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행준비를 했다. 아침에 여건이 되면 숙소 앞에 있는 쿠타비치라도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까 생각했었는데, 8 시 30 분에 라마씨를 오라고 해 놓아서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렌트카로 사고를 내지 않았으면 아침에 더 일찍 출발할 생각이었지만, 라마씨가 우붓에서 오기로 되어 있어서 아침에 오는 사람을 배려해서 30 분은 늦추어 놓았다. 오늘 일정은 내가 처음에 계획했던 것과 조금 순서를 바꾸어서 짠디다사를 제일 먼저 방문하고 제일 끝으로 우붓으로 가는 것으로 했다. 우붓에서 수리를 맡겨 놓은 차를 찾아서 와야 했기 때문이다.
꾸타에서 출발해 제일 먼저 띠르따 강가 궁전을 방문하기로 했다. 중간에 라마씨가 코끼리 트레킹을 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다지 흥미로운 것도 아닌데다가 비용과 함께 아까운 시간이 낭비 될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어제 커피농장을 갔다 온 것으로 더 이상의 옵션은 하지 않기로 했다. 라마씨도 가이드 습성이 배어서 그런 제안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우리 여행은 그런 여행 단계는 뛰어 넘었는데...
꾸타에서 발리의 동쪽 해안을 따라서 올라가는 도로는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사누르를 지나고도 한참동안 도로 폭이 좁아지지 않고 도로상태도 좋고 멋진 모습이 많았다.
발리의 동쪽 해안을 따라서 이동했는데 도로 뿐만 아니라 보기에 참 좋은 해변이 많이 있었다. 이동중에 짠디다사(Candidasa) 해변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보기에 너무 좋아서 잠시 내려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왔다. 짠디다사는 발리 동쪽 지역의 고요한 해안 마을이었는데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발리의 조용한 휴양지라고 한다. 최근에 시설 좋은 리조트들이 하나 둘씩 해안과 해안에 접한 도로를 따라서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범하고 조용한 어촌 마을에 그 조용함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발리 관광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북적이는 쿠타의 해안과는 달리 너무도 한가로운 해변인데, 이곳에서 렘봉안섬이 보인다. 바다 사이로 난 방파제에는 두개의 정자가 세워져 있어 운치를 더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 방파제를 따라서 정자에 까지 가 보았다. 정자 한쪽에는 페인트로 'I'가 써 있고 정자사이에는 하트 모형이 또 다른 정자에는 'U'가 써 있어 집사람과 처음으로 하트 모형앞에서 하트포즈도 잡아 보았다. 인근 해안에 바위섬들이 떠 있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해변을 지나서 임나푸르 방향으로 가는 길가에 라군이 보이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는데 차를 세워서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그냥 지나쳐 버렸다. 다음에 오면 꼭 한번 더 가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짠디다사(Candidasa)는 메인 도로조차 복잡하지 않고 깨끗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도시 자체가 규모가 작고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하느 전형적인 해안가 마을이었다. 블루라군은 짠디다사 인근의 작은 산호섬으로,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얕아 스노클링 포인트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다음번 여행에서는 발리에서 스노클링도 한번 해 봐야겠다.
띠르따 강가 궁전을 찾아 가는 길에 발리 사람들이 신성한 산을 여기는 높이 3,142m의 아궁산(Gunung Agung)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에서 지나치면서 찍은 사진인데 나중에 부사키 사원을 가게 되면 아궁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짠디다사를 지나쳐 임나푸르로 가는 도로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들었다. 울창한 밀림 숲같은 도로도 있었고, 해변도로도 멋있었고, 멋진 나무 숲길도 있었다. 까랑가셈 왕조의 궁전이었다고 알려진 띠르따 강가(Tirta Gangga)에 도착했다. 성스러운 겐지스강으로 부터 온 물이라는 의미가 있는 띠르따 강가(Tirta Gangga)도 아궁산의 폭발로 인해 훼손되었다가 최근에 복원된 발리의 문화유산 중 하나라고 한다. 오늘 여정은 풍광이 좋은 곳만 구경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을 오기전에 발리공부를 하면서 이곳에 꼭 한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라마씨가 바로 데려다 주었다. 나혼자 왔으면 찾아오느라 쉽지 않았을 듯하다.
물의 정원, 또는 물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띠르따 강가는 입구에서부터 연못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수십개의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다. 연못에는 띄엄띄엄 징검다리가 놓여있어 연못 안을 거닐수 있고 더불어 그안의 조각상들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힌두교 사원의 문과 같은 석문 짠디 벤따르(Candi Bentar)를 넘어 궁전으로 들어선 순간 동화 속의 나라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지리적으로 발리 동부의 외진곳에 위치해 있어 여행객들이 잘 몰라서 오지 못하는 곳인데 방문하길 잘 했다는 느낌이 확 오는 곳이었다.
왕실의 작은 궁전이었다는 것보다는 얼핏보면 연못위에 떠있는 조각공원 같다. 푸른 정원과 석재 조각, 동상등으로 장식된 연못과 수영장이 있고, 주위의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돌로 만들어진 징검다리가 쭉 이어져 있어 어린 시절 개울물을 지날때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건너기 좋게 되어 있다. 원래 궁전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커다란 연못을 만들어 '물의 정원'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 책자에는 너무 간단하게 소개 되어 있어 이렇게 멋진 장소인줄 몰랐는데 이번 여행에서 보석같은 장소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연못들 주위로 산책로도 아담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져 있다. 분수대와 연못 뿐만 아니라 넓지는 않지만 잘 가꿔진 정원탓에 한동안 머물며
여유를 즐기고 가기에 좋은 곳이다. 다만, 산책로는 햇빛을 피할 데가 많지 않아 더웠다. 산책로를 따라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볼만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궁전 안의 사원도 보이고 각종 조각상도 많이 있었는데, 이 역시 설명자료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궁전의 윗쪽으로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숙소와 레스토랑도 있다고 한다.
띠르따 강가에는 정원 연못을 지나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을 하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 같은데 현지인이라면 모르겠으나 여행객 입장에서 이곳에서 수영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 같았다. 숙소에 있는 현대식 수영장이 훨씬 더 깨끗할 뿐만 아니라 시설면에서도 차이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은 깨끗해 보였는데 수영장에 이끼가 많이 끼어서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보인다. 산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라 엄청 시원하다고 한다.
사원을 돌아보고 나올 무렵에 사원 중간에 있는 분수대에 물이 빠지고 있었다. 그 분수대 안쪽에 커다란 잉어로 보이는 물고기 한마리가 있었는데 물이 빠져버려 이미 죽어 버린줄 알았는데 아직 움직이고 있어, 건져내 옆에 있는 연못에 넣어 주었더니 살아서 움직였다. 평소에 생선을 먹지만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뻔한 고기를 살려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쳤겠지만 내 눈에 보여서 신발까지 적셔가면서 한 행동이기에, 남은 발리 여행이 무탈하게 해 달라고 마음속에 기원을 해 보았다. '띠르따 강가'가 성스러운 물이라고 하니...
(1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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