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에서 정기 산행으로 모악산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침에 본사를 출발할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함께 산행하기로 했던 몇몇 분은 산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7시에 오리 사옥에서 출발했다. 장거리를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라서 어제 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딴 짖을 했더니 버스를 타자마자 잠들기 시작해서 중간 휴게소에 들렀을 때에도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잠을 자버렸다.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북도립미술관 도착한 뒤 10시 2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예보되어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 조심스럽게 산행을 시작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북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미리 도착해서 반갑게 맞아 주었고, 간식거리까지 준비해서 일일이 챙겨주는 성의를 보여줘 감동이었다. 비가 와서 우의와 우산 등을 챙겨 들고 전북본부 고석진 차장의 안내에 따라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산악회 몇몇 회원은 우중 산행으로 인한 체력적 문제로 인해 차량을 이용하여 도착지점인 금산사에 먼저 가 있기로 했다.
산 아래와는 달리 산행을 시작하자 강한 비바람속에 몰아쳤고, 대원사를 지나 수왕사까지의 오르막이 다소 힘이 들었던 것 같았다. 약간의 급한 오르막을 제외하고 오늘처럼 날씨만 악천우가 아니라면 무난한 산행이 될 수 있었을 구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모악산은 대부분 육산인데 이 코스가 난이도가 있는 경사길이다. 입구에서 한 시간을 오르니 대원사가 있다. 660년 백제 의자왕 때 창건된 천년고찰인 대원사는 조선 말기의 종교사상가 강일순이 이곳에서 도를 깨치고 증산교를 세워서 더욱 유명해진 절이라고 한다. 벚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대원사를 지나칠 수가 없어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휴식을 취해 주었다.
대원사를 지나서부터는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미 대원사를 오르면서 비를 충분히 맞아서 더 이상 나빠질 상황도 없었고, 비를 피할 생각이 없어지니 주변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울보다 남쪽인지라 벚꽃 뿐만 아니라 노란 생강나무 꽃을 비롯해서 초록의 나무잎도 싱그러워 보였다. 비는 내려도 완연한 봄날의 모습이다.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에서는 간식을 섭취해 주었다.
모악산은 전주시 중인동과 김제시 금산면, 완주군 구이면에 걸쳐있는 793.5m의 우리나라 100대 명산이다. 모악산은 산의 70여7%가 김제시에 속해 있으며 산 정상에 오르면 호남평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경관이 아주 빼어난 명산이다. 또 불교(금산사) 천주교(수류성당) 개신교(금산교회) 원불교(원평교당)와 같은 종교 유적지가 위치해 있어 순례자가 끊임없이 찾는 종교 성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한참을 올랐더니 드디어 정상부의 송신탑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바람과 구름으로 인해 순간 순간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드디어 산아래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는 정상부에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산아래가 보였다가도 순간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곳에 모악산을 중심으로 전주와 김제, 완주를 지나는 완주 모악산 마실길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트레킹코스를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한번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언제 가능할 지는 모르겠으나...
산행 시작 2시간이 조금 안돼 송신소가 자리한 모악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송신탑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의 절정을 보는 듯 사람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날려 버릴 듯한 기세로 거세게 불어 사진 한장을 찍기가 힘들었다. 이곳 모악산 정상 주변에는 철조망이 빙 둘러 쳐져 있고, 정상 꼭대기는 커다란 철탑 두 개가 흉물스럽게 우뚝 솟아있다. 방송국 송신탑과 군시설물로 보이는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군인은 보이지 않았고, 건물 옥상에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발판과 망원경도 설치해 놓았다. 산 정상에 이런 시설물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만...
비바람으로 인해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점심식사 대신 간단하게 간식거리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 나서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산길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조금 우회하는 심원암 코스를 변경하여 짧은 구간을 선택하여 내려가기로 했다. 당초 계획하였던 1구간, 2구간의 중간에 위치한 길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하니 콘크리트 포장길이 나온다. 금산사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였는데 흙길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하산길은 다소 단조로웠다.
금산사 가까이 있는 길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침부터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하여 조금 일찍 꽃망울을 떠트린 벚꽃은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벌써 떨어지기도 한다. 벚꽃이 피었을 때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야 꽃을 오래 볼 수 있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지난주에 산행을 왔다면 벚꽃의 절정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금산사에 도착하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과 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생각보다는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산행시간이 당초 계획했던것 보다 늦어졌지만 처음온 금산사를 건너 뛸 수가 없어 비내리는 금산사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어도 참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금산사는 진표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백제시대 국가의 번영과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들어진 백제시대 사찰이다. 그리고 고려시대의 금산사는 법당이 711칸의 대사찰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금산사를 중심으로 서산대사 등이 승병활동을 하자 왜군이 금산사를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러, 현재의 목조건축물은 거의가 임진왜란 이후의 것이라고 한다.
금산사는 도량이 무척 넓은 절로 보제루 누각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넒은 절 마당이 마음을 확 트이게 한다. 사찰의 중앙에는 석가모니 본존불을 모셨다는 대적광전이 있다. 금산사 대적광전에는 5부처 6보살이 모셔져 있고 대웅전, 대광명전, 극락전, 약사전 등이 한데 합쳐진 형식이라고 한다. 불교학자들은 대승불교의 신앙체계를 모두 갖춘 종합사찰의 성격으로 금산사를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금산사에도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우리 일행이 후미조여서 일찍 내려온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약식으로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불경을 보관하는 대장전 앞에 서면 국보 62호 웅장한 삼층 미륵전이 나타난다. 이 미륵전의 터는 원래 용이 살고 있던 연못이었으나, 어느 고승의 가르침에 따라 참숯으로 연못을 메워 용을 쫒아내고 미륵전을 건립했다고 한다. 미륵전 내부에는 동양 최대의 옥내 입불 11.82m의 미륵본존불이 모셔져 있다. 본존불 옆 협시불도 8.8m이니 그 웅장함에 크게 감탄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금산사를 자세히 둘러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금산사를 지나 모악산 주차장으로 내려 오는 길에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관광지 주변의 도로와 공원주변 정리가 깨끗하게 되어 있어 보는 사람이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주에 벚꽃이 한창이었을 때 이곳에서 '모악산 벚꽃잔치'라는 행사가 열렸던 모양이다. 오히려 행사가 끝나 조용하고 깨끗한 이곳의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느끼는 여유로움.... 오늘 산행은 대략 4시간 조금 안 걸려 끝나게 되었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우리 일행은 전주시내로 이동해서 전주에서 유명한 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전주에서 유명한 식당중에 하나인 '성미당'에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으면서 전북본부에서 준비해 주신 구찌뽕주(酒)를 함께 마셨다. 산행을 하면서 비를 맞아서 복장이 깨끗하지 않았는데 깨끗한 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느끼는 미안한과 어색함... 그래도 어쩌랴. 손님이 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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