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를 지나면 나타나는 구 고린도에는 고대 도시 유적지가 있다. 이 고대 도시는 아크로고린도 산의 성채 아래에서 성장했다. 해발 575m에 세워진 고대의 아크로폴리스는 로마가 비잔틴 시대에 요새로 사용하였던 곳으로 이 산 정상에는 아프로디테 신전 유적이 있다. 아크로고린도의 성채는 고대 도시의 위쪽 가파르게 솟아 있는 산 정상의 육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기 때문에, 옛날 고린도는 전략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중요성을 지닌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기원전 3천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기원전 8세기초에 고린도 도시국가가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고린도의 정치적 영향력은 주변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증대되었다고 한다. 그당시 고린도의 인구가 자유인이 25만명에 노예가 40만명이었다고 하는데, 인구 3만명 정도인 오늘날의 고린도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였다.
고린도의 귀족들은 부의 축적을 제일의 가치로 여겼는데, 무역, 상업, 매춘 등으로 벌어들인 돈은 화려한 치장과 사치를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거대한 상업중심지로서 로마의 중요 시장역할을 감당하던 고린도에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세계 각처에서 몰려드는 상인들을 통해 전 세계의 희귀한 사치품들이 끊임없이 공급되었다고 한다. 이 도시의 화려함과 사치는 극에 달했었고, 고린도라는 이름은 방탕함, 사치스러움, 성적인 문란함과 같은 말의 어원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고린도를 현지어(헬라어)로 코린토스(장식이란 의미)라고 하는데, 고린도유적은 고대로부터 로마시대까지 세워진 유적으로 기원전 146년 로마군의 침입으로 폐허가 된 고대 도시국가를 B.C 44년 로마 황제 시저가 재건한 로마 시대의 유적지이다. 중세 시기와 터키 지배하에서는 아크로고린도의 전략적인 중요성 때문에 여러 차례 이 도시의 주인이 바뀌었고, 두차례의 대지진으로 인해 도시가 완전히 파괴 되었다. 이 유적들은 현존 고린도시에서 약 7km 떨어진 아크로고린도 산기슭에 흩어져 있다. 고린도 운하 방문에 이어서 고린도 유적지를 관람하기 위해서 이곳에 도착했다.
고린도 유적지에서 가볼 만한 곳 중 하나가 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지만 일반 가정집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이다. 마당에 들어서자 목이 없는 조각상이 여럿 보인다. 박물관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가치있는 유물들이 많이 있었다. 사진은 마음대로 찍을수 있으나 유물과 함께는 찍지 못하게 한다. 유물 훼손을 막기 위해서 사진을 못찍게 하는 것도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데, 유물은 찍게 하면서 관광객이 함께 사진을 못찍게 하는 법칙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규칙을 지켜주느라 내부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찍는 척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안쪽에 있던 스텝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유물의 수가 생각 이상으로 많고 내용도 대단하다는 느낌인데 진열과 관리가 소홀한 것 같아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역사박물관의 유적들은 신석기시대부터 로마시대의 유품들로 코린토스식 도자기들은 기원전 7-8세기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고린도는 고령토가 풍부해 질 좋은 특삼품 항아리가 유명하다. 항아리엔 상상 속의 동물과 여러 동식물들이 그려져 있다. 이곳의 특산품인 청동그릇과 항아리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소아시아, 이탈리아 등으로 수출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유적지에서 발굴된 도기, 스핑크스. 로마황제 네로의 두상 등 많은 유물들이 3개의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인류 최초의 모자이크인 디오니소스상 , 로마 황제 아우구수투스상, 시저상 등 그리스 조각상의 이 박물관의 중요 소장품이다. 고고학 박물관에서도 아주 중요한 아스클레피오스의 방에는 귀, 음낭, 성기, 가슴 등의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치유의 신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에 아픈 부위를 바치면 낫는다는 생각때문에 신전에 바쳐진 것이라고 한다. 가이들의 설명을 듣지 않고 보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여러 유물들이다.
