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평소에 실천하지 못했던 사찰 3곳을 둘러볼 계획을 세웠다. 수원으로 이사 온지 2년이 되었지만 아직 수원에 있는 절에 대한 정보가 없고 가 본 절이 없었던터라 그 전까지 살았던 분당으로 가서 석탄일에만 한번씩 다녔던 골안사와 대광사를 먼저 방문하고 서울로 이동해서 조계사까지 가 보기로 했다. 수원에도 찾아보면 분명히 절이 많이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작년 석탄일에는 일본 여행을 가느라 그냥 넘어가 버렸고 그러고 나서도 1년동안에도 주변에 있는 절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매년 하던대로 불곡산 자락에 있는 두 절을 찾기로 했다. 올해는 먼저 골안사부터 방문했다.
올해는 봄이 조금 빨리 온 탓인지 골안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숲이 제법 우거져 있다. 신록의 푸르름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서 만나게 되는 이런 푸르름이 너무나 좋다.
골안사는 분당에 살 때 집에서 멀지도 않았고, 규모가 적은 아담한 느낌의 절이어서 좋았는데, 올해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2년전에 비해서는 신도들도 많아 보였고, 절마당에 연등이 가득 걸려 있었다. 최근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초파일에 절을 다녀보면 경기가 좋으면 연등이 많이 걸리고,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눈에 띄게 연등이 줄어든다. 반대로 경기가 어려워져서 힘들면 부처님의 힘을 빌어 잘살게 빌려고 연등을 많이 거는지도 모르겠다. 자그마한 절마당에 연등이 가득차 있어서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다.
워낙 규모가 적은 절이어서 공간이 부족한데 대웅전 한켠 절 마당에서는 부처님을 목욕시켜 주는 관불의식을 하고 있어서 모처럼 집사람이 경건한 행동으로 관불의식을 행했다. 아직까지 이런 불교의식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집사람인데 아들 두명을 모두 군대에 보내 놓았으니 무탈하게 군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아들을 위한 어머니로서의 바램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나는 사람이 많다는 핑계로 사진만
찍어주고 나왔다.
골안사에서 간단하게 절밥 한그릇을 먹고서 인근에 있는 대광사로 향했다. 걸어서도 10분도 차이가 나지 않는 곳에 있어서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곳이다. 평소에 불교신자인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르는 행태로 지내다가 석가탄신일에만 절을 찾아다니는 처지인지라 오늘 방문하는 절이 어느 종단에 있는 절인지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분당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대광사는 천태종단이고 아주 작은 절인 골안사를 조계종단인데, 그런 것을 따지면서 다니는 정도가 아니다.
천대종단의 대광사는 재정이 튼튼한 절인지라 초파일에 방문하면 매년 백설기 떡을 만들어 방문하는 신자들에게 풍부하게 나눠주곤 한다. 주변의 다른 절과 비교를 해 보아도 대광사에 오면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얼마전에 완공한 3층전각의 목조 건물인 미륵보전 불사도 웅장한 느낌이고, 절 마당에 가득하 있는 연등도 다른 절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장관이다.
2층 법당에 들어가니 아직 법요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잠시 행사에 참가했다. 매년 절에 왔어도 그냥 절을 방문하기만 했지 법요식에 참석해 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법당이 워낙 넓어서 신도들이 많이 들어갈 수 있어 우리도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어머니 합창단원이 찬불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주 오랫만에 참석해 본 석가탄신일의 행사다. 워낙 오랫만이어서 어색한 느낌까지... 역시 무늬만 불교신자가 맞는 모양이다. 1년에 한번 연등이나 달아놓고, 절밥이나 먹고 가는....
이곳 대광사에서도 밥을 조금 얻어먹고 나서 찻집에서 전통차를 한잔 마셨다. 옛날에 왔을 때에는 차를 마시는 공간이 없었는데 내가 방문하지 않았던 2년 사이에 찻집 공간을 만들어 놓았던 모양이다. 차 가격은 따로 정해 있지 않았고 각자 알아서 내게 되어 있어서 전통잣집에서 먹을 때 정도의 비용을 놓아두고 나왔다. 그냥 가격을 정해 놓으면 더 부담이 없을텐데 가격을 정하지 않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니 더 부담스럽다. 다음에는 뻔뻔하게 차마시고 그냥 와 버릴까?
