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우붓에서 2박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는데 그 첫번째 이유가 아침에 우붓에서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걷고 싶었었고, 두번째 이유는 우붓의 아침시장을 방문해 보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우붓의 트레킹 코스는 국내 발리 여행서적이나 론리플래닛에도 여러 형태로 소개되어있다.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온 여행이어서 우붓에 있는 여러 트레킹 코스 중 한 곳을 걷고 싶었다. 한낮에 걷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 같아 가능하면 해가 뜨기 전 아침 일찍 나가서 트레킹을 즐길 계획이었다.
오늘 트레킹 코스는 짬뿌한 다리(Campuhan Bridge) 옆의 구능레바 사원(Gunung Lebah Temple)쪽으로 들어가서 빠요간사원 방면으로 가는 것으로 정하고, 이른 아침 식사전에 두시간 정도 할애해서 가 볼 생각이었다. 렌트카가 있었기에 짬뿌한 다리쪽 공간에 차를 세워놓고 거리에 상관없이 1시간 정도 걸어 올라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기로 했다. 이 코스의 시작점인 이바호텔(Ibah Luxury Villas & Spa ) 앞에서 출발한다. 이바호텔의 정문 옆길로 트레킹 코스의 입구가 있었다.
구능레바 사원(Gunung Lebah Temple) 옆으로 오르막을 올라가면서 실질적인 트레킹 코스가 시작된다. 이 코스의 장점은 갈림길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직진만 하면 된다. 코스의 처음부터 오르막이 있지만 이 오르막만 오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거의 평지를 걷게 된다. 트레킹 코스는 대략 5-6km 정도 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굳이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거리에 상관없이 그냥 가고 싶은곳까지 갔다가 돌아올 예정이다. 이른 아침이었는데 벌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주로 외국인들이다.
우붓에서 멋진 풍광을 즐기고, 고요한 아침을 느끼는 걷고 싶었던 길이 바로 나타났다. 새벽에 조금 부지런을 떨어서 일찍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해가 뜨면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걷던 이길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곳 역시 사진으로 다 담아올 수 없는 우붓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보도블럭을 깔아 놓았는데 그냥 흙길을 걸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발리섬인지라 비 내릴때를 대비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서 산책을 하는 동안 문을 연 상점이 없어 보였지만, 대문이 따로 없는 이 조용한 시골에는 지나치면서 판매하고 있는 그림을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었다. 발리에 사는 사람들의 예술적인 재능이 많다는 것은 이미 여러번 들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손재주가 뛰어나서 각종 소품을 만들고, 조각하고 그려 낸다고 한다는데, 이 시골 마을에도 그림을 그려서 판매하는 집들이 꽤 많았다. 이곳도 트레킹때문에 관광차 오는 사람이 많기도 하겠지만, 발리 어디를 가더라도 그런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산책로 길가에서 만난 klub kokos라는 숙박장소. 아담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숙소 옆으로 조그만 갤러리가 붙어 있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일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구경을 해도 되는지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트레킹 코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개방해 놓았다고 생각하고 들어가 보았다. 우붓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에 이런 숙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다시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이런 곳에서 한번 묵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차만 있으면 찾아 오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책 길 위에는 아담하고 예쁜 집도 있고, 미술품 파는 상점도 있고, 사원도 있고 볼거리가 넘쳐났다. 건축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특유의 자연 풍광도 아름다워서 두 눈이 호강하면서 걸었던 것 같다. 넓게 펼쳐진 논 가운데 KARSA CAFE라는 카페가 나타났다. 아침식사도 가능한 것으로 보였는데 빨리 이 길을 더 걷고 싶어서 바쁘게 지나쳤다. 지나면서 보니 참 잘 꾸며 놓은 카페인 것 같아서 돌아오는 길에 한번 들러 보기로 했다.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들녘의 모습. 아직 이른 아침이라 들에 나와서 일하는 농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벼 꽃이 피는 이맘때가 논 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한 시간일 것이다. 더구나 발리는 벼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사일은 우리 농민들에 비해서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의 논을 보면 한참 오래전 농지개량 사업을 하기 전의 우리나라 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의 계단식 논이지만 이정도를 계단식 논이라 하기에는 맞지 않는 듯 하고....
어디쯤이 이 트레킹 코스의 종점인지는 알 수가 없고,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시간상으로 출발 지점에서 1시간을 훨씬 넘게 걸어서 왔다. 주변 풍광이 볼 것이 많다 보니 구경을 하면서 쉬엄 쉬엄 왔더니 아직 목적지인 빠요간사원에는 도착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 차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했다. 이름 모를 온갖 열대 꽃들과 함께 바나나 나무도 많이 보이고, 길가에 야생 커피나무도 보였다.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길이다.
되돌아 오는 길에 다시 만난 카르사 카페(Krsa Kafe). 아까 지나치면서 돌아올 때 차라도 한잔 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서 차를 마실 상황이 되지 못했다. 다음을 위해서 남겨 두었다고 생각한다.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부리지는 못했지만 카페에 들어가서 카페의 모습과 주변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 왔다. 연못 위에 정자가 하나씩 동동 떠있는 느낌인데, 사방으로 연꽃이 가득하고 논을 바라모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한낮에 이곳을 지나친다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시골에서도 예술과 더불어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아침에 갈때는 이른 시간이어서 보지 못했던 거리의 화가 아저씨가 되돌아 오는 길에서는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란에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더니 계란처럼 깍은 나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유쾌하고도 너무 선한 모습으로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내 취향의 그림이 아니어서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화방을 소개하면서 선한 웃음을 지었다.
계곡 능선 양쪽으로 무성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을 다시 만났다. 길에는 발리 전통 초가지붕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풀인 엘리펀트 그래스가 양비탈면에 펼쳐져 있다. 이곳이 오늘 다닌 트레킹 코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계곡 너머로는 야자수와 고급 빌라와 리조트 같은 집들이 보인다. 햇살 가득한 이곳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오래 오래 머물고 싶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아마 이 풍광 때문에 우붓의 트레킹 코스가 유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발할 때 기점으로 잡았던 구능레바 사원(Gunung Lebah Temple)이 나타났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사원에 와 있는 현지인은 없었지만, 사원을 보수하려는지 작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사원앞에 모여 있었다. 사원 바로 앞에는 짬뿌한 다리(Campuhan Bridge)가 있다. 께릭 강과 워스 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짬뿌한 다리는 지난번 여행을 왔을 때 일부러 찾아왔던 곳이었다. 그때 이 구능레바 사원 입구를 찾지 못해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그곳을 오게 되었다. 짬뿌한 다리 아래 강이라고 하는 것에 우리나라의 개울만도 못하다.
꼭 한번 체험하고 싶었던 전원 속에서의 우붓 트레킹을 마쳤다. 출발한 곳으로 오지 않고 끝까지 가 봤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 돌아본 것만으로도 우붓 트레킹의 진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구능레바 사원에서 이바호텔(Ibah Luxury Villas & Spa )로 오는 길목에 중학교로 보이는 학교가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 벌써 수업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등교시간만 보아도 발리 사람들이 부지런 하다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수업을 끝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바 호텔에서 나와 왼쪽으로 5분간 걸어가면 관광객으로 붐비는 우붓 왕궁 및 우붓 시장이 나온다. 한적함과 복작함이 5분 거리에 있었네.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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