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마라톤은 런너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단체로 신청한 대회였다. 새벽에 대구로 내려가서 대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놓았다. 새벽 3시 30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었는데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 놓고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가 박종우 선배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깼다. 시간이 4시. 다행이 어제 고향을 갔다 오면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해 놓아 세수도 하지 못하고 옷만 걸치고 신갈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새벽이라서 중간에 교통신호도 모두 무시하고 달려 주차를 하고 신갈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5분이 늦었다. 도저히 도착할 수 없는 일을 해내기는 했지만, 나 때문에 30명이 5분을 기다려 준 회원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태어나서 이렇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처음인 듯하다. 어제 가족과 함께 거제도를 다녀온 여행의 피로가 모두 가신 것이 아니어서 오늘 달리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버스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식사를 하고 잠을 조금 잤더니 버스가 대구에 도착했다.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우선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걱정이다. 대회장에는 대형 아치도 세워 놓고 대회 준비를 제법 잘 해 놓았다. 대구가 육상대회의 메카가 되고 싶어서 마라톤을 비롯한 여러 육상종목에 대해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사실 대구에까지 마라톤을 하러 올 생각이 없었는데 단체 참가를 하면 클럽에 여러가지 혜택을 준다고 해서 떠밀리듯이 대회 신청을 했었다. 대구에서 마라톤 대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는 것도 고려했다.
배가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대구 런클 식구들이 떡을 준비해 놓아서 아침에 떡까지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뛰지 못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피곤이 다 가시지 않아서 어찌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30명 이상이 완주를 해야 한다고 해서 컨디션에 관계없이 풀코스를 뛸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 대회 출발은 대구 도심에 있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앞이였고, 물품보관소는 대구광역시청 주차장에 마련되어 있었다. 너무 도심에서 출발하다보니 운동장 같이 넓은 공간이 없어 도심의 곳곳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날씨가 3월달에 열렸던 동아마라톤 대회 날씨보다 쌀쌀해서 장갑이 그리워졌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엄첨 서늘하다.
오늘 마라톤 코스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앞을 출발해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7km 정도의 시내 도로를 지나간 다음 신천동로를 따라 동신교, 무태교, 대구한의대 병원, 동신교를 2회전 하고 다시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으로 돌아 오는 코스였다. 같은 코스를 2회전 한다는 것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늘 대구 마라톤 대회의 배번호는 생김새가 특이했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배번호 윗쪽에 협찬사 광고없이 제작되어 있었다. 현찬사 광고를 넣지 않아도 대회운영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참가자가 1만명이 넘고, 그 중에서 풀코스 참가자는 1천명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대회 출발에 앞서 전국에서 모인 런너스클럽 회원들이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국적인 모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한번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다. 이번 집행부에서 대구마라톤 대회를 함께 모일 수 있는 대회로 삼아서 함께 참가하도록 독려했기에 가능하다. 클럽 모임에 한동안 나오지 않았더니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져 버렸다.
드디어 출발선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맞은편 넓직한 도로로 이동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마라톤 대회와는 달리 응원단들이 정말 많이 나와 있었다. 대구마라톤 대회를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던 모양이다. 또한 많은 참가자 중에서 풀코스 보다는 5km, 10lkm 참가자가 많아서 가족들도 함깨 나온 듯했다. 달리기 복장을 한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오래 있었더니 이제는 빨리 출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8시 10분경에 드디어 출발하게 된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앞으로 대구 마라톤 대회의 코스가 바뀌지 않는다면 돈을 주면서 초청을 해도 다시는 오지 않을 생각이다. 도심이 복작하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겠지만, 엘리트 선수와 일반 마스터지 선수들이 달리는 코스부터가 달랐다. 마스터즈 선수의 주로는 대구를 관통해서 흐르는 신천변을 2회전 왕복하는 코스로 달렸는데 코스의 대부분이 아스팔트가 아닌 콘크리트 도로였다. 과거 인천대교 마라톤 대회에서 콘크리트 도로를 달리고 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콘크리트 코스를 달리는 대회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대회 코스를 체크해 보지 않은 나의 불찰이다. 같은 코스를 2회전 하는 것도 짜증이 나는데, 콘크리트 도로를 달리려니 더욱 짜증이 난다.
더욱이 신천변으로 접어드니 맞바람이 너무 거세다. 출발할 때가지도 추워서 빨리 출발해 몸의 체온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천변에 도착하니 온몸이 싸늘해진다. 날씨가 포근하거나 쌀쌀한 것이야 대회 주최측과 상관없는 일이지만 콘크리트 주로를 달리면서 바람까지 부니 더 힘들었다. 왕복 16.5Km의 신천동로를 두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데, 오늘 완주만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렸다.
처음 대회 신청을 할 때에는 풀코스 신청해 놓고 열심히 연습을 하지 않았으니 연습삼아 하프정도 즐겁게 달리고 오려고 생각했으나, 클럽 집행부에서 30명이상 완주해야 상금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하여 무조건 완주하라고 한다. 처음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완주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어 버렸다. 급수대에서 간식도 먹고 파워젤도 먹어 가면서 달리다 보니 날씨도 포근해지고 주변의 모습도 보인다. 신천 주변에도 벚꽃 나무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직 꽃망울을 다 터트리지는 않았다.
여행을 갔다 와서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했고, 열악한 주로에서 달리기를 했지만 그래도 기록은 3시간 52분 30초가 나왔다. 초반에는 날씨가 추웠고 후반에는 날씨까지도 더워지는 악조건에서 달렸음에도 이 기록이면 만족한다. 얼마전에 연습도 하고 참가했던 동아마라톤 대회보다 10여분 늦은 시간이다. 오늘 달리기가 123번째 풀코스 완주이다. 힘겹고 지겨운 주로를 달렸지만 그래도 완주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인가 또 하나를 이룬 듯한 느낌이다.
대회 개최 장소가 운동장 같은 곳이 아니어서 결승점을 통과하고도 물품을 찾으러 또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물품보관소에 들러서 보관해 놓았던 짐을 찾아서 상의만 갈아 입고 오늘 클럽회원들이 모이기로 했던 장소로 이동하면서 가져간 카메라도 결승점 풍경을 찍었다. 잠시 지나가는 같은 클럽회원 응원도 해주면서...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많이 더워진 날씨에 훨씬 더 고생하면서 달리고 있다. 그래도 결승점에 도착했기에 즐거운 포즈도 취하면서 지나간다. 후미 주자들이 기록에 연연하지 않기에 더 여유가 있다.
전국에서 참가한 회원을 위해 대구 런너스클럽 회원들이 뒷풀이 장소에 푸짐한 먹거리를 준비해 놓았다. 미리 넓찍한 장소를 섭외해 놓아서 오래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구마라톤 대회에 신청한 이유중에 하나가 오래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회원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였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지만 이런 모임에서 술을 계속해서 거절할 수 없어 몇 잔 마시기도 했다.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 오면서 아침에 나 때문에 귀한 시간을 기다려 준것에 대해서 사과하는 의미로 휴게소에서 버스에 탑승한 전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덕분에 대회 참가비보다 더 비싼 비용이 들었다. 여건만 된다면 미안해서가 아니라 정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면 집에 일찍 도착할 줄 알았는데, 전용차선을 위반하는 얌체차량이 많아서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새벽 4시에 집에서 나가 18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요즘 들어서 지방대회에 자주 참석하지 않았는데, 역시 지방대회를 한번 갔다오면 엄청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보람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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