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센타를 방문하고 나서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근대 올림픽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올림픽 경기장도 입장료를 받는 곳인데 입장시간이 지났다고 문을 닫은 상태여서 스타디움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깥쪽에서 안쪽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여서 아쉬운데로 밖에서 구경해도 전체적인 전경은 구경할 수 있었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331년에 아테네 대축제 경기장으로 지어진 것이 시작이다. 그 무렵에은 객석도 없고 구경꾼은 제방의 경사면에 서 있었다고 한다. 현재의 경기장은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리기 얼마전에 알렉산드리아의 부호 아베로프의 후원을 힘입어 말굽 모양의 트랙 등 고대 경기장에 가까운 형태로 복원된 것이다. 밖에서 보니 좌석은 온통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5만명의 관중이 들어갔 수 있다는데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선수들이 달리는 트랙은 고대경기장과 마찬가지로 말굽 모양으로 1주거리는 400m. 현재도 각종 육상경기와 행사에 사용되고 있으며, 스타디움 앞 광장에는 경기장 복원에 공이 많았던 아베로프의 상이 서 있다. 독특한 것은 트랙이 보통의 경지장과는 달리 말굽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 문을 닫아서 입장을 하지 못하지만, 이곳에 매년 열리는 아테네 마라톤 대회의 결승점이라고 하니 머지 않은 장래에 아테네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서 이 트랙을 달려 보았으면 한다.
5만명의 들어갈 수 있는 객석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현대적인 경기장에 비하면 너무 아담하다고 할 정도로 작아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곳에서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이은 근대 올림픽이 열렸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돌이켜본다면 남다른 감회가 있었고 좋은 구경을 했다는 생각이다.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가 없어서 경기장 바같에 있는 여러 시설물과 조형물을 구경했다. 올림픽 개최지였음을 새겨놓은 석판도 있었고, 역대 근대 올림픽 우승자 명단과 개최지를 새긴 대리석 석판들이 있다.
근대 올림픽은 1896년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이 고대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간의 우정과 협력을 증진시키고 세계 평화를 실천하자는 의도로 제안된 것이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그리스의 부호였던 아베로프의 후원으로 고대경기장 모습으로 복원해 근대 올림픽 경기가 개최 되었다. 스타디움 앞에는 그의 석상이 서 있다.
관광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에 방문했던 호텔 앞에 있는 그리스 정교 사원을 오후에 다시 한번 들렀다. 아침에 관광을 나가느라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지 못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다시 가보게 되었다. 아침에 많았던 교인들이 오후에는 거의 보이질 않는다. 그리스 정교회는 겉으로 보면 가톨릭과 비슷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우선 로마교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종교이고, 나라마다 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의 정교회를 총괄하는 기구가 없다. 지역에 따라 그리스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루마니아 정교회, 불가리아 정교회. 세르비아 정교회 등으로 불린다. 그리고 교회 내에 성모 마리아상보다 예수 제자들의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는 것도 정교회의 특징이라고 한다.
교회 구경을 마치고 다시 우리 부부만 따로 아테네 시내 야경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팩키지 여행에서 자유 여행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호텔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호텔 주변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아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트램을 이용해서 시내로 나가기로 한 것이다. 어제는 승차권 발권기의 고장으로 트램의 차표를 끊지 못하고 탑승했는데 오늘은 아예 승차권을 끊지 않고 타는 배짱을 부렸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이 있는 곳을 포함해서 아테네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해변 일대를 글리파다(Glyfada)지역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과 시내로의 접근성 때문의 비교적 여유 있는 부유층들이 많이 살고 있어, 아테네의 강남이라고 한다고... 트램을 타고 아테네 시내로 가는 도중에 노을이 지면서 해가 떨어지기에 중간에 있는 에뎀(Edem) 역에 내려서 해변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 낮에 방문했었던 수니온 곶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대신에 아테네 해변에서 일몰을 구경하게 된다.
이 해변에는 괜찮아 보이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이 있었고, 바닷가에 놀러온 현지인들도 많아서 꽤 붐비는 장소였다. 더욱이 오늘이 일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해변에 사람이 더 많지 않았나 싶다. 해변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글리파다의 해변이 멋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바닷물은 엄청나게 깨끗하다. 트램에서 내려 해변으로 내려서 오는 동안 해가 져버려서 일몰을 해변에서 보지 못하고 해가 떨어진 이후의 노을만 보게 된다. 해가 질 때는 그 속도가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해변을 잠시 걷다가 다시 아테네 도심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해안이 시작되는 글라파다 해변에서 아테네 중심지까지는 트램으로 30여분 걸렸다.
글리파다 해안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트램을 이용해 시내 중심가로 이동했다. 어제 한번 트램을 이용해 보아서 오늘은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먼저 어제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 보았던 제우스 신전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폴라카 지역으로 가서 골목 구경을 할 예정이다. 제우스 신전을 포함해서 아테네에 있는 모든 유적지는 공무원들이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관게로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근처에 가서 외관이라도 구경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신전 앞쪽에 있는 하드리안의 문이 보였다. 이미 도심은 어두워졌고, 유적지에는 조명이 들어와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옛날 로마의 통치시절 황제인 히드리아누스가 이 문을 세우고, 문 안쪽에는 로마 사람들만 거주할 수 있도록 해서 그리스인과 구분지었던 문이라고 한다.
어제와 오늘 아테네 시내에 들어와서 구경한 플라카(Plaka) 지구의 지도이다. 오늘은 하드리안 문부터 구경하고, 제우스 신전을 구경하고 바로 플라카 지구를 돌아 다니기로 했다. 골목으로 연결되어진 볼거리가 많았던 플라가 지구이다.
