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에서 에너자이져 나이트 런 대회가 열리게 되어 있어 참가했다. 대회 신청은 일찌감치 해 놓았지만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대회 출발시간 내에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경기용 칩이나 반납하고 올 생각으로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대회가 열리는 월드컵 공원에 6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대회 출발이 6시가 아니라 7시라고 한다. 6시까지 집합하라는 것을 내가 6시 출발로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7시 출발이라면 충분히 대회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빠른 속도로 한번 달려보자는 생각으로 대회에 참석했다.
시간이 늦어서 칩이나 반납하고 가려던 계획이 바뀌고 갑자기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온김에 대회장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기념품으로 지급하는 면도기 이외에도 여러 부스에서 각종 행사를 많이 진행하고 지급하는 기념품이 많이 있었다. 저녁시간에 혼자 와서 달리는 것보다 온 가족이 와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면서 달리기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10km 대회는 풀코스마라톤 대회와는 달리 젊은 친구들이 대거 참석하는데 오늘 대회도 역시 80-90%가 젊은 사람들이다. 각종 달리기 대회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참가비에 비해서 많은 기념품도 지급하고, 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행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런 대회를 진행하는 회사에 국가에서도 조금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젊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의료재정 건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회 주촉측에서 지급한 티셔스를 입고 평소에는 잘 찍지 않는 사진도 찍어 보았다. 오늘 배번에는 대회 신청을 할 때 자신에게 하고 싶은 내용을 쓰면 배번에 인쇄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해서 나는 내 배번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을 써 놓았다. 젊은 친구들은 주로 '사랑'과 관련된 문구가 엄청나게 많다. 배번에 쓰인 글을 읽는 것도 재미 있다.
7시가 되면서 날이 어두워졌고, 랜턴이 없이 뛰려니 조금은 불편함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대회에는 10km 부문보다는 5km 부문이 워낙 많았었다. 10km 부문에는 참가자가 많지 않다보니 거의 선두권에 서서 달릴 수 있었다. 후미에서 출발하면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 선두권으로 달리니 다른 주자를 추월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출발후 조금 지나니 대회 주최측이 일반차량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주차장근 도로에 차가 엄청 나와서 뛸 수가 없었다. 선두에서 인도하는 오토바이가 갈 수가 없어서 헤메는 이상한 사태가 발생했다.
오랫만에 10km를 45분 내에 달리겠다는 목표로 달렸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밀리지 않고 목표한 시간에 들어왔다. 나의 10km 최고 기록은 38분이지만 이제는 그 기록을 다시 달성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45분 이내의 기록으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한번씩 빨리 달려서 목표를 달성하는 재미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평소에 열심히 달려서 근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모처럼 빨리 전력질주를 했더니 조금 쌀쌀한 느낌의 날씨지만 땀을 엄청 많이 흘렸다.
오늘 대회는 대회 주최측에 초반에 차량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고, 중간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있는 도로에서 U턴을 시키면서 주자들이 교차하게 만드는 황당한 사태가 있었다. 차량운행 방향에 상관없이 사람을 올려 보내고 내려 보냈으면 서로 엉키지 않았을텐데 이곳에 배치한 운영요원들에게 그런 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듯하다. 해프닝이긴 하지만 조금 아프게 반성해야 할 내용이다. 나는 그나마 사람이 많지 않은 초반에 지나쳤지만 후반부에는 많이 밀려서 주최측이 욕을 많이 얻어 먹었을 것 같다. 5km를 달린 사람들과는 상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 다른 일을 모두 잘 처리하고도 이 문제때문에 욕을 먹으면 억울하지 않을까싶다. 그래도 나는 대회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할 것은 모두 하고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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