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월이어서 계절상으론 아직 겨울이지만 겨울이 다 간것인지 날씨가 생각보다 포근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어제 내리던 비가 완전히 그친 듯하다. 비가 내리지만 않으면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신도와 시도, 모도를 한번 가볼 계획이었다. 1시간에 한편 정도 있는 배편을 확인해보니 10시 10분에 들아가는 배는 타기 힘들 것 같고 11시 10분 배를 타기로 했다. 신도로 가려면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한다. 신도에도 버스도 운행이 되지만 차를 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편은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한다. 운임은 성인 4천원이고 어린이 2천600원이다. 만약 자전거를 가지고 가면 추가로 2천 원을 내야 한다. 자동차 도선료는 왕복 2만 원인데 조금 비싼 듯한 느낌이다.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인데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는 다리로 이어져 삼형제 섬으로 불린다고 한다. 각각의 지명에는 사연이 있다. 신도는 주민들의 인심이 좋아서 서로 믿고 살아간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시도는 과거 강화도 마니산 궁도 연습장에서 활 쏘는 연습을 할 때 이 섬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모도는 어부가 고기를 낚기 위해 그물을 쳐 두었는데 고기와 풀이 섞여 나왔다 해서 띠 모(茅)를 섬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서 오는 것으로 봐서 이 갈매기들도 새우깡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야생은 야생에 적응해서 살아야 하는데...
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오지 못해서 선착장에 도착한 이루 앞차가 가는 곳을 따라서 쭉 가보았더니 대부분의 차들이 시도로 들어간다. 신도와 시도를 잇는 다리는 지난 2005년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이전에도 다리가 있었지만 물이 들어오면 잠겨서 하루에 한나절만 통행이 가능했다고 한다. 시도는 삼형제 섬의 중심지다. 북도면사무소와 우체국, 보건소, 파출소, 종합운동장 등이 몰려 있다. 신도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둑길로 들어서면 조그만 염전이 나온다.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어서 운영을 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염도가 낮아 김치를 담그면 좋은 맛을 내기로 유명하다. 표지판에 수기해수욕장이 있어서 맨 처음으로 들른 곳이 수기해수욕장이다.
소나무숲 사이로 작은 모래사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여름마다 피서 인파로 몸살을 앓는 수기해변이다고 한다. 겨울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조용한 해변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작년 가을에 오픈했다는 풀사이드 팬션이 잘 지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바다 넘어 강화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해무가 짙게 깔려서 바다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바닷물이 많이 빠져서 해변을 따라서 걸었는데 해변을 따라 걷는 숲길도 있다고 한다. 여름에 한번 놀러 오면 조용하고 괜찮을 것 같다.
해변을 따라서 쭉 걷다가 다시 풀사이드 팬션으로 돌아와서 팬션 구경을 했다. 오늘은 손님이 없는지 주인이 숙박하는 객실도 보여주면서 팬션 자랑을 한다. 전 객실이 바다를 바라보는 풀사이드여서 이름도 풀사이드 팬션이란다. 지금은 바닷가에 놀러 오는 사람이 없는 철이지만 여름철에는 제법 장사가 잘 될 것으로 보였다. 복도에는 카약이 놓여 있어 나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천정을 높게 만들어 2층 침대가 있었는데 여건이 되면 한번 놀러와도 좋은 듯하다.
팬션 구경을 하고 나오는 길에 일제강점기부터 운영된 양조장도 보였다. 이곳에서 빚어내는 막걸리도 별미지만, 양조장의 모습이 고풍스러워서 관광객의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들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는 바람에 화장실을 찾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건너 뛰었다. 시도는 섬 전체가 한적한 분위기가여서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송혜교와 정지훈이 출연했던 드라마 ‘풀하우스’도 수기해변에서 찍었다. 권상우와 김희선이 주연한 ‘슬픈 연가’ 세트장은 아직도 해변 언덕에 남아 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찾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드라마 방영 직후에는 한류 관광객까지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슬픈 연가 세트장을 돌아보고 나서 풀하우스 드라마 세트장을 찾아서 다시 수기해변을 갔으나 세트장이 철거된 모양이다. 어디에도 찾아가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풀하우스 드라마 세트장을 찾지 못하고 다시 모도를 향해서 이동했다. 모도로 가는 길목에 아침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 화장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한다. 모도로 넘어가는 다리 앞에서 잠시 해변을 둘러 보았다.
모도는 워낙 작은 섬이어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도 얼마 되지 않고 볼거리가 많지 않은 섬이였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을 가는 것 이외에는 할 것이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배미꾸미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지명으로 배 밑에 구멍처럼 생겨 고기가 잘 잡힌다는 뜻이라고 한다. 조각공원으로 가기 전에 모도 해변에서 시도를 바라보니 반대편 쪽으로 조용하고 깨끗한 해수욕장이 하나 보였다. 나중에 시도로 나갈때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담하고 예쁜 해변이었다.
배미꾸미 해변을 지나 배미꾸미 조각공원에 갔더니 입장료를 받는다. 야외 작품들인데 입장료를 받아서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지만, 작품감상을 하려면 비용은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들어갔다. 모처럼 이곳까지 왔는데 이번에 보지 않으면 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기에 관람을 했다. 조각가 이일호 씨가 성(性)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해변에 하나둘 설치하면서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적나라한 작품은 아니였지만,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작품을 보면 대부분 서로를 강렬하게 끌어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녀의 사랑 뿐만 아니라 동물의 사랑 등이 에로틱하게 연출돼 있다. 처음 마주하면 민망함을 감출 수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미적 감각이 떨어지고 예술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작가의 예술 세계가 난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을 보아도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았다. 감흥이 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 역겹다는 생각... 완전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에서 그나마 이해하기 쉬었던 작품을 배경으로....
해변이 끝나는 쪽에는 새로이 대형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 취향의 작품들이 아니어서 가까이 가 보지는 않았다. 내게는 무엇인가 명쾌하게 가슴에 와 닫는 것이 없는 작품들이다. 배미꾸미 조각공원 안쪽에는 카페가 하나 있었다. 바다와 조각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여러가지 조각품들도 카페 내에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자그마한 작품도 성과 관련된 것이거나 해골등을 모티브로 만들어져서 차한잔 하려던 생각을 접고 빨리 조각공원을 빠져 나왔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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