으로 볼 때 오늘 기록보다는 좀더 빨리 들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언덕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조금 늦었진 것 같다.     

 

 

 

배번이 반사가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결승점을 통고한 이후 배번을 떼 놓았다. 배번을 떼 놓아도 기념티셔스에 있는 로고가 마찬가지로 반사되어 여전히 사진에는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배번을 떼고 나니 한결 낳다. 역시 한시간 가까이 뛰었더니 날씨가 쌀쌀해도 땀이 흐른다. 기분도 상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런 대회가 있으면 다시 참가하기로 약속했다.   

 

 

 

 

초가을밤의 추억으로서 아주 즐거운 체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나이가 제법 있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참가해서 뛰는 것을 보는 것도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외국대회에 나가보면 주로에서 젊은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만나게 되는데 우리 나라의 주로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직 모든 것에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자랄 때부터 이런 문화를 접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앞으로 스마트폰과 전자오락에 심취한 젊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런 류의 행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 같아 더욱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여간 오늘 행사는 많이 즐거웠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 분당 검푸 회원들이 먼저 서현동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고 연락이 와서 조금 늦게 식사 모임에 참석했다. 이른 저녁을 먹은 집사람은 뒷풀이에 참가하지 않고 먼저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나혼자만 참석해서 회원들과 식사를 했다. 다른 회원들은 모두 베테랑이어서 한시간을 넘겨 들어온 사람이 없어 내가 제일 늦게 식당에 도착했다. 내일 다시 정기모임이 예정되어 있어 식사만 간단히 하고 헤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