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라톤클럽의 정식 회원은 아니지만 클럽 회원들과 함께 오대산으로 겨울 산행을 떠났다. 2014년부터 서울마라톤 클럽에서 마라톤과 함께 매월 정기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1월 첫 산행은 소백산 산행이었지만 함께 하지 못하고 두번째 산행인 오대산 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서울마라톤 클럽의 스텝은 아니어도 일요일 달리기 연습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는 문호를 개방해 놓아서 산행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번 산행에는 34명이 참석해서 버스 한대로 이동하게 되었다.
오대산에는 방문할 기회가 상당히 많았었는데 실제 산행을 해 본적이 없어서 꼭 한번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산이다. 산 아래에 있는 월정사와 상원사에도 여러번 왔었고, 이곳에서 개최된 100회 마라톤 대회도 여러번 참석했었다. 더구나 월정사 입구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는 김창렬원장님이 계셔서 자주 방문은 했어도 산행을 목적으로 와보지 못했었다. 오늘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오대산 겨울산행을 하게 되었다.
오대산(1,563m)은 강원도 강릉시와 홍천군, 평창군에 걸쳐 있으며,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좌측에 호령봉, 우측으로 상왕봉, 두루봉, 동대산 등 5개의 봉우리가 원형으로 상원사 계곡을 감싸고 있는 형세이다. 주변에는 월정사와 상원사 등 유서깊은 사찰과 문화유적이 자리한 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오늘 산행은 상원사주차장에서 출발, 상원사를 거쳐 비로봉까지 올라가고 이후 능선을 따라 상왕봉까지 가는 코스이다. 상왕봉에서 하산을 시작해 북대삼거리까지 이동하고 임도를 따라서 다시 상원사주차장으로 되돌아 오는 약 9.6km의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로 진행된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상원사까지는 200여m 떨어져 있는데 우리 일행들도 모두 나처럼 상원사에 자주 와 보았던 모양이다. 아무도 절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비로봉으로 올라가 버린다. 상원사가 너무 산행 초입에 있었던지라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가 볼 생각을 하려고 했는지 알수는 없지만, 상원사로 오르는 오솔길이 아름다운데 큰 길을 따라서 바로 산행을 시작해 버렸다. 다들 마라톤이라고 하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어서 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나 역시 마라톤을 하고 나서는 산에 오르는 것이 많이 편해졌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다.
오대산에 눈은 많이 쌓여 있지만 오늘은 겨울날씨로서는 엄청 포근한 날씨로 바람도 거의 없고 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이 시렵지 않을 정도였다. 산에 오르니 기온이 내려가기는 했어도 체온이 올라가서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날씨가 포근하니 추운 날 오대산에서 볼 수 있는 눈꽃이나 상고대를 볼 수는 없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산에 눈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어서 겨울산행을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경사가 심해져서 막판에는 땀까지 흐른다.
상원사에서 비로봉(1,563m)까지는 거리가 3km인데 고도는 거의 700m 가까이 올라야 하니 처음부터 비로봉 정상까지 오르막이 연속되어 쉽지 않은 코스라고 생각된다. 비로봉에 오르니 역시 주변 조망이 트이면서 멋지 풍광이 펼쳐진다. 오대산(五臺山)은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오대산이라 불린다. 비로봉에서는 호령봉이 있는 서남쪽 일부를 제외하고 사방으로 전망이 트이는데, 동쪽으로 노인봉과 동대산, 동북쪽으로 상왕봉과 두로봉이 건네다 보이고 북쪽으로는 설악산 대청봉이 조망된다.
비로봉에서는 간단히 사진만 찍고 주변 풍광을 감상하고 나서 바로 상왕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는 2.3km로 편한 능선길이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청명해서 전반적인 조망도 좋았고, 공기도 맑고 깨끗해 몸이 즐거운 하루였다.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는 능선은 주변에 펼쳐진 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어서 좋다. 눈 덮힌 살악산을 비롯해서 멋진 풍광이 끝없이 이어진다. 상왕봉으로 가는 길에 주목 군락지와 자작나무 자생지도 있는데 상고대는 볼 수 없어도 나무에 눈꽃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보기가 좋았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는 길에는 두개의 작은 봉우리를 지나는데 한 봉우리에는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는 평평한 공간이 있었다. 능선길에서 보이는 주변 풍광도 멋있지만 작은 봉우리에서 보는 전망은 비로봉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다. 역시 이곳에도 바람이 거의 없어 겨울 산행으로서는 보기 드문 날이라고 생각된다. 바람이 불어 추우면 이동중에 잠시 쉬는 것도 힘들어지고 ,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헬기장을 지나며 돌아보니 멋진 구름 아래 얼마전에 다녀 온 계방산도 보인다.
오후 1시가 넘어서 넘어서 상왕봉(象王峰·1,491m)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했다. 상왕봉은 오대산 제3 고봉으로 오대산국립공원의 중심을 이루는 봉우리이다. 비로봉 정상에는 공간이 넓어서 식사를 하기에는 좋았지만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해서 상왕봉까지 왔는데 이곳 봉우리 정상에는 눈이 많아서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함께 온 회원들이 여러가지를 준비해 와서 산에서 광어회와 홍어까지 먹게 되었다. 올라올때 힘이 들었지 비로봉을 올라온 이후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산행 코스라 식사를 하면서 간단히 정상주도 한잔 했다.
식사를 마치고 북대삼거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비로봉에서는 산행을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상왕봉에 오니 산행객이 많이 줄었고, 다시 북대삼거리로 출발하면서 보니 우리 일행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가는 길로 가도 그다지 부담스러운 코스가 아님에도 많은 산객들이 그냥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간 모양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온 길을 되돌아 가는 것보다는 원점회기 산행이 더 재미 있다고 생각되는데, 체력이 안되면 할 수 없다. 내려오는 동안에도 눈이 많고 언덕이 있는데 다른 산객이 없어서 옷을 입은채로 눈썰매를 타면서 내려 오기도 했다.
한참을 내려오니 눈에 익숙한 도로가 나왔다. 북대 삼거리로 이곳에는 과거 몇차례 산악마라톤때문에 와 보왔던 길이다, 오대산 아래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 출발해서 월정사와 상원사를 거쳐 이 임도를 따라서 두로령까지 뛰어 갔다 왔던 코스에 있던 길이다. 그 당시 이 비탈진 임도를 뛰어서 다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 때는 달리기가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오늘 눈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보니 뛰어서 가느라 보지 못했던 주변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너무 급하게 가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북대 삼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상원탐방 지원센터까지 거리는 4.6km, 눈은 많이 있었지만 임도가 있어서 임도를 따라 편하게 내려 올 수가 있었다.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인 상원사 입구도 되돌아 와서 오늘 산행은 마쳤다. 그동안 여러차례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오대산 산행을 실행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산에서 내려 와서도 상원사를 다녀올 여건이 되지 않아서 오늘은 상원사 구경은 하지 못하게 된다. 산행을 마치고 월정사에서 멀지 않는 식당에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만든 백반까지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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