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산회 회원들과 함께 용문산에 올랐다.
내가 100산회의 총무가 되어서 두번째로 산행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번 산행에 회원 10명이 참석하게 되었으니 굉장히 성황을 이룬 셈이다. 항상 차 한대로 산행을 떠나곤 했는데 오늘은 차 1대로 갈 수가 없어 김호영부장 차와 최정갑차장 차까지 운행하기로 했다. 8시에 오리 사옥에서 만나 한대가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차량은 판교를 들러서 오다가 용문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일도 마라톤 대회가 있어 오늘 산행이 부담이 조금 되기는 하지만 내가 기록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닌지라 크게 부담없이 갔다 오자는 생각이다.
용문산이 높은 산이고 아직 봄다운 봄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생각보다는 많은 산행객이 찾지 않은 듯 용문사 주차장이 많이 비어 있었다. 산 아래 있는 수퍼에서 막걸리를 샀는데 막걸리 한병에 2천원을 받고 있었다. 손님들이 모두 뜨내기라고 생각하고 바가지를 쓰이고 있다는 느낌. 이렇게 소문나면 절대로 다음부터는 이곳에서 물 한병 사지 않게 된다는 것을 모를까? 아직도 관광지에서 이런 바가지 상혼이 있다는 것이 한심스럽다.
용문산은 문화재구역 입장료 2천원을 받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에 폐지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용문사라고 쓰여진 것으로 보아 용문사에서 이 입장료를 받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용문사에 안 들르고 그냥 용문산 등산만 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필요없는 입장료로 생각되어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인데 서로 입장이 다르니 쉽지 않은 일일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으로 사찰 입장료를 내고 산행을 시작한다. 몇 년전에도 100산회 회원들과 함께 올랐던 산인데도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 들어서 의외였다. 그때 왔던 산행코스를 따라서 오르기 시작했다. 바위가 더 많아진듯한 느낌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을텐데... 산 아래는 봄이였는데 올라갈수록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얼음도 모두 녹지 않은채로 남아 있었고, 음지에는 아직 봄이 아니였다. 다행스럽게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춥지는 않았었다.
용문산(1,157m)은 화악산(1,468m), 명지산(1,253m) 국망봉(1,167m) 다음으로 경기도에서 네 번째 높은 산이다. 멀리서 바라본 용문산은 완만해 보이는데 실제 산행을 시작해 보면 산세가 가파르다. 바위가 많고 계속 가파른 오르막 길이 많아서 등산하기에 쉬운 산은 아니다. 더구나 오르는 길에는 볼 것이 없어서 심심한 산행이 계속되지만, 정상에서의 절경을 보기위해 참고 올랐다. 중간에 정상에 다 올랐다 싶으면 다음 봉우리가 나타나기를 서너 차례 반복해서 더욱 힘이 드는 산이다.
거의 3시간 넘게 걸려서 정상에 올랐다. 산행을 온 사람이 적어서인지 좁은 정상이 그리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용문산 정상은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어 통제가 되어 올라갈 수 없었으나 2007년도에 개방이 되어 이제는 종주산행이 가능해 졌으며,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앞서 용문산에 올랐을 때 보지 못했던 은행나무 잎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날이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정상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오래 머물수가 없었다. 오르면서 흘린 땀이 식어버리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한장과 주변 사진 몇장을 찍고 서둘러 바람이 없는 쪽으로 이동했다.
이번 산행에서 시산제를 하기로 해서 내가 미리 축문도 준비하고, 다른 회원들이 이것 저것을 준비해서 다소 늦은 4월이지만 간단한 시산제도 지내게 되었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정자에서 간단하게 100산회 시산제를 지내고 다시 따뜻한 양지로 옮겨 한시간이 넘는 식사시간을 가졌다.
하산은 오를 때 계곡이 아닌 능선길을 따라서 내려왔는데 계곡으로 내려 오는 것보다 훨씬 편하게 내려 온 듯하다. 바위가 별로 없어서 내려오기 좋았던 것 같다. 다음에 용문산을 오르면 계곡으로 올라가서 능선으로 내려 오는 코스를 잡으면 좋을 듯하다. 오늘 총 산행시간이 7시간이 넘게 걸린 듯하다. 너무 쉽게 생각했었는데 굉장히 놓은 산이였고 힘이 드는 산이였었다. 내일 달리기를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이 든다.
함께 간 일행들이 내려오면서 간격이 벌어져 용문사에 도착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산 아래 내려가서 기다리기 보다는 용문사에서 기다리는 편이 낳겠다는 생각에 아침에 산행을 할 때 이미 지불한 문화재구역 입장료가 생각나서 용문사를 구경했다. 무늬만 불교신자인 나로서도 굳이 입장료를 받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데, 종교가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부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 것 같다. 용문사는 913년 대경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인데, 고려시대화 조선시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수차례 소실 후 중건, 재건된 역사기 깊은 사찰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으로 법당인 대웅전이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1983년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현판은 서울 봉은사에 있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번각한 것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높이 40m, 둘레 14m)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키가 큰 은행나무로 수령이 1,100-1,5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가을에 단풍이 들었다가 떨어지는 낙엽의 무게만 2t에 이르고 은행 열매는 15가마니나 된다고 한다. 이 나무는 신라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심었다고도 하고, 또 신라의 고승 의상 혹은 원효대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는 설이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너무 위로만 키가 컸고, 옆으로 퍼지지는 않아 멋있는 느낌의 나무는 아니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용문사에서 사진도 찍고 후미로 쳐진 일행을 기다려 함께 내려 왔다. 용문사에서 용문산관광지로 내려 오는 길에 친환경농업박물관이 있었다. 요즘 회사에서 맡고 있는 업무가 박물관과 관련된 일이기에 함께 간 일행들과 함께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양평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한눈에 보여주고, 전국 유일의 친환경농업특구인 양평의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홍보하기 위해서 만든 박물관이었다. 양평의 과거와 현재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개관했다고 하는데 보여지는 외관에 비해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1층에는 세미나실, 갤러리실, 수장고, 관리실등이 있었고, 2층에는 상설전시장, 기획전시실, 누각이 있었다. 상설전시장은 다시 양평역사실과 친환경농업실로 나뉘어 있었다. 양평역사실 입구에 들어서니 옛지명인 양근과 지평이 합쳐져 양평이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양평이 그려진 고지도가 전면에 있었다.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평막걸리의 명성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지평이 양평의 옛 이름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친환경농업실에서는 일반 토양과 친환경농업 토양을 비교해 주고 있었다.
친환경농업박물관을 보고 나온 느낌은 규모도 크지 않았고, 친환경 농업박물관이라 하기에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농업 관련된 정보를 얻기보다는 양평 특산물 홍보관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는 느낌이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면 어떨까 하는 느낌. 산에 온 산행객들이 소문을 듣고 방문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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