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설악산 산행 (2014.1.12)

남녘하늘 2016. 3. 23. 00:35

 

 지난 8월과 10월에 이어 다시 3달만에 다시 설악산을 찾았다. 여름과 가을산에 이어서 겨울의 설악산을 만나고 싶어서 다시 찾은 것이다. 이번 설악산은 문희형과 문휘형 형수와 함께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봄에 설악산을 한번 더 오게되면 1년동안 설악의 사계를 모두 방문해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터 조금 힘든 산을 택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는 연습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늘 산행도 배낭의 무게가 대략 16kg정도 되었는데 생각보다는 묵직하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어 보긴 처음이 아닌가싶다. 

   

 어제 밤 11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한 버스에서 아주 짧은 토막잠을 자고 일어나니 새벽 1시 30분에 한계리휴게소에 도착했다. 새벽에 출발하는 것을 대비해서 휴게소에서 라면 한그릇을 사 먹었고 다시 오색탐방로 입구로 이동해서 산행 준비를 했다. 원래 국립공원은 산행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동계는 4시부터 개방되는데 새벽 3시 45분에 오색 탐방로를 개방해 주어서 설악산 산행이 시작한다. 다른 때에는 설악산을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더니만, 오늘은 일요일이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관광 버스 두어대만 보인다. 시간 차이를 두고 몇대는 더 오겠지만 산행하는 사람이 적은 것만은 확실하다. 

 

 

 

 

 

 배낭을 무겁게 메어서인지 대청봉에 오르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형수님이 없었다면 조금더 빨리 올라갈 수 있었겠지만 산행은 일행과 보조를 맞추면서 올라야 하기에 형수님을 제일 앞에 세우고 따라가기로 했다. 지난 가을 문희형과 둘이서 왔을 때에는 가을 단풍 구경을 온 사람이 많아 길이 정체되었음에도 탐방로 입구에서 대청봉까지 1시간 50여분만에 올랐는데 오늘은 사람이 없었음에도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래도 형수님이 강단이 있어 무거운 배낭을 매고 산에 잘 올라갔다.      

 

  

 


 대청봉 정상에는 오늘도 돌풍을 동반한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함께간 문희형이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 바람에 밀리면서 바위에 부딪쳐서 큰일 날 뻔 했는데 다행이 얼굴에 약간의 타박상은 생겼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않았다. 작지않은 덩치도 바람에 날려 가버릴 정도로 바람에 세게 불었다. 내가 문희형과 형수님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정작 내 사진은 찍지를 못했다. 바람에 세게 부니 손이 시려워서 오래 있을수가 없다. 겨울 설악은 매섭다.   

 



 

 엄청난 바람과 추운 날씨로 사진 한장도 제대로 찍기 못하고 대청봉을 출발해서 중청대피소에 7시 반이 넘어서 도착해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정상 부근에서 너무 춥게 있다가 대피소에 들어오니 왜 중청에 대피소가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오늘 산행을 온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덜 복잡하고 붐비지 않았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서 출발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으면 엄청 복잡했을 것이다. 한번 들어온 사람들이 우리처럼 바로 출발하지를 못하고 있다. 한시간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었다.   

 

 

 



 대피소에서 나오니 날이 밝았는데 새벽에는 내리지 않았던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 내린 산을 보기 위해서 왔기에 눈이 조금 더 내린다고 해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데 눈이 내리니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 풍광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진으로는 눈만 내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눈이 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추위를 어떻게 극복하고 내려 갈 것인지 걱정이 된다. 두꺼운 장갑 두개를 착용했음에도 한기가 밀려 오는 듯하다. 내가 좋아서 출발한 산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중청대피소에서 소청까지는 바람이 엄청 불어서 엄청나게 추웠는데, 소청을 지나 희운각방향으로 내려 계곡을 내려오니 산이 바람을 막아주어서인지 바람이 확 줄어들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한결 편한 산행이 되었는데, 바람이 부는 가운데 산행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오늘 확실하게 느꼈다. 중청대피소를 출발할때 내렸던 눈은 잠시후 그쳤지만 정상을 중심으로 눈이 많이 쌓여있었는데 철없는 산행객이 중간에 눈이 많은 곳에는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기도 한다. 자기는 재미있다고 그러겠지만 옆에서 쳐다보는 사람은 불안하고, 또 다음에 지나갈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 눈썰매장에 가서 타야 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바람은 많이 줄었지만 오늘 날씨는 상당히 추운날씨이다. 추운날씨에 사진을 찍는 것도 상당히 힘든 작업이어서 오늘은 가급적 사진찍는 것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희운각 대피소가 보여서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리산에 있는 대피소는 미리 예약을 해서 여러 곳에서 숙박을 해 보았지만 아직 설악산에 와서는 대피소에서 숙박을 해 본적이 없다. 매번 새벽에 출발해서 당일날 산행을 마치고 갔었기 때문이다. 언제 한번은 첩첩산중에 위치한 희운각대피소를 이용하면서 여유로운 설악산 산행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중청대피소에서 아침으로 떡국을 끓여머고 왔기에 희운각대피소에서는 여유롭게 커피를 끓여 마셨다. 새벽에 중청대피소에 들어갈 때는 언손이 녹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굉장히 고통스러워서 그곳에서 산행을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다시 힘을 내서 출발하고 희운각에 도착하니 그때의 고통이 추억으로 남는다. 포기하고 오색으로 내려가 버렸으면 이 재미있는 산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제 밤 우연히 설악산을 오는 버스에서 만났던 같은 마라톤 클럽의 전성주씨와 친구 몇명을 산행중에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는데 다시 희운각대피소에서 만나 커피 한잔을 대접해 주었다.  