모자이크 벽화도 남아 있었다. 실제로 보면 명암 표현이 정말 정교하다. 벽화를 비롯해서 도자기 등 많은 유물들이 따로 따로 떼어 놓으면 모두 훌륭한 작품들일텐데 한거번에 뭉트그려서 모아 놓으니 그 가치가 떨어지는 듯하다. 박물관 규모를 조금 더 키우고, 배치를 잘하면 더 멋진 박물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그리스에서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이런 것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던가...
박물관의 안 마당에는 머리와 팔이 없는 석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고린도의 귀족이나 부자들이 자기 집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본 뜬 석상을 만들어 자신의 저택임을 과시하는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석상 제작의 주문이 들어오면 몸 전체를 조각하여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주문자에게 동상을 전달했지만 점차 상업술의 발달로 몸통은 여러 개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제작 주문이 들어 왔을 때, 머리와 손만을 제작하여 머리와 손을 끼어 줌으로써 빠른 시일에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주인은 이사가면서 자신의 머리 석상만 떼어가면 되는 시스템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성상 숭배를 금지했던 오스만 투르크 지배 시기, 목이 쳐진 것이라도 하는데 두가지 가설이 모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고린도 유적지에 흩어져 있는 고대 그리스 건축물의 기둥의 모형을 잘 보여주는 기둥들로 맨 왼쪽 것은 이오니아식이고 나머지 두개는 코린트식 기둥들이다. 도리아식(Dorian)기둥-기둥 위에 접시모양의 둥근 장식이 있어 대체로 단순한 형태로 장중한 남성적 느낌을 준다. 파르테논신전이 대표적 건축물이다. 이오니아식(Ionic)기둥-기둥 위 양쪽부분에 바퀴모양의 장식으로 돼 있어 도리아식보다 우아하고 유연하여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데 니케의 신전이 대표적 건축물이다. 코린트식(Corinthian)기둥-화려한 넝쿨무의 장식으로 화려함을 강조한다. 제우스신전이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아폴론신전으로 향했다. 기원전 6세기에 태양의 신인 아폴로를 모시기 위해 지은 신전으로 본래는 기둥이 38개였으나 지진으로 파괴되어 지금은 7개밖에 남지 않았다. 거의 폐허인 채로 남아 있지만 이 신전은 그리스 본토에서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신전 중의 하나라고 한다. 마음속으로 그 기둥 주위에 나머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만드니 근사한 신전이 그려진다. 박물관에서 나와 신전으로 바로가면 되돌아 가야 하는 경로여서 나중에 되돌아 나올때 다시 보기로 했다.
아라고의 시장 상점터와 주택들은 거의 폐허가 된 상태로 널부러져 있었다. 내 눈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중요한 유물로 보이는데 아직 복원을 하지도, 그렇다고 관리가 되고 있는 상태도 아닌 듯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유뮬이 발견되었으면 접근을 금지시켜 놓고 복원과 보호를 위해 엄청 노력을 할텐데 이곳에는 이런 유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붕은 거의 파손되었으나 칸막이는 그대로 남아 있는 점포들과 시장의 상점터가 보인다. 지금의 다세대 주택 형식의 주택은 521년에 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중세 이후 쇠퇴하다가 1858년 지진으로 다시 파괴되었다고 한다.
고린도의 공중 목욕탕. 여기 피레네 우물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AD 2세기에 건립한 것으로 지상보다 낮은 곳에 정원과 연결된 6개의 물 저장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물이 흐르지는 않고 흔적만 남아 있지만, 이 우물은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19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고... 수세식 비데도 있고, 공중 화장실도 있었다는데 남아있는 흔적만으로도 그 당시의 풍요로웠던 모습이 떠 올릴 수 있을 걱 같다. 지금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막아 놓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안에 들어가서 볼 수 있었다고 가이드가 이야기해 준다. 가이드의 설명이 없더라도 화려했던 그 시절을 떠 올릴 수 있는 건축물이다.
