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덕유산 종주 산행 (2013.6.8)

남녘하늘 2016. 1. 20. 00:23

 
 지리산이나 설악산은 이동하기도 편하고 산에 가는 버스도 많아서 산행할 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덕유산 종주산행은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산악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상품이 있어서 서울마라톤클럽의 회원 몇 명과 함께 덕유산 종주 산행을 하게 되었다. 덕유산에는 여러번 다녀 왔지만 종주산행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금요일 퇴근하고 나서 산행준비를 하고 신사동에서 밤 11시 출발하는 여행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행중 이동거리가 거의 30km 가까이 되기에 짐은 될 수 있는한 가볍게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배낭무게가 생각보다는 많이 나가는 것 같다. 고속도로로 이동중에 인삼랜드 휴게소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산행 들머리인 경남 함양군 서상면 덕유산 영각사 입구에 도착한 것은 새벽 새벽 2시 30분경이었다.  

 

오늘 산행은 영각사에서 출발해서 남덕유산-삿갓봉-무룡산-백암봉-중봉-향적봉-설천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종주산행이다. 버스를 함께 타고온 사람중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황점탐방지원센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뒤 바로 삿갓재대피소로 올라 향적봉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당일 완전한 종주산행이 힘든 사람은 조금 짤라먹고 가는 모양이다. 

 

 

 

  이곳으로 내려오는 중간에 버스가 한번 휴게소에 들리는 바람에 잠시 잠을 깼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출발점에 도착해서 비몽사몽간에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잠이 덜깨고 칠흙같이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만 출발하는 곳이 서상면에 있는 영각사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너무 어두워 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채 앞서간 사람을 부지런히 따라가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영각사 입구에서 8분여 임도따라 올라가니 영각통제소가 나온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날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찍히지 않아서 날이 조금 밝아올 때까지 사진을 찍지 않기로 생각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영각사에서 출발해서 남덕유산 정상으로 이동하는 구간은 너무 깜깜할 때 지나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고, 칠흑같은 어둠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며 앞사람만 따라 걸어간다. 초반부터 거친 오르막이 나오는데, 철제 계단과 나무 계단도 많이 있었다. 무박산행인지라 남덕유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경사도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올라갔기 때문에 힘은 덜 들었다고 생각된다. 중간 중간 이정표가 많이 세워져 있었는데 500m 간격으로 세워진 듯하다. 해발 1,507m의 남덕유산 정상에 도착할 무렵이 되어서야 날이 밝아 오려고 한다. 하지만 산 중간에서부터 안개가 많아져서 일출은 감상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남덕유산 정상을 지나 조금 앞서 나가던 일행중 선두의 몇몇 사람이 길을 잘못 들어서 육십령이 있는 서봉쪽으로 가 버렸다고 연락이 왔다.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어서 크게 혼동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후미에서 천천히 이동한 우리가 보기에는 직진만 하면 길을 헤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길을 헤메게 되었는지 알수가 없다. 아침에 안개가 많고 조금 어두운 상태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후미였던 우리가 앞으로 나서게 되었고, 길을 잘못 들어선 일행들이 되돌아 올때까지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황점마을에서 올라 오는 월성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 주었다. 이제 날이 완전히 밝아져서 편한 산행이 되었다.   

 

 

 

 

 

 날은 밝아 왔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 자욱하게 끼어있어 해돋이도 보지 못하고 주변의 풍광도 즐기지 못한채 산행을 이어갔다. 가까운 곳은 그런대로 식별이 가능하지만 먼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능선을 따라서 삿갓봉과 백암봉, 중봉, 향로봉이 이어져 보여야 하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삿가봉 오름길 삼거리에서 삿갓봉으로 가지 않고 바로 삿갓재 대피소로 이동했다. 어짜피 삿갓봉에 오르더라도 내려다 구름때문에 둘러 볼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발 1,410m의 삿갓봉을 조금 우회하여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구름이 걷히지 시작하면서 주변의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천천이 이동하니 해발 1,492m의 무룡산이 나왔다. 무룡산에서 바라보는 삿갓봉과 남덕유산 봉우리는 아직까지 지척에 있는 듯하고, 앞으로 가야할 중봉과 향적봉은 아직 까마득해 보인다. 서쪽의 옅은 연무사이로 진안의 마이산이 들어오고, 동쪽으로도 수도산, 가야산 능선과 우두산,비계산,오도산이 이어져 있었다. 아직까지는 순간 순간 구름이 밀려 왔다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다. 한낮으로 가면 많이 더워질 것 같은 분위기다.  

 

 

 

 

 안성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서 용추계곡을 지나 오르는 길과 만나는 동업령에 도착했다. 지난 2011년 1월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겨울 산행을 왔을 때에는 안성탐방센터에서 올라와 이곳 동업령에서부터 향적봉으로 산행을 했었다. 그때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렸던 날이었고 너무나 추워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그 반대로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겨울에 와도 멋있고, 여름에 와도 멋있는 곳이 덕유산이다. 다음에는 단풍이 가득한 가을에 한번 더 와보아야겠다. 동엽령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 주었다.   

