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모처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먼 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오래 전부터 계획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시기를 확정짖지 못하고 있다가 급하게 떠나게 되었다. 원래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개념은 가고 싶은 장소를 정하고, 그곳에 대해서 집중적인 공부를 마치고 내가 여행일정을 정하고 나서 그 다음에 비행편과 숙박을 정해서 떠나는 자유여행. 그리고 여행을 가서는 공부했던 지역을 눈으로 확인하고 오는 여행을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여행은 바쁘다는 핑계로 사전지식을 많이 습득하지 못하고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더구나 사전지식을 갖추지 못했기에 자유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패키지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여행장소도 스페인을 갈 것인지, 북유럽을 갈 것인지, 터키로 떠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여행 일정이 내 일정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그리스, 터키 여행상품으로 결정했다. 그나마 터키는 지난 2008년에 여행을 갈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던 곳이라서 그냥 가이드이 설명만 듣고 돌아오는 여행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서였다. 패키지 여행을 다녀 온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이번 여행은 패키지 여행중에서도 조금 비싼 가격이었기에 럭셔리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함께 떠나는 일행은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11명. 아주 단촐한 일행인데 한국에서부터 가이드가 따라 붙어 가는지라 저가의 패키지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떠나게 되었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워낙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또 나처럼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좋은 내용을 많이 올려 놓아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굳이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유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시간을 조금만 낼 수 있었으면 무조건 자유여행을 떠났을텐데 그 정도의 여유가 없었다.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두번의 토요일과 두번의 일요일을 포함해서 9박 10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또한 최근에 세월호 침몰사건과 관련해서 침울해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행을 떠나도 괜찮은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 시기를 놓치게 되면 또 언제 집사람과 떠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그냥 강행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 상품은 터키항공을 이용해서 떠나는 일정으로 터키 이스탄블에 도착하고 나서 아테네까지 왕복하는 비행편과 터키 내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두번 이용하는 일정이어서 그나마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 놓았다. 오랫만에 떠나는 패키지 여행, 이번에는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여행 안내 설명문에 있는대로 되기를 바라면서 출발하게 되었다.
기내에서 두번의 식사를 하고, 거의 12시간만에 터키 이스탐블의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터기 항공에서 기내식을 줄 때 주는 프라스틱 물컵을 챙겨오면 산행을 다닐 때 편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막상 기내식을 먹을 때 그 사실을 까먹어 버렸다. 아직 그런 정도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이 나빠지지는 않았는데 내심 걱정이 된다. 아타튀르크 공항에 내리니 서울의 날씨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 오늘 바로 그리스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어 내부 계단을 통해 다시 출국수속을 받았다. 최근 어느 나라를 다녀 보아도 우리나라만큼 출입국 수속이 간편하게 되어있는 곳을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수속을 대충 하는 것도 아닌데... 터키 공항만 하더라고 국제 공항은 물론이고 국내선을 탈 때도 수속을 두번씩 받게 되어 있었다. 멀리 회교국가가 아닌 회교도가 대다수인 터키에 도착했더니 히잡을 두른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터키 공항에서 만난 터키의 전통 젤리의 일종인 터키 딜라이트(Turkey Delight). 