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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거제 여행 6-6 (윤이상 기념관 등) (2014.4.5 )

남녘하늘 2016. 4. 14. 00:36


 휴가 나온 아들과의 여행이 이제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통영에서 몇 곳을 더 구경하고 나서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다시 오늘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기 일정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바쁘게 움직여야 하겠지만, 통영구경이 늦어지면 집으로 가는 시간을 조금 늦추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충렬사를 나와서 윤이상 기념관을 향해 갔는데 지도가 너무 세밀하지 못하고 대충 만들어져 있어서 차를 통영박물관에 새워 놓고 한참을 걸어서 가 보았다. 사실 가족한테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 통영 거제 여행을 하면서 꼭 들리고 싶었던 곳이 윤이상기념관이다. 단체로 여행을 떠나면 함께한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윤이상 기념관을 건너 뛸때가 많아서 통영에 여러번 왔어도 방문해보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윤이상 기념관은 야외 공연을 할 수 있는 기념관 앞 공간과 함께 기념관으로 조성되었는데 정말 예술가의 공간처럼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보기 좋았다. 통영출신인 윤이상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윤이상 음악제(지금은 통영국제음악제로 명칭이 변경)를 개최하고 있지만, 선생님은 비극적인 분단 역사의 희생자였다. 예술이 정치적으로 희생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안타깝게도 그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안내데스크가 있는 1층의 아담한 공간을 지나 2층에 전시물이 있는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원래 클래식 음악은 내가 소양도 없고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다. 기념관을 둘러 보아도 선생님의 음악 세계가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다고 하지만, 솔직히 음악적 세계는 잘 알지 못한다.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이다. 독일 문화원에서 괴테메달(1995)을, 서독 대통령의 대공로 훈장(1988)을, 함부르크 자유예술원의 문예대상 상패(1992)를 받았으니 독일에서 인정받는 유명한 음악가였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은 1967년 동베를린공작단사건, 속칭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서울로 납치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동백림은 동베를린을 말한다. 독일이 통일 되기 전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베를린, 동베를린으로 나누어 있었을 때,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 간 유학생과 교민이 동베를린에 있는 북한대사관과 평양을 왔다갔다 하면서 간첩 교육을 받았다는 해서 간첩단으로 몰아 간것이 동백림 사건이다. 여기에 윤이상 선생님을 비롯해서 이응로 화백, 천상병 시인 등 194명이 포함되었는데, 이 사건으로 선생님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외국 음악가들과 독일정부가 우리나라 정부에 항의도 하고 탄원서를 제출해 감형을 받고 1969년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어 서독으로 추방되었다. 이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 채 독일에 귀화하고, 대한민국의 통일과 민주화를 위하여 평생을 바쳤다. 2006년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는 동백림사건이 과장되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은 시점이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본다면 관점에 따라서 편을 가를 수도 있겠지만, 민주화가 되지 못했던 유신시절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조국을 그리워하고 돌아오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왜 그리 가혹했는가 싶다.      






 전시관 중에는 윤이상 선생님의 작곡공간을 재현해 놓은 장소가 있었는데 벽에 1910년대의 통영사진이 걸려 있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 사진을 보면서 고향을 많이 그리워 했다고 쓰여 있었다. 우리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며 남북합동 음악회도 제안했었던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기념관을 둘러 보아서 좋았다. 기념관을 다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니 멋진 공연장이 있었다.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을 하기도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몇 일전 이곳에서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몇 일 차이로 좋은 공연을 놓치게 되었다. 







 공연장 옆쪽으로는 분수가 있는 연못 같은 곳이 있었다. 아마도 기념관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갖지 위해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분수 사이로 걸어 다닐수 도 있게 만들어 놓았고, 그 너머로 공원을 꾸며 놓았다. 생가 터를 비롯해서 제법 많은 공간에 기념관을 만들어 놓아 둘아보지 좋게 만들어 놓았다. 공연장은 옆에서 보니 마치 피라미드 같은 모습이다. 통영에 방문한다면 한번쯤은 찾아보아도 될 장소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념관과는 달리 목요일날 휴관을 한다고 한다. 좀 특이하다.     







 기념관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차를 멀리 세워 놓았기에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중에 꿀빵을 판매하는 집을 나타났다. 통영에서 유명한 먹거리 중에 하나가 충무김밥과 꿀빵인데 중앙시장 근처에 집중적으로 있어서 한번 사먹어 보았지만, 조금 외진 이곳에 통영시에서 우수업체로 선정한 집이라는 광고와 함께 깨끗해 보여서 선물로 몇개 구입하려고 들어가 보았다. 미각이 둔한지라 먹어 보아도 다른 곳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는데 가격은 그다지 싼편이 아니다. 꿀빵이라고 하지만 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물엿을 사용할 것인데, 달달한 것을 제외하면 맛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손에 묻히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선호하는 먹거리가 아니다.  




