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나의 단상

수정노인복지관 봉사활동 (2011.9.2)

남녘하늘 2011. 9. 30. 23:18

 

수정구 노인복지관 식당에 배식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수정 노인종합복지관은 성남시청이 건립하고 재단법인 성모성심수도회가 위탁운영하는 노인복지기관으로 지역사회의 노인들을 위해서 교양, 오락, 건강증진 등의 종합적인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 복지관에서 점심 시간에 지역 노인들을 위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독거 노인과 결식노인들에게 아주 적은 비용을 받고 급식을 하고 있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하는 봉사활동의 내용이 좋아서, 우리 본부에서도 직원들이 매월 첫번째주 금요일마다 배식하는 것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다.

 

매일 400-500여명의 노인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는데,  배식을 하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여서 복지관 측에서는 배식 봉사활동을 오는 것을 반기고 있다. 다른 직원들은 이미 여러번 참석해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이곳 노인복지관에서의 봉사활동은 처음이다. 이왕 봉사활동을 나갈바엔 수해 복구현장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민을 도와주는 등 진정으로 내 몸이 도움이 되는 곳에 나가 보겠다는 생각이어서 점심배식 봉사활동은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공사에서 직원들에게 봉사활동을 일정시간 이상 나가야 하겠끔 만들어 놓았는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 급식봉사 활동에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자발적인 참여이긴 하지만 완전한 자유의지가 아니라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밀려 나오다시피한 봉사활동이다. 조금은 부끄러운 대목이다.

 

 

 

 

상당히 잘 정리 정돈이 되어 있었던 수정노인복지관의 지하 식당.

 

 

 

봉사활동에 앞서 오늘 행사에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함께.

 

 

 

오늘은 식사메뉴중에 함박스테이크가 있어서인지 식수 인원이 다른 때에 비해서 월등히 많았다고 한다. 준비한 반찬이 모두 떨어져서 늦게 식사를 하러오신 분들께는 염장해 놓은 깻잎같은 반찬을 배식하기도 했다. 이곳에도 식단 메뉴를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을 때에는 오늘처럼 식사를 하는 사람이 증가한다고 한다. 밥을 퍼주는 옆자리에 서서 배식을 했더니 열기가 전달되어 짧은 시간에 땀을 흘려가면서 봉사를 했다. 밥을 퍼 주시는 분은 이곳에서 전속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분이셨는데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셨다.

 

 

 

배식을 하면서 노인분들이 식사량이 많아서 소식하셔야 건강할텐데 생각하면서 대부분의 분들이 많이 드시는 것이 조금 의아했었다. 심지어 내가 먹는 양의 세배 정도나 드시는 분도 있었다. 옆에서 밥을 퍼 주시는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오래 일을 하셔서 어떤 분이 많이 드시는지 적게 드시는지도 알고 그에 맞게 밥을 퍼 주셨다. 배식이 끝나고 나서 다들 식사량이 많으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배식을 하셨던 아주머니께서 노인분들중  이곳에서의 점심이 하루에 한번 먹는 식사일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하신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것 같은 충격이 몰려왔다. 건강을 위해 소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고 있는 이론에 불과했는지를...

 

하루에 한번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다면 먹을 것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드셔야 한다는 것, 하루 식사를 세번 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세번의 식사 이외에 낮에 간식을 먹고, 또 저녁 식사이외에 다른 것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어찌 이해할 수가 있을까?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해서 간과하고 지난 것에 대해서 반성한다. 오늘 이곳에 와서 현장을 보지 않았다면, 또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면 노인들이 왜 많이 먹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이곳 수정노인복지관에서 한끼의 식사라도 할 수 있는 분들은 그렇지 못한 분들에 비해서는 또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이런 복지시설이 없는 곳이라면 한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알지 못하고 지나친 일들이 많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복지를 말하지만 어떤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하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것을 오늘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다. 육체노동에 가까운 봉사활동이 진정한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오늘 배식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생각한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나왔지만, 그런 점에서 강제된 봉사활동도 꼭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배식활동을 마치고 나니 관계자께서 우리에게 식사를 하고 가라 했지만 반찬이 별로 없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무실로 가면서 먹겠다고 하고 서둘러 나왔다. 한끼 굶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이야 어디에 가더라도 먹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먹을 수 있기에...

 

나오는 길에 복지관의 여러 곳을 둘러 보았는데 정말 잘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관의 옥상에는 게이트볼 경기장과 조그마한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복지관 2층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여러개의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통 우리가락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있었고, 바둑을 둘 수 있는 장소와 컴퓨터를 배우는 강의실, 서예를 하는 방도 있었다. 주변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 함께 모여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배식하면서 느꼈던 막막함이 취미활동을 하시는 노인들을 보면서 조금 상쇄될 수 있었다. 1층에는 탁구장과 당구장도 있어 노인분들이 즐기고 있었고, 강당에서는 노래방이 운영되고 있어 들어가기 위해 많은 분들이 번호표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좋은 것이다. 돈을 많이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 다시 느꼈다. 그리고 이런 노인복지관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겠다는 것도 느끼고 왔다. 앞으로 우리 나라가 점점 더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인데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고령자를 위한 복지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지라고 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야 하는데, 세금이 많이 걷히는 것은 아니고... 하지만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