 

 

 

 

 

 동엽령을 출발해서 조금 더 이동하니 백암봉(1,594m)이 나왔다. 영각사에서부터 대략 17.5km의 거리를 지나왔으니 제법 많이 이동한 셈이다. 전체 종주 구간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영각사에서 출발해 바로 깔달고개 같은 산을 오르는 남덕유산까지의 구간이고 그 다음이 월성재에서 삿갓봉 구간이었다. 나머지 삿갓봉에서 중봉 아래 백암봉까지는 거의 신선놀음 수준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힘이 든다는 느낌이 없었다. 초반에 체력분배를 잘하면 종주가 그다지 힘들지는 않는 것 같다. 초반에 힘들 구간을 지났기 때문에 후반 능선을 오르 내리는 것은 재미있다는 느낌이다. 조망이 좋은 것도 산행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다.  

 

 

 

 

 드디어 중봉(1,594.3m)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니 아득해 보인다. 웅장하며 평온한 모습을 언덕을 덕유평전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을 잘 지은 듯하다. 산행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 출발할때는 저 먼곳까지 언제가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차근차근 한발자국 옮기다 보면 어느듯 목표했던 곳에 도착해 있다. 멀다고 미리 포기해버리면 목표는 늘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아마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미리 겁먹고 피할 것이 아니라 도전해보고 몸으로 움직여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나온 남덕유산 정상,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이 다 보인다.

 

 

 

 

 방향을 바꾸어 나아갈 방향을 살펴 보니 향적봉(香積峰, 1,614m)이 바로 보인다. 종주산행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동엽령에 도착했을 때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중봉에 도착하니 우리처럼 남덕유산에서 온 사람과 함께 향적봉에서 동엽령으로 이동하는 사람까지 더해져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 비슷해서 이곳에서 기념찰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덕유산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는 산이다. 겨울 산행을 하게 되면 눈길 닿는 곳마다 눈꽃과 서리꽃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생화와 함께 멋진 풍광을 보여 준다. 가을에 단풍도 빼 놓은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철쭉 꽃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야생화가 지천에 펼쳐져 있었다. 특히 사진에 있는 병꽃은 가는 곳마다 많이 보았다.  

 

 

 

 중봉에서 향적봉대피소까지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다. 향적봉 가는 길목에는 고사목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리산 장터목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고사목 지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고사목의 꿋꿋함은 같은 느낌이다. 고사목 주변으로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朱木)나무가 많았다. 주목은 나무가 붉다 하여 붉을 주(朱)를 썼다는데, 높고 추운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태백산, 함백산, 소백산, 덕유산 등 해발 1,300m 이상 되는 고지대에만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   

 

 

 

 

 중봉을 지나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해서야 선두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섰던 일행들이 따라왔다. 어짜피 산행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풍광도 즐기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따라 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행들과 모여서 함께 여유있는 점심을 먹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향적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피소에서 향적봉까지 100m도 만만치 않은 오르막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동한 것에 비한다면 식은죽 먹기다.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는 덕유산은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고도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km에 뻗쳐있다. 향적봉에서 무룡산(1,491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17km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다. 장쾌한 능선과 전형적인 육산의 아름다움, 그리고 넓은 산자락과 만만치 않은 높이,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이 있어 연중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덕유산이다. 남한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이다. 요즘은 설천봉까지 콘도라가 운행되어서 조금만 산에 오르면 향적봉 정상까지 올라 올수 있어서 슬러퍼를 신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향적봉 정상부에는 돌탑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기념촬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멀리 새벽부터 지금까지 쭉 거쳐왔던 봉우리를 바라보니 뿌뜻한 기분이 든다. 산 정상에 함께 있어도 우리는 레벨이 다르다는 일종의 자만심도 생기는 듯하다. 정상에서 삼공리 주차장까지 걸어서 내려간다면 또 2시간 정도 걸어야 하는데 내려 갈 때에는 콘도라를 타고 내려 가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몇몇 회원은 백련사 방향으로 걸어 내려 가자고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마음속에 콘도라를 타겠다고 마음 먹은지라 대세에 밀려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향로봉에서 이제 산행의 종점인 설천봉으로 이동한다. 덕유산 설천봉(1,520m)까지 곤도라가 운행되고 있어 설천봉까지는 누구나 어려움없이 쉽게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서 설천봉까지는 20분 만에 갈 수 있어서 이 코스에는 오늘도 산행객이 많았다. 산행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실한 복장의 산행객이 많았는데 설천봉까지 콘도라가 데려다 주니 무리해서 정상을 오르는 듯해 보였다.

 

 

 

 

 

 

 설천봉에서 곤도라를 타고서 15분만에 무주리조트에 도착했다. 산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했는데 대략 13시간만에 덕유산 산행은 마무리하게 되었다. 서울로 올라갈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무주리조트 주변의 족욕을 할 장소를 찾아 다니느라 시간을 한참 보냈다. 계곡을 겨우 찾았는데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 씻는둥 마는둥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로 돌아와 서울로 출발한다. 어둠 속에서 산행을 시작해 오랜 시간 산행을 했지만, 일행중 아무런 사고 없이 산행을 마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다음에는 참가인원을 줄여서 육십령에서 출발해서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종주를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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