하드리안문 뒷쪽으로 웅장한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Tempie of Olympic Zeus)이 있다. 이 신전 역시 오후에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입장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왔지만 가까이에서라도 한번 볼 생각으로 온 것이다. 입장은 할 수 없지만 경관조명을 잘해 놓아서 외부에서 신전을 보면서 사진 몇장을 찍을 수 있었다. 워낙 유명한 유적지라서 우리처럼 밤늦게 찾아온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지금은 그 일부 밖에 남지 않지만, 올림푸스의 주신인 만큼 과거에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단다. 수니온 곶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과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모든 신전의 규모를 합쳐도 제우스 신전이 더 웅장했다고 한다.
제우스 신전은 현재 104개의 기둥 중 세워져 있는 15개의 기둥과 부서져 한쪽 바닥에 놓여 있는 1개의 기둥이 남아 있다. 지금은 폐허가 되다시피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과거엔 아테네만이 아니라 그리스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신전이었었다. 신들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바쳐진 신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공사 기간만해도 기원전 515년부터 서기131년까지 무려 650년이 걸렸다고.그만큼 여러 차례 공사가 중단되었고 역사적인 사건과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규모로 인해 중세에 들어 채석장으로 재활용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폐허가 되고 말았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나마 밤에라도 찾아 온 덕분에 멀리서라도 보고 갈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 북쪽에 인접해 있는 플라카 지구는 모나스티라키 구역과 함께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된 구시가지로 중세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점령 시대의 아테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제우스 신전 앞쪽 도로를 건너 교회 옆 골목으로 들어가니 플라카 지구가 시작된다. 아테네 어디에서나 보인다는 아크로폴리스를 플라카지구에서는 좀더 가까이 볼 수 있다고 하더니 골목 어귀에서 아크로폴리스가 바로 올려다 보였다. 아크로 폴리스 아랫쪽으로 탑 모양의 석주가 있었는데 리시크라테스 기념물(Choregic Monument of Lysikrates)이라고 한다. 리시크라테스는 사재를 털어 공공행사를 후원했던 인물이고. 이 기념물이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깊은 이유는 내부 장식용으로만 활용되던 코린트식 기둥이 처음으로 건축물의 외부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느껴지는데, 골목마다 기념품 가게, 노천카페,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중세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점령 시대의 아테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기념품 가게는 많이 보여도 내가 잘못 찾아든 것인지 몰라도 그리스의 중세 모습을 보기에는 쉽지가 않았다. 날이 밝은 때 방문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지 못하고 밝은 상가지역만 돌아봐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골목을 방문해서 돌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기념품 상점에 들러서 여러가지 물품도 구경하는 것도 괜찮았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이 골목에는 현지인도 많이 있고, 관광객도 많이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늦은 시간에 하고 식사하는 시간도 길다고 하더니 정말 10시가 되어 가는데도 레스토랑에 사람이 줄어들지 않는다. 음식점에서는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면서 자기 식당으로 들어오라고 말을 붙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피곤해지기도 한다. 일행들과 함께 저녁을 먹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식사를 하고 다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골목길 구경을 이어갔다.
오늘도 여유있게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맥주 한잔이나 차한잔을 했어야 했는데 짧은 시간에 멋진 골목 구경을 하다 보니 아무 것도 실행하지 못한채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처럼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으로 아테네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아이스크림의 종류도 다양했고 맛도 있었다. 달달한 느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낮에 구경을 왔었다면 골목길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었을텐데 야간에 와서 보니 문을 열고 있는 음식점과 카페, 기념품점만 보이고 골목길의 풍경은 담을 수가 없었다. 골목길은 조명도 밝은편이 아니어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지 않아서 몇몇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사진 몇장만 찍고는 그냥 지나치면서 구경만 하게 된다.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듯해서 방향을 신타그마 광장쪽으로 정하고 골목길 구경을 계속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신타그마 광장 남쪽에 트램의 종점이 있어 트램을 이용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에 돌아오니 트램에 손님들이 있어서 사진을 한장 찍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 아테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교통수단은 이용하지 않고 트램만 꾸준하게 이용했더니 이제는 트램이 친숙한 교통수단이 되어 버렸다. 지하철을 한번 타 보았어야 했는데 숙소까지 오는 지하철이 없어서 따로 타 볼 기회가 없었다. 다음에 아테네오 자유여행을 오게되면 그 때는 신타그마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고 지하철도 타 봐야겠다. 다른 일행과는 달리 쉬지 않고 저녁에도 쉬지 않고 놀러 다녔더니 몸은 피곤하지만 좋은 구경은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2박 3일간의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다시 터키 여행을 위해서 아침 일찍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볼 것이 많은 그리스를 짧은 기간에 모두 둘러 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내가 선택했던 여행 상품이 터기만 10일 이상하는 것이 없어서 그리스와 한번에 묶어서 여행상품을 만들어 놓은 것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동안 아테네를 중심으로 해서 가까운 근교만 주마간산 격으로 보고 지나치게 된다. 그리스를 생각하면 늘 아테네를 비록해서 델피(Delphi)와 메테오라(Meteora ), 산토리니 섬((Santorini Island)을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도저히 여건이 되지 않았다.
다음에는 매년 11월에 아테네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하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가 보고 싶었던 곳을 찬찬히 자유여행으로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을 꾸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아테네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정이지만 앞으로 10년 안에는 참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침에 호텔에서 출발하기 앞서 그리스에 와서 자주 보았던 무화가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남긴다.
아테네 마라톤대회의 코스도 사진이다. 꼭 다시 한번 방문할 것을 꿈꿔 본다.
(터기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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