터키에서는 로쿰(lokum)이라 하는데, 1830년대에 영국인 여행자들이 터키쉬 딜라이트(‘터키의 즐거움’이라는 뜻)를 유럽으로 가지고 돌아오면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소문만 들었지 한번도 먹어보지는 못했는데 공항 판매점에 수북하게 쌓아 놓고 시식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종류도 다양해서 여러가지를 맛보았는데 너무 달달해서 많이 먹지는 못하겠고, 새로운 음식이라 흥미로왔다. 귀국할 때 선물로 사가져 가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행은 보는 것에 못지 않게 새로운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아타튀르크 공항 국제선 내부는 그다지 큰 편도 아니었고 크게 볼만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터키에 처음으로 방문했고, 오늘 바로 그리스로 이동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시간이 많아 남아서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로비 중간에 'sandalyeci'라고 쓰여진 가구회사의 걸상이 특이하게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왕이면 회사소개도 해 놓았으면 좋으련만 그냥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전시되어 있어 아쉽다. 면세점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가 없이 적었고, 한쪽 끝에 식당이 있었는데 기내식을 두번이나 먹어서 먹고 싶은 생가도 돌지 않았다. 환승하기 까지 두시간이 나 기다려야 했는데 공항 내부를 둘러보는데에는 20분도 걸리지 않은 듯하다. 카페에서 터키 차한잔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한시간 30분 정도의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그리스 아테네공항에 도착했다. 환승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인천공항을 떠난지 거의 15시간만에 그리스에 도착했으니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아직 아테네까지 가는 직항노선이 없어 터키든 두바이든 한번 환승을 해야만 한다. 그리스는 서울보다 위도상 더 아랫쪽에 있어 공항에 도착하니 서울보다 덥다는 느낌이 든다. 지중해성 기후라 많이 덥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스는 국토의 넓이는 13만km²로 대한민국 9.9만km² 보다 조금 더 큰 나라이다. 그리스는 정식명칭은 헬라스 공화국 혹은 그리스 공화국이라고 하는데 그리스 자국민들은 헬라스라고 더 많이 부른다. 국토 대부분은 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안가로 도시가 발달되어 있으며 현재 EU회원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와 더불어 유럽문명의 발상지로 고대 그리스(Ancient Greece)의 문명은 서양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본토의 동쪽으로는 지중해와 연결된 에게해(Aegean Sea), 서쪽은 이오니아해(Ionian Sea)가 위치하며, 남쪽에는 지중해(Mediterranean Sea)가 있다.
공항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80- 90Km정도 떨어진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입구에 위치한 고린도(Corinth)였다. 이동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아테네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고린도로 이동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유명한 고린도 운하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고린도 운하는 세계 3대 운하 중의 하나로 불리는데 그리스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사이에 있는 운하로, 서쪽 바다인 이오이나해와 동쪽 바다인 에게해를 연결한다. 길이 6.3km, 폭 25m(바닥의 폭은 21m) 의 규모인데 다리에서 수면까지의 높이가 약 80m인지라 다리위에서 보면 아래가 까마득하게 보일만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운하 양 쪽 바다 풍광도 아주 아름답다. 번지 점프도 하는 듯 번지점프 관련 안내판도 보인다.
운하를 구경할 수 있는 다리 근처에는 고린도 운하 공사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해 놓은 연대표가 제작되어 있었다. AD 67년, 로마의 네로 황제는 6,000명의 노예를 데리고 자기 스스로 첫 삽질을 하여 운하공사를 시작하였는데 이듬해에 네로 황제가 죽자 이어 즉위한 가르바 황제가 경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중지했다고 한다. 이후 1881년 다시 시작하여 3년간의 기나긴 공사끝에 1893년 프랑스 기술진에 의해서 개통되었는데 운하를 만드는데 거의 180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고린도 운하는 수에즈, 파나마 운하와 함께 세계 3대 운하 중의 하나이며, 에게해와 이오니아해를 연결하는 해상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세계3대 운하라 하는데, 사실 방문전 까지는 고린도운하가 있는지도 몰랐었다. 이 운하를 이용할 경우 아테네에서 이태리 까지의 항로가 300km나 단축 된다고 한다. 폭 24m 길이 6.4km 수심 8km 로 깊이 90m의 암석을 현대적 중장비의 도움도 없이 사람의 손으로 깍아 만들었다고 한다. 운하 안에 갑문이 없는 수평식 운하이며 양쪽 만의 간만 시간차 때문에 강한 조류가 일어나기도 한다는데 실제로 다리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절벽으로 폭이 넓지 않은데 불구하고 낭떠러지처럼 보인다.
