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강까지 가서 아침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반달 스텝들에게 아침에 뛰러 가겠다고 약속을 해 놓았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반포까지 갔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에도 비가 성가실 정도로 내려서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멀리 수원에서 반포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왔는데 뛰지도 않고 오면 억울할 것 같아서 달리기 훈련을 하고 돌아 왔다. 집에 도착해서도 많은 비는 아니지만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날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가자고 해서 간 곳이 오산 물향기 수목원이다.
수목원에 도착할 무렵에는 날씨가 개이면서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미하게 내린다. 오전내내 비가 내려서인지 수목원주차장에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많이 않아서 여유롭게 수목원을 둘러 볼 수 있을 듯하다. 주차장에서 매표소로 이동하는 곳에 만경원 터널이라고 으름덩굴과 등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가을에 오면 으름을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옛날 천안에 있는 연암대학에 가서 놀러가서 한국산 바나나인 으름 열매를 엄청 따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매표소 앞에 있는 방문자 센터를 잠시 들어가 보았다. 2006년 5월에 개관한 수목원은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일대에 있으며, 수목원은 모두 19개 주제원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주로 물과 관련된 습지생태원. 수생식물원 , 한국의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중부지역 자생원 등이 있다. 수목원은 공원이 아니라고 하면서 식물유전자원의 보존 증식 관리 연구하는 시설이라고 쓰여 있었다. 식물들이 싫어하는 것은 나열해 놓았는데 맨손으로 왔으니 반입하지 말라고 한 것은 하나도 없다. 도립 수목원이어서인지 다른 수목원 입장료가 생각보다는 저렴한 1,500원이었다. 오히려 주차비가 3천원으로 입장료보다 훨씬 더 비싼 편이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수목원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토피어리원이 보인다. 명칭이 생소한 토피어리(topiary)'라는 말은 로마시대의 한 정원사가 정원의 나무에 가다듬는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으며, 식물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여러가지 모양으로 보기 좋게 만든 작품 또는 기술을 뜻한다라고 한다. 향나무로 여러 형상을 만들어 놓았고, 또 인공으로 만든 조형물 위에 덩쿨 식물이 따고 올라가게 만들어 놓아서 아이들이 좋아할 분위기를 연출해 놓았다.
자연스러움이 좋지만 가끔은 인위적으로 사람의 손길을 받아서 새롭게 탄생한 모습도 볼만하다. 토피어리원 오른편으로 들어오면 식사장소 겸 쉼터가 있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 시간에 이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쉬고 있었을텐데 오늘은 자리가 텅텅 비어 있다. 다들 비가 왔기 때문에 집에서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덕분에 한적한 수목원을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다. 수목원에는 처음보는 꽃들이 많이 피워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식물원 어디를 쳐다 보던간에 신록의 푸르름이 너무나 정겹다. 오늘 산책은 너무 시기를 잘 맞춰서 온듯하다. 나는 처음 방문한 수목원이지만 이미 사람들이 물향기수목원을 잘 알고 동네 마실 나오듯이 오는 현지인부터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 오늘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책나온 사람들이 별로 없다. 더구나 비가 내린 오후의 숲속은 공기까지 맑아서 산책하기에는 최고의 날씨라는 느낌이다.