분당에서는 주로 골안사와 대광사만 다녔기에 다른 절은 잘 알지 못해서 올해는 서울에 있는 조계사를 한번 더 가 보기로 하고 서울로 이동했다. 대중교통편으로 서울로 갈까 생각하다가 차를 가지고 가서 전 직장이었던 서울보증보험 건물에 주차를 시켜 놓으면 편할 것 같아서 종로 5가에 들렀다. 보증보험 건물에서부터 조계사까지는 걸어가기로 하고, 종로 5가에 간김에 근처에 있는 광장시장을 들러 보았다. 광장시장은는 외국인 관광객의 순례지가 되어버려 오늘도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나와 있었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광장시장에서 나와 종각역 근처에 있는 조계사까지는 청계천을 따라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청계천에도 휴일을 맞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다. 광장시장쪽에는 그런대로 여유있게 산책을 할 수 있었는데 상류인 종각역쪽으로 가니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산책을 나온 것이지 고생을 하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과 계속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야한다. 결국 종각까지 청계천을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나와서 인사동 골목을 통해서 조계사로 간다.
석가탄신일에 조계사를 와본 적이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오랫만에 조계사를 찾았다. 역시 조계종단의 총본산인 조계사는 아침에 다녀 왔던 절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절 앞에는 방송사에서 나온 중계차까지 자리자고 있고, 신도들로 정문 앞에서부터 북적이고 있다. 어린시절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조계사 옆에 있는 학교를 다녔기때문에 내게는 남들보다 조계사가 친숙한 절이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큰 절이 아니었고 자그마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일주문도 지금처럼 크게 지어진 것도 아니였고 길가에서 법당이 보이지도 않았으며, 길가에서 좁은 골목을 들어가야만 나오는 그런 사찰이었다. 주변에 있던 음식점과 자그마한 건물들을 조계사로 편입시키면서 규모가 많이 커졌다. 초파일의 조계사는 훨씬 더 화려한 느낌이다. 조금 낮설다는 느낌이다.
일주문을 지나서부터 조계사 앞마당과 법당앞에 놓여진 각양각색의 이 수많은 연등은 누군가의 소원을 담아 이름표가 붙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지면 절대자를 찾게되고 복을 빌게되며 소망이 많아진다. 그 많은 사람들이 꿈과 소원과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대광사에서도 그랬고 골안사에서도 느꼈는데 올해는 유난히 연등이 더 많이 달린 것 같다. 경기가 좋아져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그만큼 복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번 초파일에는 연등을 달지 않았는데...
법당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줄서서 들어가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법당이 잘 보이는 마당에서 간단히 예를 갖추어 기도를 하고 나왔다. 다음에는 석가탄신일 당일에는 조계사에는 오지 않는 편이 낳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도들이 적당히 있어야 하는데 그 숫자를 너무 초과해서 무엇을 하려고 해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꼭 조계사에서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과감히 생략하고 조계사 주변을 둘러보고 오는 것으로 오늘 사찰 순례는 마친다. 어찌 되었던 오늘 하루 동안 3곳의 절을 돌아 보았으니 올해에는 좋은 일이 많이 있으려나. 그런 나약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계사를 나와 차가 세워둔 종로 5가로 되돌아 오는 길에 잠시 동대문 역사공원을 방문했다. 동대문 역사 공원 옆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작년말에 개관했기에 모처럼 서울에 온김에 한번 둘러볼 생각이었다. 나는 동대문역사공원을 여러번 방문해 보았지만 집사람은 복원 이후에 첫 방문이다. 고증에 입각한 역사공원 복원은 꽤 잘해 놓았다는 생각이고, 함께 있는 DDP 역시 우주선처럼 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볼거리가 많은 건축물이다.
어제가 어린이 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동대문 역사공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물 사이에 버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요즘 어린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실물 버스였다. 서울시에서 일반 시내버스중 몇 대를 타요버스의 캐릭터로 채워서 시내 운영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버스를 이곳에서 전시하고 있었다. 역시 어린아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 아이들이 떠나질 않는다. 캐릭터와 문화의 힘이 엄청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부에는 볼거리가 상당히 많았지만 오늘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어서 본격적인 탐방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몇몇 곳만 둘러보고 나왔다. 패션쇼도 하고 있었고, 각종 전시, 카페, 쉼터 등 볼거리가 많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하루동안 너무 많은 곳을 둘러 보았더니 집사람이 다리도 아프고 힘도 든다고 해서 오늘 일정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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