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우붓새벽 시장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했다. 숙소가 관광지 가까이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다. 새벽이라고 해도 열대지방인지라 아침에 돌아다녔더니 땀이 조금 흘렀는데, 숙소에 돌아와 샤워까지 하니 다시 상쾌해진다. 어제 차량사고가 생기지 않았으면 오늘 여행은 시간적인 부담없이 내가 어디를 가겠다는 일정만 가지고 돌아다닐텐데 차 수리를 맡겨 놓고, 사설택시로 관광을 하기로 해서 택시기사 겸 가이드를 만나는 시간을 맞춰줘야 했다. 내 스타일이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늘 기사겸 가이드를 해 주기로 한 라마씨를 9시에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침 식사를 하기에도 조금 빡빡한 시간이 남았다. 우리가 묵었던 율리아트 하우스에서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데 거의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듯하다. 결국 내가 먼저 식사를 하고 준비해서 9시 전에 나가서 라미씨를 만나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약속을 해 놓았기 때문에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게 해서는 안될 것 같아서였다. 이곳 우붓에서 2일만 자기로 예약을 해서 별로 많은 짐은 아니었지만 가지고 갔던 짐을 모두 챙겨서 나왔다. 어제 사고만 없었으면 아침도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제 사고난 차를 견인해 간 업체와 라마씨가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서 오늘 작업이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수리를 해야할 부분이 어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좀 더 광범위해서 수리를 하루만에 끝낼 수 없다고한다. 다른 정비업체에 차를 가지고 가서 차축을 손봐야 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축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새차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내가 차를 수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라마씨가 중간에서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오늘은 오전에 발리 식물원을 가기로 했다. 발리 식물원에 가서 지난번 여행을 왔을 때 다음에 발리에 오면 꼭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던 곳이고, 그 중에서 식물원에 있었던 트리탑 어드벤쳐를 체험해 보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군대 있을 때 유격훈련보다도 못한 어트랙션이지만 집사람이 꼭 해 보고 싶다고 해서 이번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발리 식물원이 비치한 브두굴지역은 산악지대여서,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한 바람이 정말 초가을 날씨 같았고 공기도 좋아서 여행하기 딱 좋은 지역이다. 브두굴 지역과 발리식물원은 발리 사람들도 휴가를 받으면 가는곳이라고 한다.
발리식물원 안의 트리탑 어드벤쳐 매표소 앞이다. 매표소 유리창에 종류별 금액과 각 과정을 지도할 선생들의 사진이 담긴 라이센스를 붙여 놓았다. 매표소에서는 손가락이 나오는 골프용 장갑도 팔았는데 굳이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식물원 안의 숲속 놀이터라 사방이 모두 하늘 높은줄 모르고 뻗은 큰나무들의 연속이다. 실질적인 체험에 앞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땅에서 가까운 높이에서 여러가지 동작들을 익히고 나서 출발한다. 이곳의 이용 가격은 성인 1인당 24달러로 조금 비싼 편이었다. 10시 30분전에 입장하면 가격이 조금 더 싸지고, 미리 예약을 하면 역시 조금 저렴하다.
여기부터 찍은 사진은 오늘 우리를 가이드 해준 라마씨가 찍어준 사진이다. 소형 똑딱이 카메라를 주머니 속에 넣고 가서 체험 장면을 찍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소형카메라를 가져 오지 않았는데 다행이 라마씨가 우리 가족을 따라 다니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예정에 없었던 비용이 지출되었지만 이런 좋은 점도 있다. 덕분에 트리탑 어드벤쳐를 즐기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여기저기 길게 뻗어 있는 로프들과 슬라이딩 기구들, 흔들다리, 높은 나무 위에 설치되어 있는 받침대를 이용해서 즐길 수 있는데 한 단계씩 패스해 가면서 보다 높이 올라가게 된다. 총 7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3단계부터 시작했다.
단계가 올라 갈수록 나무 높이 올라가게 되고 체험하는 난이도도 조금씩 힘들게 되어 있었으나 그다지 위험한 곳은 없었다. 이미 오랫동안 검증을 거쳐서 위험요소를 없애 놓았기 때문이다. 시원한 숲속에서 놀고 있어도 힘을 써야 하는 구간이 있어 조금 땀을 흘리기도 한다. 군대 있을 때 유격훈련 보다도 어려운 것이 없다는 생각인데 그때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 것이고, 이곳은 자신이 돈을 내고 자의에 의해서 하는 것이기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코스가 좀 더 다양한줄 알았는데 막상 와서 해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숲속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즐기는 것인줄 알았는데 조금 단조로와서 실망이다.
