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달리기 모임

대구 김광석거리 방문 (2014.4.6)

남녘하늘 2016. 4. 16. 00:52


 대구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서 열심히 잘 달리고 나서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관광버스를 타고 온 런너스클럽 회원들과 함께 대회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김광석거리로 이동해서 주변을 둘러 보기로 했다. 기획력과 추진력을 두루 갖춘 박종우선배님이 미리 이곳을 방문할 계획을 세워 놓았던 모양이다. 멀리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 왔는데 달리기만 하고 밥만 먹고 그냥 올라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내려 온김에 볼만한 곳을 함께 가보자고 해서 선택한 곳이다. 


 김광석거리는 바로 옆에 있는 방천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되어, 2010년 11월2 처음 오픈했다고 한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가수 김광석이 이곳 대봉동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는데, 주말이 되면 전국에서 이 거리를 구경하기 위해서 몰리게 되니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방천시장도 활성화 되었다. 김광석 거리로 가는 길에 방천시장 입구를 지나가게 된다.  





 우리 세대는 김광석 노래 몇 곡 정도는 세월이 흘러도 콧노래로 흥얼 걸릴 정도로 귀에 익숙하고, 가수 김광석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김광석 거리 초입에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부르고 있는 김광석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방문한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옆에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다. 생전에 그가 기타치며 노래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김광석 거리는 대구 신천동 둑방길 아래 방천시장 끝자락의 300여미터가 조금 넘는 골목을 말한다. 이곳은 예전엔 해가 지면 쓰레기 더미가 뒹구는 치안을 걱정해야 할 후미진 골목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길이라고 하기보다는 골목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곳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거리가 조성되었는데, 좁은 골목을 따라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고 중간 중간 포토죤도 많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니 자연스럽게 상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더불어 골목 구석구석에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카페와 음식점도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말이 되면 벼룩시장처럼 가판대도 설치해 액사서리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까지 붐빈다. 어릴 적에 많이 보았던 달고나를 만들어 파는 곳도 보이고, 요즘은 보기 힘든 문방구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광석 거리에는 김광석을 주제로 한 벽화들이 가득하다. 곳곳에 사진 찍을 수 있는 장소도 많다. 300여m의 길지도 짧지도 않는 골목의 초입부분 벽화가 있다. 벽화와 함께 중간 중간에 김광석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노래가 흘러 나온다. 벽화가 거리를 바꾸고, 그 벽화를 보러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몇일전 거제의 동피랑 마을에서 보았던 벽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한사람의 노래와 가사, 삶을 주제로 한 벽화여서 단순한 풍경사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김광석 거리에서 만난 벽화 사진이다. 너무 많아서 모두 남길 수는 없었고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가급적 다른 사람의 모습이 들어가지 않은 몇 몇 사진이다. 











  김광석 거리에는 기타 치는 김광석의 모습을 재현한 동상 두 개가 있는데, 벽화와 더불어 거리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입구쪽에 있었던 동상은

앉아서 기타를 치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골목 중간에 있는 동상은 일어서서 기타를 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실제보다는 조금 적게 제작이 된 듯한데, 그래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김광석 거리에 와서 이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나도 사진 한장을 남기기 위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골목길을 순례하면서 가장 많이 흘러 나온 노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였다. 늘 청춘을 응원했고, 청춘을 간진한채 서른 살을 갓 넘기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그의 생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민중가요인 광야에서 라는 노래는 흘러 나오지 않아 섭섭한 느낌. 나보다는 두살이 어리지만, 늘 노래로 그 시대를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던 그가 많이 부럽고 좋았었다. 아마 이 길을 찾은 젊은 사람들은 80년대 우리의 정서를 공유하지 못해 그냥 노래로만 좋아하겠지만, 나는 그 시대를 거쳐온 사람으로서 그의 노래가 가진 힘과 꿈과 희망을 기억해 낸다. 골목 한 귀퉁이에서는 퍼포먼스가 있어 잠시 구경을 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포인트가 많이 있었지만, 특히 이 벽화가 마음에 들었다. 김광석이 운영하는 포장마차(?). 벽화 앞에 식탁과 의자까지 만들어 놓고 오뎅국물에 소주 한잔했던 옛날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오뎅국물을 생각하게 하는 쌀쌀하지 않아서 조금 문제가 있지만...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의 풍경이다.    



 

 예상했던 것보는 골목길에 짧았지만 나름 한번은 들릴 만 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었다. 딱 한번 와서 한번 다녀왔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 벽화와 김광석의 노래가 나오는 것 이외에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걸린다. 한번 사진 찍고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정도였다. 앞으로 이 거리가 활성화되려면 어떤 고민을 하고 노력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상업화로 가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고 그렇다고 추억만 되새기는 장소로 가기에도 문제가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광석거리와 나란히 하는 방천시장은 수성교 옆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이 시장은 포항의 죽도시장, 부산의 자갈치시장처럼 해방과 6.25를 전후헤서 일본과 만주에서 온 사람들이 장사를 시작하며 생성됐다고 한다. 한때 대구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매우 번화한 시장이었지만, 도시의 성쇄에 따라서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쇄락한 시장이 되었다. 그나마 김광석거리가 알려지면서 방천시장의 분위기도 살아 나고 있다고 한다. 휴일이어선지 시장을 둘러 보아도 휑한 느낌이 들지만, 장사도 잘 된다고 하니 반갑다. 대형 쇼핑센터보다 이런 재래시장을 다니는 것이 훨씬더 재미 있는데, 이런 상권이 살아나야 서민들도 잘 살수 있지 않을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