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그리스 여행 7-5 (아테네 엘렉테이온 신전) (2014.5)

남녘하늘 2016. 6. 25. 21:54

 

 프로필레아에서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신석기시대부터 폴리스의 주거지가 발굴된 곳으로 미케네시대(BC 1,400~1,200)의 성벽유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크로폴리스 사람들은 이미 미케네시대 때부터 그리스의 주요신들을 섬겼을 것이라 보고 있다. 프로필레아를 지나 아크로폴리스에 들어서면 오른쪽엔 파르테논 신전이 있고, 왼쪽으로 엘렉테이온 신전이 있다. 엘렉테이온은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신성을 겨룬 곳이었고, 아테나여신이 아테네가 첫 인연을 맺은 곳이다.

 

 신화에 의하면 아테나여신과 바다를 관장하는 신 포세이돈 사이에 아테네의 수호신자리를 놓고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두 신은 아테네 시민들에게 아테나여신은 풍부한 올리브를, 포세이돈은 풍부한 물을 제공해 줄것을 약속하며 한명을 고르게 했다. 아테네 최초의 신인 케크롭스가 아테나여신의 손을 들어 주었고, 결국 시민들은 아테나여신을 선택함으로 두 신들의 싸움은 종결이 났는데 화가 난 포세이돈은 물을 못쓰게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그리스에는 물이 무척이나 귀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그 싸움에서 이긴 아테나여신이 아테네에 선물한 올리브나무가 신전 옆에서 아직도 자라고 있다는데 그리스의 신화이다.

 

 

 


 엘렉테이온의 북쪽 건물은 포세이돈 성소라고 부르는데 동쪽 아테나신전에 비해 낮은 곳에 있다. 건물의 외관은 이오니아식으로 지어져 이오니아식 기둥 6개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포세이돈이 아테나에게 패하긴 했지만 어차피 그리스는 다신교 사회였고, 그 당시 아테네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해상국가였기 때문에 아테네인들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홀대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아테네인들은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꽂혀 바닷물이 솟아 올랐다는 곳을 성역화하여 포세이돈 성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엘렉테이온 신전은 한 신전에 세 개의 성소가 붙어있는 특이한 구조의 신전이다. 신전 남쪽 현관쪽에 아름다운 여인들의 자태를 한 기둥들이 서있는데 코아니 카리아이 여성들을 모델로 만들었기 때문에 '카리아티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둥이다. 카리아티드 기둥의 여인들을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날씬하고 자태가 아름답다. 옷의 주름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묘사한 여인들이 사실은 가짜라고 한다. 진품 6개의 여인기둥중 5개는 아크로폴리스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나머지 1개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진품여부를 떠나서 멋진 건축물이라는 보았다는 생각이다.   

 

 

 

 