약간의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주변을 둘러 보고 싶었는데 야속한 가이드는 시간에 쫒기는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 여행을 오자마자 패키지 여행의 단점만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다른 일행들이 음료수를 사먹으로 편의점 같은 곳을 들어간 사이에 일행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빠른 걸음으로 다녀 왔다. 사전 지식을 챙기지 못해 고린도 운하의 위치 정보가 궁금했었는데 반대편에 가보니 지도가 만들어져 있었다. 서쪽 바다인 이오이나해와 동쪽 바다인 에게해를 연결한다고 표시되어 있다.
고린도에 도착하여 점심을 한 식당은 바로 고린도 운하 아랫쪽에 위치해 있었다. 운하에서 버스로 10여분을 내려가니 운하가 시작되는 바다갓에 접한 위치 좋은 곳에 식당이 있었다. 식사가 나오는 동안 바닷가 쪽으로 나가 보았더니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보기 힘든 옥색의 바닷물 색깔이 너무 예쁘다. 이곳 식당 앞에는 잠수교가 설치되어 있어 시간에 맞춰서 운하로 배가 지나치게 되면 다리를 잠수시키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식당이라고 한다. 식당앞에 잘 알지 못하는 이탈리어로 된 것이 있어 구굴번역기를 통해 'Καφεδες'를 쳐보니 커피라고 한다.
멋진 해변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그리스식 식사. 멋진 레스토랑 분위기와는 달리 음식의 맛도 그다지 좋았다는 느낌도 없고, 이것이 전통 그리스 음식인지 조차 의심이 갔다. 고린도 운하를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음식 메뉴보다는 식전에 나온 빵이 부드러워서 더 맛있게 먹었는데, 바다를 바라보면서 첫 식사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주어야 할 듯하다. 단체를 여행을 가게 되면 내 취향이 무시되어지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여러 척의 배가 운하의 양족에서 지나다니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고린도 운하에 있는 잠수교가 배 통행을 위해 수면 아래로 내려 갔다고 알려 준다. 운하 안쪽 높은 지역에는 큰 다리가 높이 만들어져 있어 배 운행에 상관이 없지만, 바닷가쪽 도로에는 잠수교를 설치하여 배가 지나가는 동안에는 다리가 잠기고 지나가고 나면 올라오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보통의 다리라면 상판을 들어 올리는 형식일텐데 이곳은 특이하게 수면 아래로 다리를 내리는 형식이다. 바닷불에 쇠가 부식되고 녹슬텐데, 그것이 비용적인 면에서 경제성이 있는 모양이다.
배 통행을 위해 바다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잠수교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니 다시 올라왔다. 30분 이상 다리 통행이 금지되어 불편했을 터인데 도로 양쪽에 있던 차량은 경적소리 하나 울리지 않고 기다려 주고 있었다.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기다리지 못하고 윗쪽에 있는 다리를 찾아 가버렸을텐데... 상판에 다시 올라오는데 도로 양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다리가 올라오면서 도망치지 못한 커다란 물고기를 다시 바다에 놓아 주었다. 천천히 올라오는 다리에서 도망치지 못한 물고기가 많다는 것은 이 바다에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거나, 아님 물고기가 멍청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상판으로 이동해서 바라를 내려보니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주어져서 잠수교를 건너서 반대편쪽으로 건너가 보았다. 잠수교 상판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차량은 다리 양쪽으로 다니고 보행로는 다리의 가운데 있었다. 나무 틈새로 바닷물이 빠져 나가는 것 같은데 바닷물에 나무도 부식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다리를 건너가서 반대쪽에 있는 레스토랑 구경도 하고나서 , 운하 아랫쪽 접안시설이 있는 곳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언제 다시 잠수교가 내려 갈지 몰라서 무리할 수가 없었다. 다리가 내려가 버리면 또 한참동안 건너오지도 못하게 되는데...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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