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마라톤클럽의 현직 임원진들과 함께 운악산 산행을 갔다. 운악산은 2009년에 한번 다녀왔던 산인데, 단풍이 물든 가을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못하고 오늘 다시 찾았다. 클럽 임원진이 소형 버스를 한대 임차해서 아침 7시에 강남에서 출발해서 운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9시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채성만 회장이 임원의 단합행사를 하자고 여러차례 이야기를 했는데 실행하지 못하다가 산행을 기획하고 실행하게 되었다. 산행 입구인 가평군 하판리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하판리 주차장쪽에서 출발해서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 눈썹바위와 병풍바위, 미륵바위를 거쳐 운악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정상에서 다시 출발했던 하판리로 되돌아 가는 코스가 아니라 서봉과 만경대, 궁예 대궐터를 지나 운주사입구로 내려가는 12km 의 운악산 종주코스를 선택했다. 산행을 마치면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회장님이 잘 아는 지인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산에 오르면서 만경로 갈림길에서 눈썹바위쪽으로 가야 하는데 선두가 잠시 코스를 이탈하는 바람에 현등사가 있는 계곡코스로 가게 되었다. 눈썹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가야 암벽이 시작되면서 운악산 산행의 묘미를 느끼고 조망권이 확보되는데 아쉽게 되었다. 능선이 아닌 계곡으로 현등사에 올라 가니 운악산의 멋진 풍광은 보지 못하고 힘만 들었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 내려가서 능선으로 다시 올라 갈 수는 없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30분만에 마주치는 등산객을 보지 못한채 동봉 정상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우리가 처음 계획했었던 능선 코스를 택해서 올라온 듯하다. 올가가는 내내 산으로 오르는 사람도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계곡코스를 따라서 올라 왔는데 일부 구간을 제와하곤 정상 가까이까지 나무숲에 가려 전체적인 주변 풍광이 보이질 않는다. 대신 운악산에서 가장 넓은 공터가 있는 동봉 정상에 도착하니 정상석이 덩그러니 서 있다.
운악산은 경기도 가평군 하면과 포천군 화현면의 경계를 이루며 남북으로 솟아 있는 산이다. 해발 937.5m(동봉)로 기암과 봉우리가 많아 산세가 아름다운 운악산은 산이 크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하고 산세가 험하다. 골짜기마다 하늘을 가리는 활엽수림이 빽빽이 자라 있어 가을이면 만산홍엽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래서 가을 산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번다 여름에만 오르게 되었다. 운악산은 가평의 화악산(華岳山), 서울의 관악산(冠岳山), 파주의 감악산(紺岳山), 개성의 송악산(松嶽山:489m)과 함께 경기 5악이라고 한다. 동봉을 지나니 조망권이 조금 나오기 시작했다.
937.m의 동봉 정상을 지나 935.5m의 서봉을 지나 하산을 시작했다. 오늘은 산행은 산에 오르는 것보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함께한 사람들이 단합에 목적이 있어서 산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평소에 모두 달리기로 단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서 산행하는 속도도 빨랐고 뒤로 처지는 사람도 없다. 2009년에 운악산에 왔을 때에는 정상에 왔다가 다시 출발지로 돌아가는 산행을 했기 때문에 오늘 종주산행하는 코스는 처음으로 가는 길이다. 오히려 반대쪽 궁예 대궐터로 내려가는 코스는 조망이 괜찮았다.
하산하는 쪽은 내려오는 동안 주변 풍광을 조금씩 볼 수 있었다. 만경대를 지나 운주사를 향해 하산하면서 한북정맥 줄기를 따라서 남서쪽으로 멀리 관악산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 등 수도권의 명산들이 차례로 보인다. 서쪽으로는 포천시 시가지 건물들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일동의 시가지와 들판이 보이는 등 전망이 아주 시원스럽게 보였다. 우리가 방향을 운주사로 향하고 내려 간다고 생각했는데 또 약간 길을 잘못 들었다. 어짜피 방향을 제대로 정해져서 내려가니 내려가서 우리가 원하는 장소가 아니면 버스에 연락을 해서 찾아오라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내려갔다. 올라 갈 때도 그렇고 내려갈 때도 오늘은 원래 계획했던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산행이 되어버렸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무지치폭포를 전망할 수 있는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 주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 오니 산행 종점도 처음에 계획했던 곳이 아니었다. 운주사에서 조금 남쪽에 있는 운악산 자연휴양림에서 가까운 곳으로 내려왔다. 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찾아오라고 부탁을 하니 우리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바로 찾아왔다. 현등사계곡을 따라 절고개로 오른 후 정상을 지나서 산에서 간단하게 간식으로 때우고 부지런히 움직여 운주사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략 12km의 거리인데 상당히 빠르게 움직인 탓이다.
산에서 내려와 일동레이크 GC 가는 방향으로 한참을 이동하니 채성만회장님이 아는 지인집에 나왔다.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에 있는 목조 주택인데 서울에 있던 부부가 도시생활을 접고 내려와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회장님과 어떻게 알고 있는 관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일행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준비를 해 놓아서 미안하지 그지 없다. 집과 집주변을 너무 잘 꾸며 놓았고, 집 주변에 아기자기한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고 조경을 해 놓아서 다음에 은퇴하면 이런 집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집이다.
미리 부탁해서 준비해 둔 음식이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보다 종류도 많았고, 맛도 있었다. 식당이 아님에도 이집에는 마당에 정자도 있고 정자 옆으로 대형 천막도 설치해 놓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집주인이 친구들을 자주 초청해서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행하면서 흘린 땀과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하고도 넘칠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아마 회장님이 이런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서 운악산 산행을 고집했던 모양이다. 식사와 함께 클럽 운영에 관한 논의도 하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집마당 곳곳에 수박도 심어 놓아서 수박이 잘고 있었고, 유실수도 종류별로 조금씩 다양하게 심어져 있었다. 사과 나무는 제법 많이 심어져 있어서 가을에 한집에서 먹기에는 다소 많이 보였다. 풀도 뽑고 정원과 텃밭을 이만큼 가꾸려먼 보이지 않는 노력이 엄청 들어가겠지만, 하여간 나이 들어서 은퇴를 하게되면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당 한켠에는 커다란 개까지 키우고 있어서 더욱 부럽다. 마당 있는 집의 마당에서 개를 키우고 싶은 것이 어릴때 부터 내 바램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음식까지 맛있게 먹었는데 회장님께서 집에 가서 먹으라고 과일과 선물을 따로 준비해 주어서 감동이 배가되었다. 클럽활동이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하는 것이기에 주어진 역할을 당연히 하는 것인데, 오늘 너무 많은 접대를 받았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다. 그만큼 내 역할에 충실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오늘 하루 운악산에 와서 산속에서도 좋은 시간을 보냈고, 산에 내려 와서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멋진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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