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은 아테네 시내 유적지 관광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단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호텔을 중심으로 해서 주변을 둘러 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바닷가까지는 대략 300여m 정도 떨어져 있어서 해안선을 따라 아테네 시내와는 반대쪽인 동쪽 글리파다(Glyfada) 방면으로 가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여유를 가지고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리스 여행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게 되었다. 호텔앞 글라파다로 이어지는 해변은 이 지역에 비교적 부유층이 거주하고 있는 것을 증명하듯히 해변에 요트가 가득 정박해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서 어제 이용했던 트램 철로가 있었고, 해안은 깨끗한 느낌의 해수욕장과 계류장, 어촌들이 이어져 있었다. 비교적 깨끗하고 잘 꾸며져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아침이나 저녁에 산책이나 조깅을 즐겨도 괜찮았을 것 같다. 어제 시내에 나가려고 트램을 기다릴 때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많았었다. 시내 중심가에 비해서는 상당히 여유가 있고 분위기가 있는 산책도로였다는 생각이다.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을 계산해서 갈 때는 해안선을 따라서 최대한 멀리 가보고 올때는 트램을 이용해서 되돌아 올 생각이었다. 아침 산책코스로는 굉장히 훌륭했다는 생각이다.
글리파다(Glyfada) 해안을 따라 글리파다 중심지로 이동중에 눈에 띄는 교회가 보여서 가던 길을 조금 되돌아 가서 방문해 보았다. 세인트 가브리엘(Saint Gabriil) 교회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확한 명칭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유명 관광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인 듯 했다. 이른 아침시간인데 내부에서는 종교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입구쪽에 있는 사람에게 내부에 들어가 보아도 괜찮는지 물어 보았더니 흔쾌히 들어와 보아도 괜찮다고 한다.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정교회가 그리스 정교회에서 분화되어 나갔다고 하더니 이곳 그리스 정교회의 내부 모습이 러시아 정교회의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교회 외부의 평범하면서도 건물 모양이 특별해 보였는데 교회 내부는 상당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러시아 정교회를 방문했을 때와 분위기가 거의 흡사했다. 러시아에서 본 이콘화가 이곳에서도 많이 보였는데 그 성화를 이곳에서도 이콘화라고 부르는지 알수가 없다. 종교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내부에서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고 사진을 몇장 찍었더니 그 분위기가 정확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친절한 현지인이 다가와서 어떻게 종교행사를 하는지 설명을 해 주었는데, 조용히 구경만 하고 나가겠다고 말해 주었다.
러시아 정교회 교회 안에는 신도들이 앉는 의자가 없어 모두가 서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신도들이 앉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종교적인 차이점은 내가 종교인이 아니어서 알 수 없지만 실내에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러시아 정교회와 차이점으로 보였다. 간단히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것을 구경하고 교회 내부도 둘러보고 나서 다시 글리파다 중심지 구경을 하기 위해서 교회를 나섰다. 아침에 예배를 보고 오는 현지인에게 부탁해서 교회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장 찍었다.
해안을 따라 있는 글리파다(Glyfada) 지역은 꽤 넓은 곳인 듯 하다. 서울로 따지면 동보다는 넓고 구보다는 규모가 적은 지역이 아닌가 싶다. 그 중심가로 이동하니 이곳에는 상가도 많이 있고, 카페와 음식점이 많이 몰려 있었다. 아테네 도심에 비해서는 도로와 주차시설에도 여유가 있고, 주거지도 넓어 보여서 여러모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문을 연 상가가 거의 없었지만 브런치를 취급하는 카페는 아침임에도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거의 100% 현지인들로 보면 될 것 같다. 트램으로 도심에서 50여분이나 떨어져 있고, 주변에 관광지라고 할만한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중심가에서 살기 싫은 현지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보였다.
이른 아침에 열심히 돌아 다녔더니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돌아오는 길은 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에 2시간 가까이 둘러 보았음에도 이른 시간이고, 트램의 종점에서 가까운 곳이여서 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부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성격도 낙천적이지만 그다지 부지런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 유산의 덕을 보고 있다는데, 너무 편한 것만 찾고 자신의 권리만 찾으려고 하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 식사를 마쳤다. 호텔에는 커다란 야외수영장도 있었는데 한낮에 더울 때는 모르겠지만 아직 수영을 즐기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듯한데 가이드 말로는 오히려 지금부터 10월말까지도 수영을 한다고 한다. 수영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있는지 관리를 잘 해 놓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시내 관광을 출발할 때까지 시간이 있어서 호텔 바로 옆에 있는 그리스 정교 교회를 방문해 보았다. 오늘이 마침 일요일(5월 25일)이어서 교회에는 현지 주민들이 많이 와 있었다. 이곳 교회도 외부는 그냥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건물내부는 굉장히 화려하며 성당 비슷하나 정면 제단 뒷편에 성소가 있다. 성소와 예배석을 가르는 벽을 이코노스타시스라고 하는데 예수제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스 정교회가 그리스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반드시 교회에서 치러야 되는 것으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으며 전국의 묘지는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민의 95퍼센트가 정교회 교인이라고 한다. 가족단위로 교회에 와서 함께 예배를 보면서 일요일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는듯하다. 교회 주변으로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것도 신기해 보였다. 이방인이 교회에 왔음에도 전혀 거림낌 없이 대해주었고, 이곳에서도 입구에서 예배 안내장을 나눠 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짧은 시간 짬을 내서 이들이 진행하는 예배 모습을 지켜 보았다.
