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검푸 마라톤 클럽회원들이 일요일 정기모임 장소를 탄천이 아닌 남산으로 변경해서 남산 북측 산책로를 달리기로 했다. 한여름에는 그늘도 없는 탄천을 달리는 것보다 숲이 있는 남산을 달리는 것도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 모처럼 훈련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분당에서 남산까지 이동하려면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에 이동에 번거로움은 있지만 한번씩 새로운 장소를 찾아서 달리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푸가 달려왔던 분당 주위와 다른 분위기와 코스로 소풍가는 듯한 느낌으로 찾은 곳이다.
나로서는 분당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주로 남산에서 달리기를 했던지라 달리기의 고향을 찾은 듯한 느낌을 갖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회원들은 달리기 위해서 왔고, 나는 지난 15일날 지리산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종주 달리기를 참석했던지라 아직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시기여서 회원들 달리는 모습이라도 찍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했다. 숲과 어울어진 남산 북측산책로는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분당구청에서 아침 6시 30분에 출발했는데 회원이 50여명이나 참석했다. 내가 사진을 찍어 주느라 내 사진은 많지가 않다.
그간 달리기 모임에 나가면 뛰기만 했었지 다른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난 1월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친구 김종호가 사진 찍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오늘 내가 사진을 찍어 주려니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클럽에서 몇 안되는 동갑친구였는데 많이 보고프다. 오늘 처음 참석한 회원의 소개도 하고, 준비운동을 마치고 나서 7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각자 능력에 맞춰서 3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남산 북측 산책로는 편도의 거리가 3km가 조금 넘는다. 한번 왕복을 하면 6km인데 짧고 긴 언덕을 비롯해서 언덕이 여러개 있어 달리기 연습을 하기에는 참 좋은 곳이다. 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도심에 있어도 공기도 맑은 편이고, 차량이 완벽하게 통제되어서 달리거나 산책하기에 참 좋은 환경이다. 도로의 폭도 넓어서 달리는 사람과 걷는 사람이 서로 불편을 느끼지도 못하는 곳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우리 클럽회원 말고도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외국인을 포함해서 엄청나게 많았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분당에서 이곳으로 출발할 때는 이른 아침이어서 그다지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남산에 오니 엄첨 더워지기 시작한다. 아직 한여름의 열기가 가시려면 보름은 더 있어야 할 듯하다. 달리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준다고 주로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땀이 제법 많이 흘렀다. 이런날 언덕길을 달리는 회원들은 더 더웠을 것이고 땀도 엄청 많이 흘리면서 뛰고 있었다. 다른 회원들은 3회전(18km)나 4회전(24km) 정도를 뛰었는데 나는 그냥 4km 남짖 걸으면서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열심히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데 오늘 함께 나와서 달리지 않고 산책을 하던 정해숙선배가 스마트폰으로 내사진을 한장 찍어 주었다. 한여름 남산 숲속은 싱그러운 느낌이고, 부지런한 사람들로 인해 활기찬 분위기다. 뛰지 않고 열심히 걸어 다녔더니 땀이 흘렀는데 다른 회원들은 달리기를 마치고 샤워를 하러 갔지만 나는 갈아 입을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샤워는 생략.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생긴다면 뛰지 않더라도 여벌의 옷을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훈련을 마치고 남산 북측산책로 끝자락에 있는 국립극장으로 내려 오니 오늘 이곳에서 남산을 한바퀴 걷는 거북이마라톤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매월 세번째주 일요일 이곳에서 개최되는 행사가 가끔씩 참석하기도 했었는데 오늘이 행사가 열리는 날이였다. 남산 외곽 순환도로 7km를 걷는 행사로 한국일보사에서 주관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전에 아침 운동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행사도 사람들이 엄청 많이 참가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도로가 정체되기 때문이다.
훈련을 마치고 10시가 조금 지나서 남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장충동 족발집으로 이동해서 아침식사를 했다. 열심히 달리고 난뒤 먹는 아침은 맛있다. 나는 열심히 달리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어 준다고 부지런히 돌아 다녔더니 달리기를 한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했다고 생각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즐겼다. 다행이 많은 회원들이 함께 들어가서 먹을수 있는 장소를 미리 섭외해 놓아서 함께 할 수 있었다. 지난 지리산 산행에서 만났던 오현주변호사도 오늘 남산에 함께 와서 달리고 식사까지 함께 했다. 무더운 날씨에 훈련을 하느라 모두 힘은 들었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만족도와 행복한 기분도 챙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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