 

 



 희운각 대피소를 출발해서 천불동계곡을 내려 온다. 양폭대피소까지는 대략 2km의 거리인데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우리는 내려가지만 반대로 올라온다면 제법 힘든 코스일 것이다. 천불동 계곡은 가을에단풍이 멋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겨울산도 썩 괜찮다. 깊은 계곡에서 느껴지는 설악의 웅장함에 감탄을 하며 지나친다. 양폭대피소가 나타날 때까지 또 사진 찍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가 양폭대피소가 나와서야 다시 양폭대피소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긴다.  

 

 



 양폭대피소를 지나서 계속 천불동계곡을 따라서 내려 온다. 숲이 우거졌던 여름이나 가을과는 달리 눈에 덮힌 천불동계곡의 모습도 새롭다. 계곡 양쪽의 기암절벽이 천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천불동(千佛洞)이라는 이름이 붙은 외설악의 계곡인데 나무잎에 가려져 있지 않으니 겨울철에 천불동 계곡을 찾아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산행로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위험하지 않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편하게 내려 올 수 있었다. 내려오는 내내 철계다리와 철제계단에는 눈이 완전히 치워져 있어 내리막길이 위험하지도 않고 편하게 내려 올 수 있었다. 

 

 

 



 천불동 계곡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한참을 내려오니 멀리 신선대휴게소가 보인다. 천불동 계곡을 내려오다가 신선대휴게소가 보이면 산행을 마쳤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든다. 천불동계곡의 초입인 비선대에서 설악동 소공원까지는 2.9km 거리가 남아 있지만, 거의 평지같은 산책로라서 시간은 30여분 걸려도 이곳에 도착하면 산행을 마친 듯한 느낌이다. 오늘도 신선대휴게소에서 다른 때처럼 콜라 한병을 사먹었다. 땀을 흘리고 먹었던 여름철의 콜라맛과는또 다른 느낌이다.   

 

 

 

 



 설악동 신흥사까지 내려오니 거의 2시가 되었다.  새벽 3시 45분에 오색에서 출발했으니 10시간 조금 넘게 산행을 했다. 중간에 밥을 해 먹고 휴식을 취한 시간도 포함되어 있지만 겨울 설악산을 다시 한번 끝냈다. 아침에 너무 추워서 고생이 많기는 했지만 설악동에 내려오니 포근한 느낌 그리고 완주를 했다는 즐거움에 기분이 좋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만났던 마라톤클럽의 동료 전성주씨와 일행을 다시 신흥사 주변에서 만났다. 서울로 돌아갈 때에도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    

 

 

 


 오늘 산행은 겨울산을 오르면서 천천히 무거운 배남을 지고 산에 오를 수 있는지를 확인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비록 산행을 하느라 아침에 달리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달리기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운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산행을 마치고 3주차장 인근에 있는 여관으로 가서 1인당 5천원을 주고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나왔다. 이곳에 여관은 숙박시설이 노후되었는데 숙박영업보다는 우리처럼 산에 갔다 오는 사람들에게 객실을 빌려주어 목욕을 하는 것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듯하다.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인근에 있는 전주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함께 간 문희형은 신경을 쓰는 일이 있어서 속이 좋지 않아 식사를 하지 않았다. 일년에 한두번씩 신경쓰는 일이 있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17일부터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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