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설악산 산행 (2013.8.10)

남녘하늘 2016. 1. 30. 00:22

 

 문희형과 둘이서 오랫만에 무박 2일의 설악산 산행을 다녀 왔다. 서울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한계령에 도착하니 2시가 조금 넘었다. 이 버스는 저렴한 비용에 산행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산에 갈때는 한계령이나 오색약수에 내려 주고 돌아올때는 설악동에 가서 내려 오는 사람을 픽업해서 돌아온다. 그야말로 사람을 편하게 이동만 시켜주고 비용을 받는 형식이다. 요즘은 국립공원은 입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다행이  새벽 2시 40분경부터 20분 빨리 한계령 출입구를 개방해 주어서 산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설악산에 도착하기 전에 비가 내려서인지 도로가 온통 젖어 있었고, 산으로 올라가니 바위가 상당히 미끄럽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안개가 가득해서 후레쉬를 비춰도 길을 제대로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이 틀때까지는 길도 너무 어둡고 바위가 미끄럽고 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산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인데 사진을 찍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다. 날이 밝아와도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별이 되지 않지만 시야가 맑지 못한 상태로 산행을 이어간다. 오늘 산행은 미리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라 문희형이 함께 설악산을 가지 않겠냐고 해서 어제 오후에 결정을 내리고 다음날 출발하게 된 산행이다. 잠이 조금 부족해도 산에 오르니 잘 왔다는 생각이다.        

 

 

 

 

 날이 밝아도 구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산에 오르는 것 이외에 특별한 목적이 없었지만 해뜨는 것을 보러 왔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어야 했다. 끝청에 도착했을 때에도 귀때기청봉에 도착했을 때에도 날씨가 흐렸었고, 중청청대피소를 지날 무렵부터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대청봉에 오르니 운무가 너무 짙고 바람이 거세서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문희형이 저체온증이 올지 모르겠다고 해서 겨우 사진 한장만  건지고 중청대피소로 이동했다. 기상이 좋지 않으니 이동속도가 빨리진다. 아무것도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청대피소로 다시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중간에 한번도 쉬지 않고 이동했더니 휴식이 필요한 듯해서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해 주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대피소에서는 오늘 호우특보가 내려 졌으니 희운각으로 가지 말고 어지간하면 오색약수 방향으로 하산하라고 한다. 오늘 한계령에서 공룡능선을 따라 설악산을 종주할 생각으로 새벽부터 움직였는데 이 시간에 하산을 하라고 말이 되지 않는다. 아직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은 아니고, 희운각으로 가는 길을 통제까지 하지는 않아서 일단 희운각으로 넘어 가기로 했다.

 

 

 

 

 

 

 중청대피소를 나와 희운각으로 가는 도중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벽과는 달리 구름이 자꾸 걷히고 있어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서 희운각까지는 가 보기로 했다. 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희운각에서 산행통제를 한다면 다시 돌아와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운각으로 내려 오는 동안 비가 잦아들더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한여름에 비와 함께 바람이 많이 부니 체온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래서 산에서는 항상 조심하고, 자만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비가 그치고 나니 언제 비가 내렸는지 모를 정도로 날씨가 쾌청해졌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멀리 있는 능선과 멋진 풍광이 눈앞에 나타난다. 새벽 어둠속에서 힘든지도 모르고 오르막 구간을 올라 왔는데, 중청휴게소에서 희운각까지 가는 코스는 급경사의 내리막이어서 아주 편하게 내려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희운각에서 중청으로 오르는 사람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내려 오는 동안 비는 그쳤지만 기상특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희운각에서는 공룡능선으로 가지 못하게 통제를 하고 있었다. 공룡능선 입구에 사람이 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무리를 했으면 갈 수 있었겠지만 오늘만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서 통제에 따르기로 했다. 내가 강력하게 공룡능선을 가자고 했으면 문희형은 그 결정에 따랐을 것이다. 올해 중으로 설악산에 한번 더 와서 공룡능선을 가 보자고 약속을 했다. 오늘은 양폭산장 방향으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서 설악동으로 가기로 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비선대 구간은 거의 계곡 구간이다. 기상특보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지만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고, 하늘이 아주 맑은 것은 아니지만 시야가 확보되고 계곡은 깨끗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만 아직 바닥에 습기가 남아 있어서 바위가 미끄러워서 조심해서 내려와야 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공룡능선으로 가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계곡의 모습도 나름대로 운치도 있고 좋았다. 천당폭포의 모습도 보면서 내려 왔다. 위험구간에는 철제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다니기에도 편했다.  

 

 

 

 

 

 

 막판에 귀면암을 지나면서 비선대까지 3km는 거의 뛰는 속도로 내려 왔다. 문희형이나 나나 모두 마라톤으로 다져진 몸이고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어서 그다지 무리가 따르지는 않은 듯하다. 문희형이 빨리 내려가서 따라서 빨리 이동했는데, 한번씩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근력강화에 좋다고 한다. 부지런히 비선대 만남에 광장에 도착해서 오랫만에 콜라를 한병 사서 먹었다. 얼마만에 돈을 주고 사서 먹는 콜라인지 모르겠다. 목 마를 때 마시는 콜라도 생각보다 좋았다.   

 

 

 

 

 비선대 입구 만남의 광장에서 설악동 공원입구까지는 2.8km가 남아 있었다. 오늘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거쳐 중청휴게소, 희운각, 양폭산장을 거쳐 설악동 입구까지 우리가 걸은 거리는 산악으로 21km 정도 되었다. 새벽에 타고 온 버스는 오후 4시에 설악동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공룡능선을 가지 않고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 오는 바람에 공원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다. 11시간만에 산행을 마치고 버스를 탈때까지 3시간 가까이 지루하게 기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음식점에 딸린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기다렸다. 식당에서 생선구이 정식을 시켰는데 서비스 정신이 전혀 없는 음식이 나왔다. 그러니 장사가 잘 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강행군을 했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끔은 무박 2일은 산행을 해야겠다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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