 윤이상 기념관을 나와서 미륵도로 이동해서 해저터널을 구경하러 갔다. 나는 여러번 와 본 곳이고 별로 볼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번도 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상당히 궁금한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32년에 완공된 완공된 동양의 최초 해저터널인 통영해저터널은 동양 최초에 건설했다는 해저터널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된다. 특별히 볼것이 별로 없다고 해도 와서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해저 터널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도시의 아쿠아리움에나 있을 법한 바닷 속을 상상할 수도 있고 그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멋있고 장엄한 터널 속을 지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론 부터 말하자면 그냥 도심에 설치돼 있는 지하도를 건너는 것 같은 평범한 터널일 뿐이다. 터널안에는 통영에 관한 설명이 돼 있는 각종 싸인몰이 전시되어 있고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것도 오래되어서 좁고 불편한, 그나마 붉은 계통의 조명을 설치해 놓아서 분위기는 괜찮다.    





 통영해저터널은 1931년부터 1932년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만든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로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이다. 양쪽 바다를 막아 바다 밑을 파서 콘크리트 터널을 만든 것으로, 양쪽 터널 입구에는 용문달양(龍門達陽) 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다. 이는 용문(중국고사에 나오는 물살이 센 여울목으로 잉어가 여기를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함.)을 거쳐 산양(山陽)에 통하다 라는 설명문이 있었는데 무슨 소리인지 읽고도 알 수가 없다. 억지 해석이다. 등용문이란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시공 당시 통영군수였던 야마구치 아키라가 쓴 현판인데 용문달양(龍門達陽)은 쉽게 '용문을 거쳐 밝은 세상으로 나온다.' 라는 뜻이 아닐까? 예전에는 통영과 방금 다녀온 미륵도를 연결하는 주요 연결로 였지만 지금은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개통되어 거의 이용되는 않는다고 한다.   






 통영해저터널 구경을 마치고 얼마전에 개관했다고 하는 통영국제음악당을 가 보기로 했다. 음악당이 있는 바닷가에는 도남관광특구가 있는데 요트와 바다가 보인다. 선진국 사람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품목 중에 하나가 요트인데 우리나라도 그럴 수 있을까 싶다. 음악당 왼쪽에 충무마리나리조트가 있는데, 이곳은 올 때마다 요트계류장에 가득한 요트를 보면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방파제로 주위를 둘러싸여 있어서 호수처럼 보이고, 조금 멀리 통영 유람선 터미널에는 각종 배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얼마전 개관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2014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28일(금)부터 4월 3일(목)까지 이곳에서 열렸는데 몇 일만 빨리 통영에 왔으면 음악 공연이라고 한번 보았을텐데 아쉽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미륵도 언덕위에 건립된 통영국제음악당은 너른 바다 풍경과 마주하는 천혜의 위치에 있다. 음악제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음악당 구경이라도 해 볼 생각으로 한번 찾아온 것이다. 통영과 거제는 지방의 중소도시이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대도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음악당은 통영시의 시조(市鳥)인 갈매기 두 마리가 통영 앞바다를 배경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콘서트 홀 내부구경은 다음 음악제 공연을 보러 올 때 하기로 하고 음악당 뒷편으로 이동해서 반대쪽 바다를 구경했다. 절벽이 있는 멋진 바닷가에서 수평선과 바라 볼수 있는 음악당홀이 멋져 보인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지은 음악당이기에 앞으로 좋은 공연과 기획으로 통영사람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음악당 주변으로도 봄꽃이 지천에 피어 있다. 참 좋은 계절에 여행을 왔다.   







 음악당 바로 옆에 있는 마리나 리포트에서 숙박을 했을 때 아침 달리기를 해 주었던 길이 내려다 보였다. 통영공설 해수욕장으로도 이어지는 길인데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오늘도 산책로를 따라서 걷고 싶었다. 이 산책로는 차나 오토바이는 들어갈 수 없고, 오직 걷거나 자전거만 탈 수 있는 길이다. 한적하게 걸으면서 멋진 바다 풍광도 즐기고 싶지만 이제는 여행을 마치야 할 시간이 되었다. 고향집에도 가 봐야 하고, 오늘 서울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마음 뿐이다. 새로 개관한 음악당 주변은 잘 꾸며 놓아서 다음에 오면 여유를 가지고 둘러봐야 할 것 같다.  







 통영국제음악당 구경을 마히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향 집에 들어서 부모님을 만나뵙고 왔다. 통영에서는 배를 타고 한산도에 있는 제승당을 가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았다는 생각이다. 모처럼 고향 방문인지라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비롯해서 선조들 묘소에 들러 성묘도 했다. 작은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 짧은 기간중에 고향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뵈니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신다. 아들이 먼저 고향을 가 보았으면 했는데, 평소에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지가 기특하다는 생각이다. 아들의 정기휴가 때에 맞추어 통영과 거제 여행은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