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경기도 연천군 전곡에 있는 선사박물관을 방문했다. 전곡 선사박물관은 전곡리 선사유적의 영구적인 보존하고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개관했고, 오늘이 개관 1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선사박물관은 우리 회사 토지주택박물관과 여러부문에서 교류를 하고 있어 개관 1주년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참석하게 되었는데, 선사박물관의 개관한 이후 방문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전곡 선사박물관이 개원하기 훨씬 전에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발굴할 때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박물관은 오늘 처음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한탄강변 용암지대 위에 형성된 전곡리 구석기 유적은 1978년 고고학을 전공햇던 주한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처음 발견했고 1978년부터 발굴조사를 하여 세계 학계에 알려진 유명한 유적이다. 동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된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은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밝혀 줄 귀중한 자료로서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구석기 문화 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이기도 하다.
처음 방문한 선사박물관의 외관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가상의 세계에서 날아 온 은빛 비늘의 거대한 용 한마리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형상의 독특한 건축물이었는데, 전곡선사박물관은 원시 생명체의 모습을 모티브로 디자인 되었고 스텐레스 스틸의 외관은 뱀이나 용의 피부 느낌으로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오늘은 비가 내려서 느낌이 덜했지만, 스테인리스 판으로 덮어 은빛 비늘처럼 반짝이던 외벽이 햇살이 밝은 날에는 눈이 부실 듯하다. 방문객들이 용의 몸통 안으로 들어가면서 첨단 연구단지에 들어서는 느낌과 선사시대 동굴로 입장하는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비가 내려서 외관 사진을 찍지 못해 다른 사람이 찍어 놓은 사진을 한장 가지고 왔다.
1층 로비에서 한국인의 기원이라는 전시물이 있었는데 TV애서 많이 보던 사람의 밀납인형이 있어 방문기념으로 한장 찍었다. 여기에서도 한류가 활용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박물관 관계자는 전곡 선사유적지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당시 최고로 진화된 도구였다고 하면서 이곳이 선사시대 첨단 과학단지 같은 곳이였다는 점에 착안해 박물관 디자인을 과학단지처럼 설계했다고 부연설명을 해 주었다. 설명했다. 입구에서 1층(외관상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가면 선사시대의 화석인류, 동굴벽화, 기후별 동물과 자연환경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상설전시실은 전시실별 구분 없이 오픈전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입구에 있는 기념품 판매점도 다른 칸막이 없이 훤한 느낌을 주도로 설계되어 있었다.
2층의 상설전시관에는 초기 인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인간보다는 고릴라, 침팬지 등과 비슷한 외형의 700만년 전 인류인 투마이에서부터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14점의 모형이 전시되어 인류 진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있다. 이 모형들은 프랑스 학자 엘리자베스 데인스가 실제 발견된 고대인류의 뼈 모양을 제작하여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되어진 것이라고 한다. 마치 걸어서 전시관 밖으로 나올 것처럼 머리카락 한 올부터 골격, 주름 하나까지 생생히 복원돼 있어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1978년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처음 발견되기 전까지 모비우스 (H. Mobius) 같은 서양의 학자들은 인도의 동쪽 즉 동아시아에는 양면가공을 하여 잘 만든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전까지는 유럽에서는 주먹도끼가 발견되었고 동아시아는 찍개만 발견되어는데, 주먹도끼가 찍개보다 더 발달한 구석기 도구였기에 고대시대부터 유럽이 동아시아보다 더 발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끝자락인 전곡리에서 아슐리란형 주먹도끼들이 발굴되면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서양에만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되었고 전곡리에서 출토된 주먹도끼는 세계 구석기시대와 주먹도끼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고 한다. 내용을 알지 못하고 보면 그냥 조그마한 돌덩어리에 불과한 전곡리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개관 1주년을 맞아 간단한 기념식이 박물관 한켠에서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서 축하해 주었다. 특히 오늘 기념식과 함께 '기증유물 공개전: 매머드와 친구들'이란 주제의 특별전시회장을 개관하였다. 이번 특별전에는 매머드뿐만 아니라 털코뿔소, 스텝들소 등을 함께 전시해 각 동물들의 특징을 알아보고 그들이 살아간 시대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류의 삶까지 연계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메머드는 지구의 역사를 말할 때 꼭 등장하는 동물로, 많은 식량과 추위를 막아주는 털과 가죽, 기름, 뼈, 상아등을 제공했던 고마운 존재였는데 최초의 인류가 그 메머드의 뼈를 이용하여 만든 움막집이 재현되어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메지리치유적에서 발견된 메머드뼈로 만든 집터를 토대로 하여 복원했다는 이 움막은 약 1만 5천년전에 만들어진 집이라고 한다. 매머드의 아래턱뻐로 울타리를 치고 입구는 매머드의 어금니로 아치를 만들어 장식, 이 움막을 짓기 위해서는 적어도 95마리의 메머드에서 나온 15톤 정도의 메머드뼈가 필요했다고 한다.
매머드는 홍적세(약 250만~1만년 전)에 유럽, 북아시아, 북아메리카의 동토 툰드라 초원지대에 살았던 신생대의 대표적인 화석동물이다. 코끼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긴 털과 작은 귀, 길고 아름답게 휘어진 커다란 상아는 매머드만의 특징이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흔히 매머드라고 할 때는 약 1만년 전까지 살았던 털매머드(울리매머드·Mammuthus primigenius)를 말한다고 한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선사박물관이었지만, 내용상으로 볼거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 박물관이었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전시 준비에 참여한 작가와 함께 하는 벽화꾸미기를 체험할 수도 있고, 5월부터는 매주 주말에 아기매머드를 직접 관찰해보고 나만의 매머드를 만들어보는 '가족탐정단, 아기 매머드를 만나다'와 같이 어린이들이 즐겁게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어린아이와 함께 와서 즐기는 박물관이다. 어른들에게는 다소 진부하고, 이미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버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설전시실 반대쪽에는 자그마한 카페가 마련되어 있었다. 1년전에 완공한 박물관 내부의 카페도 세련되고 잘 꾸며져 있었고 카페 출입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게 되어 있었다. 오늘은 카페가 따로 영업을 하지 않고 개관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놓았다. 가족이 함께 놀러 온다면 카페에서 한탄강 계곡을 바라보며 티타임을 즐길 수 있으며 박물관 옥상 위의 산책로에 나가 전곡선사유적지 전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오늘은 비가 내려서 밖으로 나가 보지는 못했지만, 선사박물관에서 전곡리 선사유적지와도 연결되는 산책길이 있어 박물관과 연계해 유적지를 둘러 볼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우리 조상들의 옛 삶을 터전을 한번 살펴보면서 전곡리 유적지를 둘러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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