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발리 ('15.5)

발리여행 25-11 (브라딴 사원), (2015.5)

남녘하늘 2017. 5. 9. 00:24

 

 발리 식물원에서 나와 브라딴 호수의 울룬다누 브라딴 사원(Pura Ulundanu Beratan)으로 이동했다. 발리 식물원과 브라딴 사원은 이미 2011년 발리를 방문했을 때 와 보았던 곳이지만, 처음 발리를 여행온 아들에게는 구경해야 할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사원으로 이동중에 짠디꾸닝 재래시장을 지나쳤는데 지난번 방문때에도 그냥 지나쳐 이번 여행에서는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가이드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이번에도 가 보지 못했다. 이 재래시장은 고산지대에 있어 우리나라의 대관령처럼 고랭지 작물을 재배해서 판매하고 과일의 종류도 많다고 들었는데, 다음에 다시 발리를 와야할 이유를 하나 만들어 놓은 셈이다. 


울룬다누 부라딴사원은 브두굴지역의 짠디꾸닝 공원 내 호숫가에 위치한 사원으로 1633년에 건립되었다. 호수의 신인 데위 다누를 모시는 11층과 3층의 탑은 호수안에 세워져 있어서 매우 아름답다. 힌두교사원인데도 불교의 영향을 받아 경내에 불탑과 불상도 찾아볼 수 있다. 부라딴 호수는 짜뚜르(Catur)산에 있는 칼델라 호수로 주변에 공원도 있고 볼거리가 많아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브라딴 사원은 인도네시아 10대 경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이 유적은 발리의 달력이나 관광안내 책자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소이다. 발리식물원의 해발 고도가 평균 1,300m 정도 되니까 이 호수는 1,200m는 될 것이다. 지난번 방문 때는 비가 내려서 몇몇 곳만 구경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맑아서 사원의 곳곳을 모두 둘러 볼 수 있었다. 

 

 

 

 

 

 브라딴사원의  모든 사원 건물이 호수 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잘 다듬어진 정원들과 본당 건물은 다른 사원들과 같으며, 다만 호수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11층과 3층으로 되어있는 두개의 탑이 호수안에 세워져 있다. 덕분에 발리의 다른 사진 촬영지와 함께 꽤나 인기 있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세워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화폐인 5만루피아 지폐 뒷면에 이 사원의 정경이 나와 있어 그 돈을 들고 기념찰영을 했다. 인구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나라에서 힌두사원인 브라딴사원을 화폐에 넣었을 정도로 이 사원은 아름답다.   

 

 

 

 

 

 

사원의 뒷쪽으로 가보니 호수와 접한 넓직한 공간이 있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이곳에 와 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산책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이곳에 내가 직접 렌트카를 가지고 왔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찬찬히 둘러 볼 수 있었을 텐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고 또 가 보아야 할 곳이 남아 있어서 생각만큼 여유로운 시간은 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산책을 즐기며 호수와 사원을 감상할 수 있었이다. 날씨도 맑고 청명하며 고지대여서 선선하기까지 해서 산책하기에도 너무 좋다. 

 

 

 

 

 담장으로 구분된 사원 뒷쪽으로는 여행객이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었는데 탑이 있는 사원쪽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모두 브라딴 사원에 와서 사원과 탑만 구경하고 그것을 배경으로 사진만 남기고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담장에서 바라본 브라딴 사원의 탑쪽 풍광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더불어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늘을 찌를 듯이 마치 바늘처럼 꼿꼿이 선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가 이채롭다. 발리 식물원에서 보았던 키 큰 나무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마치 나무를 땅에 콕 박아 놓은 듯하다. 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길을 걸어보았다. 주변에 다른 나무와 꽃이 어우려져 하나의 정원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출구쪽으로 이동하니 다시 호수를 만나게 된다. 브라딴 호수는 짜뚜르(Catur)산의 화산폭팔로 이루어진 칼데라 호수인데, 브라딴 사원은 이 호수의 여신을 모시고 있다. 브라딴 호수는 이 지역 농사에 필요한 물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호수가에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어져 있었는데, 산책을 하면서 보니 제트스키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이 호수는 농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사람들이 놀 수 있는 여유공간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브라딴 사원에서 나와 빠중(Pacung).쪽으로 이동중이다. 지난번에  발리에 왔을 때에도 들렀던 딸기 농장인데, 딸기를 사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이 아름다워서 잠시 세워달라고 했다. 어제 렌트카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더 찾아다니고, 가이드인 라마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닐 수 있었는데 차를 세워서 구경하자고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진다. 그래도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멋 있어서 잠시 머물기로 했던 것이다.

 

 

 

 

가이드 겸 기사를 차처한 라마씨가 브라딴 사원을 내려와 따만 아윤사원으로 이동하던 중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발리의 계단식 논 중에서도 유명한 빠중(Pacung)의 라이스 테라스였다. 이곳의 계단식 논은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다. 실제 농사가 행해지는 곳인데 그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상당히 멋있고 운치가 있었다. 인간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인공 경작지가 아열대 대자연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름답기까지 한 논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길이 필요했을까? 한동안 말없이 테라스 라이스를 바라보았다. 이번 발리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중에 하나가 눈으로 보았던 자연의 풍광을 사진으로는 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가에 있는 곳이 아니라 메인도로에서 한참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곳이어서 나 혼자 차를 가지고 다녔다면 절대로 찾아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가이드 라마씨에게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다. 산 전체가 계단식 논이니 평지에 만들어진 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우리나라 시골의 논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일단 눈앞에 펼쳐지는 계단식 논은 우리나라의 계단식 논과는 스케일부터 달랐다. 야자수 나무와 계단식 논이 어우러진 이국적 풍광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계단식 논 구경을 하고 내려 오던 중에 라마씨가 커피 농장을 방문해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패키지 여행을 할 때의 일종의 옵션같은 것이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나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라마씨를 위해서 한번 방문해 보자고 했다. 가서 보니 실제 커피 농장은 아니었고, 커피 판매점으로 보면 될 것 같았다. 길가 자그마한 규모로 커피와 코코넛 등 여러가지 나무를 심어 놓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농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억지가 있어 보였다. 가이드에게 일정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서로 공생관계에 있는 커피 판매장이었다. 알면서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이 들어가자 커피를 볶고 있는 듯한 포즈를 취해 주는 현지 직원... 너무 티가 난다. 농장이라고 한바퀴 구경을 시켜 주는데 실제 커피나무는 몇 구루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이론공부는 많이 하고 있었던듯 설명을 잘해 주었다. 숲속에 커피 시음장까지 만들어 놓고 무료로 여러가지 커피를 제공했는데 카페를 운영해본  집사람 앞에서 무게 잡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 숲속에는 아주 작은 모기가 득실대고 있어서 모기밥인 나는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즐기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움직여도 나만 집중적으로 물렸다.

 

 

 

 

이 농장 방문의 최종 목적은 바로 이곳에서 커피를 판매하는데 있었다. 우리가 발리 현지의 커피 가격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가격표를 보니 바가지도 너무 심한 바가지이다. 생각 같아서는 아예 하나도 구입하지 않고 싶었지만, 우리를 데리고 온 가이드를 생각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아주 성의 표시를 할 정도로 커피를 구매했다. 이런 것이 싫어서 렌트카를 가지고 내 맘대로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1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