 한낮에 되면서 날씨가 더워져 사람들이 햇살 아래 있지 못하고 건물이나 나무 그늘을 찾게 된다. 우리 일행은 안내한 현지가이드는 현지 교민이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서 다양한 장르의 지식을 자유자재로 풀어내 주고 있었다. 멋진 고대 유물로 멋 있었지만, 가이드를 통해서 듣는 설명으로 인해 유물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된다. 자유여행을 왔으면 알고 온 내용을 유물에 적용시키기가 어려운데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능력있는 가이드를 만났을 때 엄청 도움이 된다. 비싼 대가를 지불한 패키지 여행의 효과를 충분히 얻었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크로폴리스전망대로 올라가 본다.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아테네 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 온다. 아까 아레오파고스는 아테네 시내가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아테네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그리스에도 산이 많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나무가 많은편은 아니었다. 전망대 뒤로 보이는 산이름을 물어보니 이메투스산이라고 한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니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이 보였다. 시간이 없어 직접 가보지는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게 된다. 제우스 신에게 봉헌된 이 신전은 BC 515년에 착공했으나 BC 124년경 로마황제 하드리아누스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던 17m 높이에 10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던 이 거대한 신전은 4세기 고트족에게 파괴당하고 지금 15개의 코린트식 기둥들만 남아 있다. 신전 안에는 황금과 상아로 만든 제우스상이 있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그리스 최고의 신이었지만 아테네 시민들은 수호신으로 아테나 여신을 선택하게 되고 제우스 신전은 아크로폴리스에 자리 잡지 못했다. 대신 아테네 시민들은 제우스 신전을 더 크게 지어 제우스 신에게 바친 것이라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의 남쪽 앞에서 아테네 시내쪽으로 내다 보면 담 바로 아래로 보이는 것이 디오니소스(Dionysus)극장이다. 고대 아테네의 문화공간의 중심이며 연극의 중심지 였던 곳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모든 그리스 고전연극이 이곳에서 초연되었다고 한다. BC 4세기 중엽에는 1만 7,000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돌로 만든 계단식 좌석이 만들어졌으며, 로마의 네로 황제 때 무대를 높이는 등 극장구조를 크게 바꾸었다. 4세기를 지나면서 극장이 사용되지 않게 되어 퇴락했다가, 1765년 다시 발견되었고 1800년대 후반 고고학자이자 그리스 건축 권위자 빌헬름 되르펠트의 감독하에 고고학적 복원이 이루어졌다. 폐허처럼 보이는 디오니소스 극장을 시간이 주어진다면 내려가서 자세히 구경했으면 좋으련만 주어진 시간에 봐야 할 것이 많으니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건축학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이 파르테논 신전은 안타깝게도 1687년 베네치아 군대의 포격으로 일부가 파괴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계속해서 보수공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고, 일처리를 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너무나 달라서 공사가 금방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공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안내판도 여러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산산조각난 돌덩이들을 서로의 자리를 찾아서 끼우고 매꾸려면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에 철골 구조가 하나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형 크레인이 함께 있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파르테논신전 뿐만 아니라 아크로폴리스의 다른 신전들도 정면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 이는 해가 뜨는 방향인 동쪽은 탄생, 삶, 활력의 상징이고 반대로 해가 지는 방향인 서쪽은 죽음, 쇠락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파르테논 신전인데 내가 기대했던만큼 멋진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듯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신전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크레인 때문이다. 하루빨리 완벽하게 복원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파르테논 신전을 떠나려는 시간에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구경을 왔기에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신전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관광객들이 많아지니 다소 정신없어 보인다. 개별여행객부터 단체여행객까지, 그리고 남녀노소 구분없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니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 아테네를 여행하시는 여행객들이 꼭 놓치지말고 둘러보아야 할 중요한 관광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매표소 쪽으로 다니 나오니 아침에 보지 못했던 기념품 판매점이 매표소 근처에 있었다. 여러가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기념품이 보이지 않아 이곳에서의 구매는 하지 않았다. 커다란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 조각상을 사가지고 가는 관광객도 있는 모양이다.

 

 

 

 

 아크로 폴리스를 내려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소크라테스가 사형되기 전까지 머물렀다는 스크라테스의 감옥(Socrates' Prison)이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크라테스 감옥은  정확한 위치를 확정할 수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고라에서 재판을 받고 근처에 있는 감옥에 갇혔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 감옥으로 이동하는 길도 미끄럽고 뜨거운 햇살아래 노출 되어 있어서 무척 덥다. 이곳에 아테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지라 관광 마차도 보이고 2층으로 된 관광버스도 자주 보인다. 

 

 

 

 

 

 소크라테스가 억류되어 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크라테스 감옥. 원래는 창살이 없는 감옥이었는데 일부 관광객과 배낭여행족 등이 침실로 이용하여 훼손되어 지금처럼 창살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이곳에서 악법도 법이다 라고 말을 하면서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판결을 받아들이고 독배를 마셨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나에서 믿는 신을 섬기지 않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기소되어 유죄가 선고되었다. 친구인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에게 도망갈것을 권유하지만 악법도 법이니까 지켜야하고 법을 지키기로 약속했기에 법이 도덕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죽음을 맞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머물렀다는 감옥은 크게 세 방으로 나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방 안으로 깊숙히 굴이 뚫려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곳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죽기 바로 직전까지도 감옥에서 제자들과 죽음에 관해 철학적 논의를 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곳을 소크라테스의 감옥이라고 말하는 아테네인들의 의도를 눈감아줄 수도 있을 듯하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은 델포이 신전 7인의 명언중 한 귀절인데 소크라테스가 인용한 문구라고 한다.  

 

 

 

 


 소크라테스 감옥 구경까지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다행이 오늘은 한식당을 가지 않고 그리스 정통식을 먹으러 그리스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현지에 가면 현지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행사에서는 왜 그런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착한 곳은 아기자기한 모습의 그리스식당인 아르세니스 레스토랑(ARSENIS Restaurant). 시내 중심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에 있었는데 레스토랑 간판에 적은 글씨로 타베르나(Taverna)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는데 그리스의 토속적인 요리를 만나 볼  수 있는 서민적인 술집이자 식당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스 음식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서양의 3대 음식으로 꼽히고, 지중해 푸른 바다를 끼고 있어 풍부한 해산물과 육류, 채소, 치즈와 함께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올리브를 많이 사용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점심 식사로 샐러드, 식전빵, 스테이크, 푸딩 등이 나왔는데 기름진 올리브유 샐러드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스 여행을 하면서 식당에서 올리브유가 들어간 음식을 원없이 먹었다. 분위기도 좋았던 아르세니스 레스토랑은 다음에 그리스에 오면 한번 더 와 봐도 괜찮은 곳이었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