처음에는 집사람도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더니 제일 마지막 단계인 7단계에서 타잔 줄타기 같은 곳에서는 뛰어 내리지를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다지 힘든 것도 아니고 로프에 안전밸트로 묵어 놓았기 때문에 뛰어 내려서 반대편으로 가는 동안 다칠 위험성도 없는데 뛰어 내리는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한 것이다. 결국 나혼다 뛰어내리고 나서는 다는 끝까지 즐겼고 남은 가족은 그곳에서 멈쳤다. 정신없이 즐기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듯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내게는 조금 긴장감이 떨어지는 어트랙션이었지만 가족들은 즐거웠다고 하니 다행이다.
트리탑 어드벤쳐를 끝내고 나서 본격적인 발리 식물원 구경에 나섰다. 식물원 입구이면서 트리탑 어드벤쳐 매표소 앞쪽에 있던 발리 식물원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쿰바카르나 라가(Kumbakarna Laga)의 석상. 아주 커다랗고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는 상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는 공부를 하고와서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원숭이와 싸우고 있는 거대한 몸집의 주인공은 악의 왕 라바나(Ravana)의 동생 쿰바카르나 라가(Kumbakarna Laga)다. 쿰바카르나 라가가 원숭이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고, 원숭이의 왕 수그리바(Sugriva)의 부하인 수많은 원숭이들이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비슈누(Vishnu) 신이 현신하여 태어난 라마(Rama)왕자의 부인인 시타(Sita) 공주를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모습의 석상이다.
트리탑 어드벤쳐를 마치고 식물원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지난번에 왔을때 보다 조금 관리가 잘되지 못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주변 큰 나무들은 변함이 없는데 조그마한 난 식물원 같은 것은 꽃도 별로 보이지 않고 관리가 잘 안된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은 1959년에 열대의 정원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수목과 화초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심은 결과 지금은 155만㎡에 달하는 숲 속의 드넓은 열대 수목원으로 발전하였다. 수목원을 모두 구경하면 족히 3~4시간은 걸리는데 트리탑 어드벤쳐를 즐기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하다. 내 차가 있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녔을텐데 또 아쉬움이 남는다.
식물원의 한쪽 끝에는 브란딴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보는 호수 경치가 근사했다. 지난번 식물원에 왔을 때 한번 와 보았던 곳이라 아들에게도 보여줄 생각으로 이곳에 와 보았다. 발리의 다른 지역에서 느끼던 후덥지근함도 이곳에서는 없다. 날씨도 쾌청하고 바람도 너무 시원해서 자연을 감상하며 여행하기에는 딱 좋은 초가을 날씨이다. 브두굴 지역은 발리 중북부 지역의 해발 1,500m 고도의 산지에 호수가 함께 위치해 있어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생활하기 너무 좋은데 현지인들은 서늘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식물원은 생각보다 아주 넓고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마음과 몸이 상쾌해지는 이 공원은 발리인들에게 소풍이나 주말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아주 높은 곳이었다. 식물원을 광범위하게 덮고 있는 파란 잔디밭 곳곳에는 돗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도시락과 과일을 먹고 있는 현지인들이 보인다. 워낙 규모가 큰 발리식물원은 차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중간 중간에 걸어서 다니도록 적당한 길이의 산책로도 만들어져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산책로를 걸으면서 숲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괜찮았을덴데 오늘도 그 목적을 달성해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다. 다음에는 오로지 식물원에 와서 산책을 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더 오기로 한다.
트리탑 어드벤쳐를 즐기느라 시간이 오후 1시가 훌쩍 넘어 버려서 뷔페식당에가서 식사를 함께 했다. 라마씨가 소개해서 가려고 했던 식당이 내가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부페식당과 같은 곳이였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는데 음식의 질은 지난번에 왔을 때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 듯하다. 관광객만 상대로 편한 장사를 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인데. 다음에 오게 되면 다른 식당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11편에서 계속)
'외국 여행 > 발리 ('15.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리여행 25-12 (따만 아윤사원), (2015.5) (0) | 2017.05.11 |
---|---|
발리여행 25-11 (브라딴 사원), (2015.5) (0) | 2017.05.09 |
발리여행 25-9 (우붓 숙소-유리아티 하우스), (2015.5) (0) | 2017.05.04 |
발리여행 25-8 (우붓 전통공연, 우붓새벽시장), (2015.5) (0) | 2017.05.02 |
발리여행 25-7 (고아가자, 뜨갈랄랑), (2015.5) (0) | 201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