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분당마라톤 대회 (214.4.20)

남녘하늘 2016. 4. 19. 00:27


 분당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올해도 클럽 내부의 사람들이 대회를 개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지만,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회원들이 힘을 합쳐서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 힘을 모았다. 그런데 대회가 개최되기 몇일 전인 4월 16일에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다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슬픔에 빠져 있는데, 예정되었던 마라톤 대회를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회원간의 의견이 분분했었다. 하지만 순수 달리기 모임인 우리 클럽에서 하는 행사인데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기에는 너무 큰 금전적인 부담이 있어서, 행사는 진행하되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루기로 결정했다. 마라톤 행사가 떠들고 마시고 행사가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회 개최 여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대회가 개최되는 분당 중앙공원으로 이동했다. 나보다도 더 빨리 행사장에 나온 회원들이 많이 있었다. 행사를 준비하지만 다들 사회적인 분위기때문에 말이 없다. 예정된 행사를 문제없이 조용히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때문에 나온 탓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침부터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회원들이 가슴이 많이 먹먹하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온 탓에 집행부가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 대회 참가자가 도착할 시간은 아니다. 어제 미리 나와서 텐트를 비롯해서 몇 가지 시설물은 미리 설치해 놓았지만, 오늘 아침에 대회 시작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는 많다. 그래도 10번도 넘는 대회를 개최해 보았기 때문에 노하우가 생겨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낸다. 이런 노하우가 계속 전해져야 하는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희생이 너무 커서 대회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을 위한 팬 서비스로 생각해야 한다. 참가한 사람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간다고 늘 말하곤 한다.       






 두어시간 가까이 행사를 준비하니 어느덧 대회 개최 시간이 가까와졌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대형 참사뒤인지라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참가신청을 했던 사람들이 대회장에 나올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다. 다행이 참가신청을 했던 사람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서 나와 주었다. 대회장에 스텝들만 있고, 참가자가 없으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봄이 빨리 찾아온 바람에 분당 중앙공원을 비롯한 주변에 벚꽃이 지난주에 다 져버렸다. 시기를 잘 맞추면 벚꽃이 만발한 시기에 대회를 치룰 수 있는데....  벚꽃에 이어서 핀 철죽이 공원에 가득하다.   







  내가 맡은 일을 대충 처리하고 나도 대회장 곳곳을 다니면서 회원 사진과 대회장의 모습을 찰영하였다. 일종의 팬 서비스다. 대회장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은 참가자가 도착하고 그런대로 분위기도 살아 났다. 최소한 클럽회원만의 행사로 전락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찾아온 참가자들께 만족과 즐거움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었다. 다른 대회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차이에서도 사람들이 기쁨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라톤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 따로 어떤 배역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니 올해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팀에 배치를 해서 주로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달리는 중에 탄천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회원중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맡은 일이 중요하고 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매번 주로팀으로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지 않다. 발언권이 있는 몇 몇 회원들은 본부가 있는 중앙공원에서 일을 하고, 말이 없는 사람들은 매번 주로팀이나 급수팀에 내보내고 있다. 가끔씩 임무를 교환해서 하는 것도 방법일텐데 왜 집행부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내년에 또 주로팀에 배치시키면 대회기간중에 여행이나 가 버려야겠다.       





 

주로팀에서 함께 임무를 맡았던 선후배와 함께... 하프코스와 5km 부문에 참석했던 참가자들이 모두 지나가고 나서 조금 여유를 부렸다. 비교적 코스의 앞쪽에 있었던지라 후미쪽에서 주로 확보 업무를 맡은 동료에 비해서는 일이 빨리 종료되었다. 주로 업무를 맡고 있었던 탄천에서 다시 중앙공원으로 돌아가기 앞서 사진을 한장 남겼다. 




 분당 중앙공원으로 돌아오니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한번에 몰려 들어서 기념품 배부하는 곳과 물품보관소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내가 맡았던 주로 임무는 끝냈지만 대회장에서 빈둥거리면서 있을 수가 없어서 기념품과 간식을 배포하는 회원을의 일손을 도와 주었다. 누군가가 힘들 거들어주면 나머지 사람이 조금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회를 총괄하는 몇몇 사람의 행태로 인해 기분이 나쁠 뿐, 회원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회를 치루면서 고생은 많았지만 분당마라톤 자체는 큰 문제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판을 별려 놓으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주최측이 얼마나 수고를 하는지 자세히 알 필요 없이 와서 잘 뛰고 즐기고 가면 되는 법이다. 어찌되었든 분당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고 간다고 믿고 싶다. 실제로 참가자에서 물어보면 명품대회였다고 표현해 주기고 한다. 화창한 봄날에 중앙공원에 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간다고 생각한다. 참가한 사람들은 만족을 얻고 가지만, 추최측의 회원들은 반복되는 자기 희생에 이 대회를 계속해서 개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회 마무리를 위해서 물품을 서서히 정리하고 있다. 대회를 잘 마치고 나서도 보이지 않는 손길이 필요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귀찮고 힘은 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함께 남아서 정리해 주었다. 행사 마무리를 하고 나서 클럽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오후에 다른 일정도 많고, 대회를 치르면서 기분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아서 식사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큰 잡음없이 대회를 무사히 끝마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 온라인 마라톤클럽인 런너스클럽의 회원들이 분당마라톤대회에 많이 찾아 주었다. 대회의 스텝으로서 일을 하고 있어서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찾아 왔음에도 신경을 많이 써 주지는 못했다. 한때 자주 어울렸었던 박한렬씨도 이번 대회에 참석했고, 그 밖에도 낮익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회원들이 모일 수 있는 클럽 부스는 비교적 좋은 위치에 선정해 주었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각종 물품은 성의껏 지원해 주었다. 스텝만 아니었으면 함께 어울려 식사라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그래도 봄소풍을 와서 잘 놀고 간다는 인사를 받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