사진 뒤로 보이는 나즈마막 산이 해발 570m의 아크로고린도 이다. 원래는 그냥 고린도의 아크로폴리스라고 부르지만,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가 대명사처럼 쓰이면서 '아크로고린도'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기원전 7-6세기 경에 성채를 쌓았으며 현재 남아있는 흔적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인 기원후 583-586년 경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크로고린도 아래로 돌이 깔린 레카이온 거리가 펼쳐져 있다. 북쪽의 리가이온 항구부터 고린도 중심으로 이어진, 대리석이 튼튼하게 깔려있는 레카이온 길이 과거 이곳이 얼마나 번영된 지역이었는지를 알려준다. 로마가 100만명으로 세계의 중심의 역할이었다면 30만의 고린도의 규모와 역할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산위에 있는 아크로고린도에도 한번 가 보았으면 좋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할 수가 없다.
상업적으로도 번성했지만 군사적으로도 요충지였던 고대 도시 고린도. 그런데 지진으로 두 차례 파괴되면서 고린도는 작은 시골의 한 촌락으로 전락해버렸고, 현재는 신 고린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고대 고린도 유적지는 '구 고린도'라고 부르고 있으며 유물이 남아 있는 유적지와 유적지를 찾아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의도적으로 동선을 기념품 상점으로 가도록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길을 따라 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유적지를 나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유물만 구경하는 것이 관광이 아닌지라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기념품 상점에서는 꽤 괜찮은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여행의 시작인지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기념품 구입은 조금 미루어 놓았다.
아폴론 신전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고 퇴장하게 되어서 다시 유적지로 되돌아 들어와 재입장하게 되었다. 아폰론 신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그라라우케 우물이다. 입구 매표소 앞에 커다란 바위로 된 사각형 건물이다. 고린도의 왕인 크레온의 딸인 그라우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유적지에 남아 있는 건축물 중에서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유물중에 하나이다.
유적지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 아폴론 신전인데 박물관 구경을 하고 나서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유적지를 따라 가다 보니 출구로 나가게 되어서 다시 입장해서 보게 되었다. 이 신전은 기원전 5세기에 세워진 그리스의 신전중에서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 다음으로 오래된 신전으로 전통적인 도리아 양식의 기둥이며 파르테논과 달리 기둥 하나 하나가 한 개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파르테논 신전과 비교해 보면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뒤떨어진다고 한다. 이 신전에서는 여러 비도덕적인 행위가 행해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고대 신전들의 제관들과 무녀들은 남창과 창녀의 역할을 했으며, 특히 아크로고린도의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한 때 수 천명의 무녀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유물이어서 특별한 느낌이다.
유물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본 고린도의 바닷가. 신시가지가 있는 쪽으로 보여진다.
아폴론 신전 관람을 마치고 아테네로 돌아오는 길에 여유가 있었는지 가이드가 일행을 데리고 근처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던 겐그레아(Cenchrea)라는 옛날 항구터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지금은 항구터가 지진으로 인하여 바다에 잠겨 있는 상태여서 해수욕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고린도에 있었던 항구 중의 하나이고, 기독교 유적지 중의 하나로 성지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닷가에는 대학생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들이라고 하고, 이제 기말고사가 끝나고 곧 방학을 맞이하게 되어서 바닷가에 놀러 왔다고 한다. 도저히 고등학생으로 보이지 않는데...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나 물에는 들어가지 않고 주변 구경만... 물이 엄청 깨끗하고, 5월임에도 차갑지가 않았다. 성지순례를 왔었다면 주변에 남아 있는 포세이돈 신전터등 건물터를 구경했겠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깨끗하고 멋진 바다를 배경을 사진 남기는 것으로 겐그레아 구경을 마쳤다. 고린도에서 약11km 동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현재 케흐리에스(Kehries)라고 부르다고 하는데, 성지순례를 온 것이 아니어서 특별한 느낌이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깨끗한 바다를 본 것에 만족한다.
고린도를 떠나서 아테네로 돌아 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지중해를 옆에 끼고 한시간 정도 해변가를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길이다. 고린도에서 아테네로 넘어가는 곳에 있는 산은 화강암이 많고 흙이 많지 않아서인지 산에 나무가 울창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환상적인 느낌의 바닷가를 따라서 이동하는 느낌은 좋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아테네부터 가지 않고 고린도에 왔다가 이제 아테네로 입성하게 된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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