호텔에서 출발해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 언덕과 바로 밑에 아레오파고스이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오르는 길 옆으로는 올리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제법 많이 걸어가야 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서 바닥의 돌길이 닳아서 반들반들하다. 그나마 아테네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지 비가 내리면 이곳에서 사고가 많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크로폴리스 언덕 바로 밑에 아레오파고스가 위치해 있고 그 뒷 편으로 푸른 숲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옛날 아고라였던 자리라고 한다. 아레오파고스는 재판관과 원로들이 모여 역사, 철학, 제반 종교문제들을 토론 규명하던 곳이다. 사도 바울이 이곳에서 그리스도교를 전했다는 설명이 들어있는 표지판도 서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있으면 이곳에서 재판을 열었다. 그래서 이곳을 직접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한다. 이곳은 대리석으로 되어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올라다녀서 무척 미끄럽다고 주의하라는 간판이 있다. 언덕으로 여기에 오르면 아테네 시내 전경과 함께 아크로폴리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인상적인 뷰포인트였다. 미끄럽다고 주의하라고 경고판이 있었는데 실제 올라와보니 대리석이 닳아서 상당히 미끄럽다.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사이에 있는 해발 115m 정도의 언덕에 위치해 있는 아레오파고스는 아테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언덕 바로 아래 있는 고대 아고라 유적군과 함께 멀리 리카비토스언덕도 한눈에 들어 왔다.
언덕 윗쪽으로 아크로폴리스(Acropolis)와 파르테논 신전 등 여러 신전이 보인다. 아레오파고스를 지나면 파르테논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아크로(Acro, 높은) 폴리스(Polis, 도시국가)는 고대 그리스 전역에 세워졌는데 그 도시의 중심에 신전을 짓고 고대 그리스 도시의 방어용 요새와 같은 역할을 했다.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로 인해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들은 델로스 동맹을 맺고, 그 중심 역할이 아테네로 이동하면서 방어와 종교적 중심축인 신전을 이곳 아크로폴리스에 건축하기에 이른다. 아크로폴리스에는 그리스 3대신전중 하나이며 그리스의 유네스코 유적 1호인 파르테논 신전과, 에렉티온 신전, 니케 신전 등이 있다.
입구를 지나 언덕을 조금 오르니 BC 2세기에 세워진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Oden of Herodes Atticus)이 보였다. 로마 집정관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세운 이 극장은 정치가이며 대부호였던 그가 죽은 아내 레기나를 기념하여 BC 161년 아테네 시민에게 기증했다고 한다. 5천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음악당은 아직도 음악과 연극 등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고대 로마식 극장 구조처럼 관람석이 반원형으로 설계된 것이 동일하지만 디오니소스극장과는 달리 관람석이 급경사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흔적을 가름할 수 없지만 원래는 목조지붕까지 설치되어 있던 실내음악당 이었다고 한다.
헤로데스 음악당의 이야기를 들은 뒤 조금 더 올라가니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프로필라이아(Propylaia) 문이 나온다. 프로필라이아는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나 현관을 가리키는 말로 신전에 바칠 예물을 들고 다닌 문이라고 한다. BC437년에 건립된 아크로폴리스의 정문인 프로필라이아는 이오니아식과 도리아식의 기둥들로 되어 있는 여러개의 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크로 폴리스에는 파르테논 신전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의미있는 건축물이 굉장히 많았다. 가이드가 없었다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지 못했을 것이고, 알지 못하면 제대로 보거나 느낄 수 없었을텐데 좋은 가이드를 만나서 더 좋은 구경을 하게 되는 듯하다.
드디어 그리스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광지인 파르테논 신전 앞에 도착했다. 아크로폴리스 위에 우뚝 서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기념비적 건축물이다. BC 438년 완성된 이 건축물은 무척이나 우아하고 조화로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특히 기둥은 완벽한 조형미를 갖추도록 하기 위해 위로 올라갈수록 약간씩 좁아지고 있고, 하단부는 끝으로 갈수록 약간 위를 향해 휘어져 있어 마치 직선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기둥 위에도 장식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1687년 터키인과 싸우던 베네치아 군대가 아크로폴리스에 폭격을 퍼부으면서 파르테논 신전은 바닥과 기둥, 지붕 일부만 남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대형 크레인이 보이고 복원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늦어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그리스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든다.
파르테논신전은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여신에게 바쳐졌다.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주도로 피디아스와 익티노스가 설계를 맡아
기원전 447년부터 15년정도 걸려 지어진 이 신전은 도리아 양식 기둥의 건축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려니와 오늘날에는 대부분 없어져버린 신전의 조각작품들도 신전 건물 못지않게 중요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250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그리스의 신전들과 마찬가지로 파르테논신전 역시 신전이 아닌 다른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다. 기원후 6세기에는 기독교 교회로, 오스만제국에게 정복당한 뒤에는 모스크로 사용되었다.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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