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우붓을 중심으로 근교에 있는 유적과 오래된 사원을 돌아 보기로 했다. 발리에는 동네마다 힌두 사원과 탑을 볼 수 있는데, 2만 여개의 힌두 사원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발라를 신들의 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국교가 이슬람인데 비해서 이곳 발리만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몇 몇 이름 있는 사원은 관광객이 너무 많고, 차분히 구경할 수가 없어 관광객이 잘 찾지는 않지만 유명한 몇 곳을 둘러보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우붓 중심에서 차로 15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사무안 띠가 사원(Pura Samuan Tiga)은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초가지붕의 사원을 유명한 곳이다. 사원앞에 도착하니 대자보 같은 것에 복권 당첨 번호 같은 것을 붙여 놓았고, 찾아온 사람들이 숫자가 적힌 종이표를 맞춰보고 있었다. 시골이라 말이 통하지 않아서 자세히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행사와 관련해서 경품 추첨을 했던 것이 아닌가싶다.
사무안 띠가 사원(Pura Samuan Tiga)은 넓은 입구와 조각, 초가지붕이 볼거리라고 한다. 또 기둥에 화려한 금세공도 인상적이라고... 힌두교의삼위일체 신인 불의 신 부라마, 물의 신 비슈누, 바람의신 시바를 모시는 사원으로 매년 5월에 대축제가 열린다고 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축제가 열리는 시기였던 모양이다. 사원 전체에 노란 금색 천으로 치장을 해 놓았는데 아직 걷어 가지 않은 것을 보면 행사가 모두 끝나지 않은 듯하다.
이 사원도 입구에서 들어가니 넓직한 마당이 있어 시원한 느낌이다. 또한 발리 사원 특유의 어두운 모습보다는 밝은 색상으로 꾸며져 있어 보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사무한 띠가사원을 들어오기 위해서도 싸롱을 입어야 했는데, 이번 여행은 사원을 많이 방문할 생각에 우리 가족의 싸롱을 수가와티 시장에서 구매해 놓았다. 입장료를 받지 않고 약간의 보시금을 받는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입구에 있던 관리인이 입장료를 받았다. 입장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1천5백원 정도.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었다. 날씨도 더운데 싸롱까지 걸치니 더 많이 덥다.
발리의 마을들은 대부분 3개의 주요 사원을 가지고 있다. 뿌세 사원(Pura Puseh), 데사 사원(Pura Desa), 달렘 사원(Pura Dalem)이라고 불리는 사원들이다. 뿌세 사원(Pura Puseh)은 마을 물줄기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삶의 유지를 담당하는 물의 신 비슈누(Wisnu)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마을의 조상들을 기리고 있다. 데사 사원(Pura Desa)은 창조의 신이면서 불의 신인 브라마(Brahma)를 모시는 사원으로 마을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 사원에서 마을을 중재하는 회의가 열리고 마을의 유지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달렘 사원(Pura Dalem)은 마을 수원의 하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죽음의 신인 시바(Siwa)를 모시는 사원인 동시에 장례가 치러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무안 띠가 사원(Pura Samuan Tiga)은 삼위일체 세 신을 모시는 사원이니 더 중요한 사원이 아닌가 싶다. 순전히 내 추측이다. 마을의 주요 사원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서 돌아다니면서 보니 뿌세 사원(Pura Puseh), 데사 사원(Pura Desa), 달렘 사원(Pura Dalem)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원이 많이 보였고, 무엇을 하는 사원이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있었던 한시간동안 사무한 띠가사원을 찾아온 관람객은 한명도 없었다. 한적한 사원을 현지인들만이 청소하고 정리하고 있을 뿐이다.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니 굉장히 유서깊은 곳과 약간의 사전 지식이외에 사원에 대한 설명 자료가 다소 부족해서 사원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방문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사원의 축제가 열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왔으면 더 좋은 구경을 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약간 비켜간 듯하다. 현지인들이 아끼는 사원이고,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사원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구경을 했다.
사무안 띠가 사원(Pura Samuan Tiga)을 나와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쁘나타란 사시 사원(Pura Penataran Sasih) 으로 이동했다. 구글 맵을 이용해서 찾아 갔는데 사원의 입구를 찾지 못하고 사원을 두고 빙빙 돌아서 뒷문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대략 길가에 있는 이 사원이 쁘나타란 사시 사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구글 맵이 시키는대로 따라갔더니 마을을 가로 질러 뒷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사원은 발리 힌두교의 6대 사원중 하나라고 한다. 기원전 3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청동북이 이 사원의 최대 볼거리라고 하는데, 엄청나게 오래된 북이다.
이 사원에 있는 청동북은 빼쟁의 달(Moon of Pejeng)이라고도 불리는데, 동남아시아 청동기 시대의 가장 큰 유물이라고 한다. 빼쟁은 이 지역의 지명이다. 달이 하늘에서 떨어져 북이 되었다고 하는 전설이 남아 있는데, 발리 초기의 벼농사 의식의 유물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북으로 높이가187cm이고, 직경은 160cm이고 청동 원판에는 작은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는데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나 인류학적으로 보나 굉장히 중요한 유물로 보이는데 별다른 보안시설도 없이 그냥 제단위에 놓여 있어서 불안한 감이 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뒷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사원을 들어오면서 보시금을 내지 않았다. 이 사원 역시 따로 관광객을 볼 수는 없었다. 우리가 유일한 관광객이었다. 발리는 5월이 사원의 축제가 열리는 달인지 어느 사원에 가더라도 축제가 열렸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단이나 석상등 사원내에 많은 구조물에 천등으로 장식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번에 발리를 방문했을 때 보았었고, 5월이 발리 사원의 축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쁘나타란 사시 사원을 구경하고 나서 인근에 있는 뿌스링 자갓 사원(Pura Pusering Jagat)까지 둘러볼 계획이었는데 구글맵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서 갔음에도 사원의 입구를 찾지 못해서 들어가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있어났다. 개인 사원으로 관리되어서 출입문을 막아 놓은 것인지 아니면 구글맵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올려 놓았는지는 알수가 없다. 발리 역사 초기에 번성했던 왕국의 호국사원이라고 들어서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가지 못하게 되어서 대신 고아 가자 사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뿌나타란 사시 사원의 입구를 찾지 못하고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가로 질러 들어오는 바람에 중심 도로에서 한참 떨어진 마을 입구에서 바나나를 팔고 있는 현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바나나 가격을 물어 보았는데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여러가지 종류의 돈을 꺼내 놓았더니 2만 루피아(2천원)를 가져가고 커다란 몽키바나나 한다발을 주었다. 낱개로 따지면 백송이도 넘는 것을 단돈 2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인건비는 커녕 기름값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가격이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판매하는 바나나의 가격을 보니 너무 비교가 되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맛도 있었는데, 여행 다니는 몇날 몇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맛있게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큰 만족을 얻은 쇼핑이었다.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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