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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야영 (2014.9.9)

남녘하늘 2016. 11. 26. 01:02

 

 야영장비를 새로 갖추고 나서 처음으로 집사람과 야영을 떠났다. 그동안 선배들과는 자주 산행을 겸한 야영을 자주 했지만, 집사람은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야영을 하지 못해 늘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데 모처럼 시간을 낼수 있어서 가까이 있는 영종도의 백운산으로 야영을 떠난 것이다. 당분간 집사람이 영종도에서 일을 하게 되어서 영종도에 있는 여러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백운산은 영종도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이지만 해발 150m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 영종도는 물론 주변에 있는 강화도에서부터 인천에 이르기까지 두루 조망이 된다.     

 

 

 



 가까운 산에 오르더라도 하룻밤 산에서 잠을 자려고 하니 기본장비를 다 챙겨야 해서 짐이 많아졌다. 다행히 겨울이 아니라서 보온장비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겨울산행보다는 단촐하다.오늘 야영을 시작으로 여건이 된다면 다른 야영지도 한번씩 찾아볼 생각이다. 오전에 명절을 보내려 오셨던 부모님을 야탑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리고 오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산에 오르니 날씨가 청명해서 멀리까지 깨끗하게 조망된다. 산과바다, 도시가 모두 발 아래에 있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인데 생각보다는 산에 오른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곳 백운산도 공식적으로 야영이 허용되어 있는지 체크해 보지 않았지만 산에서 야영을 하면 그냥 산에 오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산행을 온 사람이 많으면 자연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백운산은 높고 큰 산이 아니어서 등산로도 몇개 밖에 없고 산 정상부에는 텐트를 칠만한 장소는 뻔하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주변의 풍광을 구경하면서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해가 점점 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수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해가 질 때까지 산에서 내려 가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서해안에 있는 산이어서 모두 일몰을 구경할 생각으로 산에 올랐던 모양이다. 낮은 산을 택했고 저녁 한끼만 간단히 해 먹을 예정이어서 가벼운 산행이고 야영이다. 그래도 산에서 잠을 자고 올 계획이어서 기본적인 준비는 모두 했어야 한다. 산에 오르면서 정상쪽 헬기장을 지나쳐 왔는데 우리처럼 야영을 할 생각으로 오른 사람들이 여러팀 보였다. 나도 텐트를 헬기장쪽에 설치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장소를 바꾸어 다른 곳을 찾아 보았다.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윗쪽에 정자같은 건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 텐트를 펼치기로 했다. 저녁늦게 펼쳤다가 아침 일찍 철수하면 다른 산행객에게도 눈쌀을 찌푸리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무 마루바닥 위에 텐트를 설치하면 땅에서 습기가 올라오지 않아서 잠자리도 편할 것 같았다. 텐트를 친다고 보다 펼쳐서 올려 놓는 형상이 되는데 야영을 하면서 오늘 잠자리는 최고일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없어서 두 사람이 조용히 이야기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된다. 

 

 

 



 산에서 저녁만 해결하면 되기에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서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올 5월에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을 갔을 때에는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잘 먹었는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많아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공항과 신도시를 비롯해서 산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야경이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특히 공항의 불빛은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었다. 요즘 들어서 집사람이 나한테 잘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야영을 따라 나선 것인지? 아니면 자기도 하고 싶었던 일이여서 따라 나선것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함께 따라 나섰다는 것이고, 또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식사를 하고 나서 반대쪽 야경을 보려고 정상 헬기장쪽으로 이동하니 올라 올때 보았던 몇몇 팀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라고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이 분당이라고 해서 나도 분당에서 10년이상 살았다고 하니 반가와한다. 커피 한잔이 술 한잔이 되고,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있이야기하고 싶어서 산에 왔기에 다른사람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는데 역시 산에서 사람을 만나서 쉽게 친해지고 어울리게 된다. 오래 있지는 않고 우리 텐트로 돌아왔다.    

 

 



 야영장비가 좋았고, 또 정자 위에 텐트를 설치했기에 산위에서 잤음에도 불편함이나 추위같은 것은 없었다. 마루 바닥위에 텐트를 설치해서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정자 위에다 텐트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혹시 아침에 산에 올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눈살을 찌푸릴 수 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텐트를 걷어 버렸다. 그 점에서는 정자에 설치한 것이 불편하다. 다행히 새벽에 텐트를 걷을 때까지 아침 산에 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할 일은 생기지 않았다. 모기만 많지 않았다면 정말로 좋았을텐데 모기가 많이서 조금 고생했다. 텐트에도 모기가 들어와서 자다가 모기를 잡고 잠을 잤다.다른 생각하지 않고 행복한 하루를 만끽하고자 한다.  

 

 

 

 



 첫 비박 산행지로 백운산을 선택한 것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풀벌레 소리가 바로 들리고, 또 주변의 야간 풍광도 상당히 괜찮았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불빛도 멋있었고, 슈퍼문의 달빛도 은은하게 좋았다. 텐트안에 들어가면 어두워서 실내등을 켜야 하는데 오늘은 달빛이 너무 밝아서 실내등을 켤 이유가 없었다. 아이들 어렸을 때에는 이렇게 많이 놀러 다녔었는데 참으로 오랫만에 야외에 나와서 잤다. 앞으로도 시간이 된다면 자주 오자고 약속을 했다.    

 

 



 어제 밤 헬기장에 텐트를 치고 있던 다른 팀들이 있는 곳에 다시 들러서 차를 한잔 얻어 마셨다. 우리 가족은 야영을 오랫만에 온 것인데 이 팀들은 자주 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아침까지 해 먹고 천천히 내려 온다는데 우리는 아침까지 먹고 올 계획이 없어서 그냥 차 한잔 마시고 내려왔다. 어제 저녁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인연으로 앞으로 이런 여행을 함께 하자고 하는데 나와는 성향이 다른 것 같아서 예의가 아니지만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 지금 알고 있는 사람만 제대로 만나는 것도 버거운데, 이런 곳에서까지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모처럼 실행해본 야영인데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자주 나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