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들과 함께 가평에 있는 물안산과 보납산으로 송년산행을 떠났다. 오늘 산행은 산에 오르는 것과 함께, 산행을 마치고 회원들과 한해를 되돌아 보면서 송년 모임을 갖는 것에 중점을 둔 여행이다. 보납산은 분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가평에 있는 산이어서 오전 8시에 출발하기에 여유있는 아침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리사옥에서 가평까지의 이동시간도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아서 1시간 조금 넘어 출발지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은 주을고개 입구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주을고개를 거쳐 물안산으로 갔다가 다시 다시 보납산으로 능선 산행을 하고 가평역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산행거리는 대략 5km 정도, 시간은 3시간 정도 예상하고 있다.
가평군은 워낙 유명한 산이 많은 곳인데, 군은 면적의 84%가 산악지대라고 한다. 이 산악지대에 등산코스로 알려진 산이 무려 80여개에 이른다. 특히 이 중에서 화악산, 운악산, 축령산, 명지산, 유명산은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다. 수많은 산들 중에서 해발 330m의 보납산은 아주 낮은 편이다. 하지만 산은 낮아도 힘든 암릉지역도 있고, 암릉지역을 지나면 전망 데크가 나오면서 산을 에워싸고 있는 북한강과 가평천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많은 산이다.
출발장소에 도착하니 분당과는 달리 산아래에도 눈이 제법 쌓여 있다. 같은 경기도이지만 강원도에서 가까운 가평이다 보니 분당과는 기온차이도 많이 나고, 아직 눈이 녹지도 않은 상황이다. 생각지도 않은 눈길 산행을 하게 되었다.
겨울 산행을 떠나면 눈이 오는 것과 상관없이 겨울장비인 아이젠을 늘 챙겨가는데, 어제 장비를 잘 챙겨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착용하려고 찾아 보니 장비가 없다. 올라갈 때는 불편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내려 올때는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일행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출발하게 된다. 올라가면서 중간에 한번 넘어질 뻔 했는데 로프를 잡고 있어 넘어지지은 않았지만 손목에 무리가 왔다. 다행이 오늘 산행은 능선산행이 많아서 좋았고, 더 다행스러운 것은 하산할때 길이 남향이어서 눈이 다 녹아서 아이젠을 한 사람들이 풀고 내려오게 되어서 오늘 실수를 커버할 수 있었다.
날씨가 많이 추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추운 날씨긴 했어도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서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높지 않은 산이지만 경사가 급한 곳이 있어서 땀이 제법 흘러, 중간에 체온 조절을 위해서 겉옷을 벗었다 입었다는 반복해 주었다. 보납산과 월두봉 사이에 있는 주을고개가 나오는데 보납산 정상 4.0km 남았다고 되어 있었다. 후미에서 출발해서 천천히 올라 왔던지라 원래 계획에 있던 물안산으로 가지 않고 바로 보납산 정상으로 가기로 했다. 산행후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후미조때문에 행사가 늦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내린 산에서의 산행이 재미있다.
정상 가까이 올랐는데 그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오르다가 잠시 쉬어갈 만한 곳이 나와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오늘은 그다지 높지 않은 나즈막한 산을 오르고 내려가서 송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산에서의 식사를 생략하고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요기만 면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막걸리도 한잔씩 마시고, 과일과 안주를 선채로 먹었다. 주변에 눈이 쌓여 있어서 마땅이 쉴만한 공간도 없었다. 더운 여름철에 왔다면 시원한 소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약간의 암능지역을 지나니 보납산 정상까지 1.0 km 남았다는 표시판이 나왔다. 산으로 오르는 능선이 외길인데다 비교적 거리표시판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잃거나 할 염려는 없는 듯하다. 마루금 이정표에서 600여m를 더 올라가면 자라섬 방면으로 하산 할 수 있는 보광사 갈림길이 있는 체육공원이 나온다.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서 보광사 방면으로 하산 예정이다. 보납산 정상까지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졌다.
보납산은 높이 330m의 작은 산이지만 북한강과 가평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솟아 경치가 아름답고 경춘선철도와 경춘가도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과 푸른 숲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정도 올라오니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망이 보이기 시작하니 좋기는 한데 오늘은 운무로 인해 멋진 풍광은 아니다. 눈이 없는 시기에 조금 빨리 산에 오른다면 1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암릉구간이 있기는 했지만 딱히 힘든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보납산은 전체가 거의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져 석봉(石峯)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1599년(선조 32) 가평군수로 부임한 한호(한석봉)가 당시 보납산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이 산을 아껴 자신의 호를 '석봉'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늘은 날씨가 청명하지 않아서 시계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주 좋았다. 산에 둘러 쌓여 있는 가평읍과 멀리 보이는 산들이 희미하게 잘 보이지도 않았다. 산 아래 있어 한숨에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가평 시내조차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 맑은 날 산행을 왔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가평 읍내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서 도시가 운치있어 보인다.
전망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보납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329.5m로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막판에 가파른 오르막이 있었다. 정상에 놓여 있는 정상석은 명필 한석봉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붓모양을 형상화 시켜 놓아서 특이하다. 처음에는 정상석이 무슨 모양을 형상화한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다른 분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된다. 주변에 그런 설명이라도 있었으면 쉽게 알아보았을텐데 그런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정상을 오르기 전에 데크에서 가평시내와 북한강을 바라본 것을 제외하고는 오늘은 특별한 감흥이 있는 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상에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고나서 바로 하산길에 오른다. 오늘은 산행을 마치고 식사를 하면서 송년회 행사를 하기도 되어 있어서 정상에서 그다지 오래 머물지 않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산하는 길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코스여서 산에 올라 갈 때와는 달리 눈이 모두 녹아서 편하게 금방 내려왔다. 보광사가 근처를 지나 산에서 내려오니 임도변에 보납산 등산안내도가 있었는데, 군청에서 관리를 잘하지 않았는지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산을 완전히 내려와 가평교 앞쪽에는 잘 정비된 등산안내도가 다시 세워져 있었다. 산 아래에서 본 안내도는 오래전에 만들어 놓고 아직 철거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동네 앞으로 놓여 있는 가평교를 건너지 않고 경춘선이 새로 뚫리면서 방치되어 있는 폐철교를 건너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는 가평읍 방면으로 건너왔다. 폐철교는 기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고 운치가 있어 한번 건너볼 만하다. 철교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평천은 얼음이 얼어 있는 상태에서 눈이 내려 강 전체가 온통 흰색으로 덮혀 있어 보기가 좋았다. 철로는 이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듯 철도 자갈 사이로도 풀이 자란 흔적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회사 산악회에서 최근에 오른 산중에서는 가장 부담이 없는 산에 갔다가 가평시내로 내려와서 본격적인 송년모임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송년모임에서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어서 산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내려 왔다. 중간에 행동식을 조금 먹기는 했지만 운동량에 비해서는 부족했던지 식당에 내려오니 배도 고프고 허기가 몰려 왔었다. 하지만 닭갈비를 취급하는 식당은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었음에도 음식을 잘 만드는 집은아니었던 것 같다. 매콤하기만 할 뿐 잘 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김치를 먹어보니 음식맛을 알 수 있었다. 배가 고파서 많이 먹었을 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본격적인 송년행사가 이어졌는데 나는 지나간 1년동안 산악회 모임에 모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올 때마다 동료들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모임카페에 올려주고 했더니 송년모임에서 간단한 기념품을 하나 선물 받았다. 나는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찍었을 뿐인데 기념품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여건이 되면 사진 봉사는 계속해서 할 생각이다.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떠난던지라 행사까지 마치고 분당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이 또한 깔끔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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