수목원 메인 사무실 앞에는 커다란 바위에 숲 환경 인간이란 글을 새겨 놓았다. 인간이 숲과 환경을 파괴하면 결국 삶의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간단 명료하게 써 놓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본관 건물에서는 수목원 관리와 함께 연구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좋은 연구를 통해 좀 더 가치있는 수목원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조금 더 지나가니 분재원이 나왔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분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분재는 작은 나무에서도 커다란 나무를 느낄 수가 있도록 모양있게 키우는 것을 말한다. 분재원 한켠에는 규화목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규화목은 나무 화석을 말하는 것으로, 화산발생시 나무속에 광물들이 침투하여 썩지않는 상태로 복잡한 화학과정을 통해 화석이 된다고 한다. 모양은 나무인데 직접 만져보니 정말 돌처럼 딱딱하다. 물향기 수목원에 와서 규화목을 처음 보았는데, 이것도 분재로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분재원을 지나 물향기산림전시관 가기전에 전시되어 있는 공룡과 같이 생긴 고목의 모습. 배경 사진으로 사진 한장 찍지 않고 가기에는 너무 좋은 배경이다. 나무의 크기로 보아서 수령이 엄청 되었을 것 같은데 나무가 죽어서까지 아낌없이 배푸는 듯 하다. 분재원과 이 고목이 있는 곳에서 오늘 수목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보았다. 나머지 공간에서는 상춘객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동중에 있었던 물향기산림전시관에 들어왔다. 멋진 외관에 비하면 내부는 볼거리가 부족해서 좀 허술한 느낌이다. 산림과 습지의 생태가 전시되어 있는 곳인데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진 숲의 풍요로움을 알려 주고 있지만, 알찬 전시공간은 아니었다. 전시관 한쪽에서는 꽃그림을 많이 그리는 화가의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는데 그 전시회가 더 볼거리가 많았다는 느낌.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해서 전시관을 꾸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넓은 공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관 2층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수목원을 내려다 보았다. 신록의 초록색이 너무나 멋지다. 아직 날씨가 선선해서 수목원을 돌아다녀도 덥지 않지만 날씨가 더울 때에는 전시관에 있으면 시원할 듯하다. 이런 장소에서는 간단하게 음료나 커피라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곳의 공무원들은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목원 내부에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허용한다면 생각을 조금 바꿔서 수목원에서 간이 매점이나 차를 팔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물향기산림전시관에서 나와서 호습성 식물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식물원 안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는데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인위적으로 집중 관리를 하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함께 다른 잡초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인데,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호습성 식물원 한켠에는 금낭화를 많이 심어 놓아서 보기가 좋았다.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너무 예뻐서 한참을 지켜보았다.
수목원 내부에는 자판기도 없고 간단한 매점도 없어서 따로 먹거리는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 다녀야 한다. 간단한 먹거리는 가지고 들어가도 상관없고 곳곳에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아서 소풍을 오듯 여유있게 다녀도 좋을 듯하다. 오늘 우리가 다녀본 것은 수목원에서 알려준 순로를 거꾸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오르막을 한참 올라갔더니 전망대라고 하면서 망루 같은 곳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나무로 둘려 쌓여 있어서 실제 조망을 할 것이 거의 없었다. 전망대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전망대 주변에 소나무 숲이 좋고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벤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 긴 코스는 아니지만 메타세콰이어길도 있었다. 이제 막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여서 무성해 보이지는 않지만 계절에 따라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일 것 같다. 비 내린 날의 오후여서 수목원 안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올 것으로 보인다. 이 길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목원 곳곳에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길이 많았다. 가족이 함께 오면 오후에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메타세콰이어 길옆으로는 물방울온실이 있었다. 야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수목원인지라 실내 온실에 그리 관심이 없었지만 처음 온 식물원이었기에 무엇이 있나 싶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물방울온실은 물을 형상화 해서 물방울 모양의 온실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내부에는 키큰 열대식물과 함께 시원한 물소리의 터널도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식물과 함께 부겐벨리아 등 아열대 식물도 많아서 사계절 언제나 싱그러움을 만날 수 있을 듯 싶다.
브라질 아부틸론(청사초롱)이라고 되어 있다.
물방울 온실에서 나와 다시 습지생태원쪽으로 한번 가 보았다. 습지생태원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환경으로 생태적으로 습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고, 나무로 만든 길을 따라가면서 관찰하는 습지의 모습이 너무나 좋다. 습지로 들어가는 숲길이 수목원 내에서 가장 좋았던 곳인듯 하다. 나무데크를 따라서 이동하는 도중에 습지에 서식하는 각종 식물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되어 있었고, 숲의 향기와 숲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숲에서 불어오는 기분좋은 향기에 취할 수 있었던 오산 물향기수목원을 오늘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첫 느낌은 참 좋았다. 이렇게 봄을 맞아 신록의 계절도 좋아 보이고, 꽃이 많이 피는 시기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와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다. 나무가 많고 숲이 우거져 여름철에 오더라고 숲속에 있으면 시원할 듯하다. 앞으로 여건이 주어지면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수목원을 몇 번 더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야생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와보면 괜찮을 듯 싶다. 중간에 야생화가 많이 자라는 기능성식물원도 있었는데 아직 싹이 나오지 않았었고, 인위적인 조경이 아니어서 그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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